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는 산수유 마을로 불린다. 산수유 나무가 많아서다. 어림잡아 3만그루다.
마을은 화전 2, 3리를 합쳐 60호쯤 된다. 마을 입구 큰 길부터 동네로 들어가는 작은 진입로, 논둑과 밭둑, 집 뒤, 건너편 산 골짜기 등 노란 꽃이 보이면 어김없이 산수유다.
지난 19일 산수유는 봉오리마다 노란 빛을 살짝만 내비쳤다. 주민들은 지난해보다 개화가 일주일쯤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변덕스런 봄 날씨 때문이다.
산수유마을엔 수령 600년이 넘는 산수유 고목 한 그루가 남아 있다. 처음 이 마을에 뿌리를 내린 산수유다. 조상 나무를 빼면 대부분은 수령 100∼300년이다. 주민들이 다시 심은 수령 10∼50년의 어린 나무들도 있다. 이처럼 100년이 넘은 나무가 대부분인 산수유마을은 전국에서 유일하다.
산수유는 구경거리만은 아니다. 빨간 열매는 한약재로 쓰인다. 이 마을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작목이다. 주민들은 산수유를 팔아 자식들을 공부시켜 왔다. 이 마을의 또다른 특산물인 마늘보다 수입이 높다. 마을 앞으로 화산 활동을 멈춘 금성산이 보인다. 금성산 덕분에 화전리는 깊은 산속이지만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산수유와 마늘 재배에 적격이라고 한다.
이 마을은 산수유 말고도 마늘, 송이, 씨없는 감도 생산한다. 그래서 대구·부산 등 대도시에 집을 사 둔 가구만 12곳이 될 정도로 