<창작장편동화>
스님이 손전등을 비추자 캄캄하던 벽쪽이 환해지며 통로가 나타났습니다.
스님이 걸어들어가며 어서 따라오라고 아이들에게 손짓을 하였습니다.그러나 아이들은 무서워서 선뜻 스님을 따라 벽 속으로 난 통로로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겁낼 것 없다.어서 따라오거라."
스님의 말에 용기를 얻은 민수가 벽 속 통로에 발을 들여놓자 병덕이와 영영이도 뒤를 따랐습니다.
모두들 스님을 따라 컴컴한 통로를 조금 걷자 금방 환해졌습니다.햇살이 눈부시게 비춥니다.민수는 사방을 살폈습니다.밖에서는 사람이 접근 할 수 없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중간 지점에 작은 마당처럼 불쑥 튀어 나온 넓은 바위 위였습니다.
"아,너무 무섭다."
"와,여기는 절벽의 중간이야.세상에 저 낭떠러지 아래를 좀 봐.으으..."
병덕이와 영영이가 호들갑을 떨며 민수를 잡아당깁니다.민수도 무섭지만 너무 멋진 절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계곡물이 흐르는 멀리 낭떠러지 밑이 까마득하고,건너편 절벽의 곳곳에 파도처럼 넘실대는 칡넝쿨,바위 틈에 그림처럼 몸을 붙이고 있는 소나무들이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높은 절벽 위에서 뜨거운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집니다.
"얘들아,조심하거라.그리고 나에게로 가까이 오거라."
스님의 걱정스런 말에 아이들이 스님께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그 때,떨리는 목소리로 스님이 외쳤습니다.
"얘들아! 저기를 보아라."
민수는 스님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았습니다.그리고는 너무나 놀라고 말았습니다.병덕이와 영영이도 몹시 놀랐는지 입을 쩍 벌리고,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습니다.
스님과 아이들이 서 있는 넓은 바위 끝 부분에 길고 커다랗게구불구불 검은 바위가 용틀임하듯 솟아올라 있었습니다.그것은 흑룡의 모습이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있는 흑룡의 사나운 형체가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넘쳐서,금방이라도 살아서 달려들 것만 같았습니다.
"얘들아,이것이 승천하다 떨어져 죽은 용의 몸뚱아리란다. 돌로 변해서 이런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민수와 병덕이,영영이는 놀랍고 신기함에 얼이 다 빠진 듯 정신이 없습니다.흑룡 바위의 크기가 어른 키의 열 배는 될 것 같았습니다.발톱을 세우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고 서 있는 흑룡의 두 눈이 또렷이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한이 사무친 듯 이글이글 타는 모습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민수와 병덕이는 아직도 오늘 흑룡사에서 겪은 일들이 믿어지지 않는지 쉴 새 없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민수야,스님께서 모든 인연이 너예게로 이어졌다고 하셨어.너로 해서 많은 것이 풀렸으니 너는 정말 자랑스런 친구야."
"뭘...어쨋든,이제 내가 꾼 꿈과 삼룡정에 대해서 모든 궁금증이 풀렸으니 기분이 너무 좋다."
"그래.그리고 우리에게 영영이라는 좋은 친구가 생겼잖아."
"땡땡이 중이라고 놀릴 때는 언제고,혜헤! 이제는 영영이가 좋은가 보구나?"
"헤헤헤."
"하하하."
외뿔 황구렁이
올 여름은 가뭄이 들어 전국이 물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그러나 용소리 마을 앞을 휘돌아 흐르는 강물은 약간만 모래톱을 드러냈을 뿐,시원하게 흐르는 푸른 물이 변함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수영을 한다,물고기를 잡는다,강가에는 싱그러운 웃음소리가 은물결처럼 퍼져나갔습니다.
민희는 여자 아이들과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습니다.여자 아이들은 방학 때면 서울에서 찿아오는 민희와 노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릅니다.서울 아이들 얘기도 듣고,컴퓨터도 배우며 똑똑한 민희와 노는 것이 즐겁기만 합니다.
한쪽에서는 남자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민수는 수영을 하다 지쳐서 물 밖으로 나왔습니다.모래가 수북히 쌓여있는 모래톱에 누워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온 몸을 뜨겁게 내리쬐는 여름 햇살이 따갑기만 합니다.
이 때 초랑이와 동수가 다가왔습니다.
"민수야,이것 봐.새끼 자라야."
초랑이가 손바닥을 펴 보입니다.연갈색 새끼 자라 한 마리가 꼼지락거리고 있었습니다.
민수는 새끼 자라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슬그머니 물가에 놓아 주었습니다.그리고는 문득 무었인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앉으며 말했습니다.
"동수야,혹시 말이야.너 머리에 뿔달린 뱀 본 적이 있니?"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난 그런 뱀 본 적 없어.초랑이 너는?"
"나도 본 적 없어."
모두들 고개를 저었습니다.
"얘기로도 들은 적 없어?"
"들은 적도 없어.그런데 왜 그러는 거니?"
"그냥 궁금해서......,"
민수는 아이들에게 뿔달린 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을 참아낸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닌가 봅니다.입을 꾸욱 다물며 고개를 돌립니다.
"참,민수야.용굴에서 찍은 뱀 사진 아직 안 찿아왔니?"
"응,그게......,"
"아니,왜 그러니?"
"아니야,마무것도.우리 삼촌이 곧 찿아오실거야."
초랑이가 뱀 사진에 대해 묻자,민수는 당황한 나머지 그만 거짓말을 하고 말았습니다.그 때 혁이가 이쪽으로 달려왔습니다.
"애들아,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이건 진짜 큰 비밀이니까 절대로 누설해서는 안 돼.약속할 수 있지?"
"뭔데? 혁이 형."
혁이의 갑작스런 말에 아이들이 궁금해서 눈을 빛냈습니다.
"자,약속의 맹세!"
혁이가 주먹을 쥔 오른손을 번쩍 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그러자 초랑이가 "맹세!"
하고 소리치며 혁이의 엄지손가락을 손으로 움켜 쥐었습니다.그리고는 혁이와 같이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웠습니다.이번에는 동수가 따라했습니다.민수도 따라했습니다.
"됐어.이제 약속의 맹세를 했으니,우리는 한마음이야.그럼,얘기 할게.얘들아,저번에 용굴에서 우리가 발견한 뱀 있잖아.그 뱀을 산아저씨가 잡으러 간댔어.보름달이 뜨는 날 밤에.앞으로 삼 일 남았어."
"뭐? 산아저씨가!"
혁이의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누구보다 놀란 것은 민수였습니다.
'그 뱀을 잡아선 안 되는데.보호해야 된다고 삼촌이 말했는데......,'
혁이의 말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용굴에서 나오는 걸 산아저씨가 보았는가 봐.우리들이 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다 들었고.산아저씨는 몇 개월 전 부터 알고 있었대.그 뱀은 암놈인데 수놈과 함께 잡으려고 기회를 보아 왔다는 거야.그런데 이제 우리들이 알게 됐으니 서둘러서 잡겠다는 거야.사람들이 방해하기 전에."
혁이의 말을 들으며 아이들은 놀랍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쳐다봅니다.
산아저씨는 뱀을 다루는 데는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었습니다.또한 야생 동물들을 잡는다든지,길들이는 재주가 대단해서 산아저씨의 집에는 별의별 동물들이 다 있었습니다.
산아저씨는 사람들이 자기집 근처에 얼씬대는 걸 가장 싫어했습니다.괜히 얼씬대다가는 산아저씨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릅니다.동물들한테는 다정한 산아저씨이지만,사람들에게만은 차갑고,무서웠습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산아저씨가 살고 있는 부엉이 골짜기에는 얼씬도 하지않았습니다.
그러한 산아저씨였지만 유독 한 사람,친절하게 대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바로 혁이였습니다.왜 그런지 혁이하고는 친해서 혁이가 산아저씨네 집에 놀러 가면 집에서 기르고 있는 오소리,족제비,뱀,다람쥐 등 희귀한 동물들을 보여 주기도 하고,독버섯 알아내는 방법,낚시로 다람쥐 잡는 방법,겨울철에 뱀굴을 찿아내는 방법 등,재미있고 신기한 방법들을 다 가르쳐 주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혁이는 여러가지 동물 다루는 방법과,다른 아이들이 모르는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아마도 산아저씨가 몇 년 전 산짐승을 잡으려고 파 놓은 함정에 빠졌을 때 마침 혁이가 구해드린 것이 두고두고 고마운 모양입니다.
민수는 산아저씨가 그 뱀을 잡으려고 한다면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러나 '이 사실을 삼촌에게 말씀드려야 하는데.'
민수는 몹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혁이 형,산아저씨가 그 뱀을 어떻게 잡는다는 거야?"
초랑이가 다가서며 물었습니다.
"뱀 잡는 방법이 참 희한해.너희들 내 말을 듣고 나면 믿어지지 않을 걸."
민수의 고민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은 신이났습니다.
혁이가 어깨를 들썩이며 의기양양해 합니다.아마도 혁이는 산아저씨한테서 많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민수는 큰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서 삼촌한테 말씀드려야 하는데.....,'
연방 속으로 궁리하면서도,이미 혁이와 비밀을 지키기로 맹세하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혁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대한 발표를 이런데서 하고 싶진 않은데.목도 마르고 말야.험험!"
혁이가 어른 흉내를 내며 거드름을 피웠습니다.민수는 조바심이 났습니다.
"에이,혁이 형.그러지 말고 얘기해 줘.내가 수박 한 통 쏠게."
"역시 민수가 최고야.우리 얼른 옷 입고 거북바위로 가자."
민수의 수박 가져온다는 말에 혁이가 거드름을 거두고 발딱 일어섰습니다.
"가자!"
우르르 아이들이 강가의 산 위로 올라갔습니다.
--------------------제9회를 마칩니다.
다음 회에 뵙겠습니다.
2013.1.26. 조성덕.
첫댓글 잘보고갑니다,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보름달이 참 맑게도 떠 있습니다.
맑기도 하네요.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휴일 되십시요.
즐감
떨어져 죽지말고 승천을 했으며 좋와을걸요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야 이야기가 되걸랑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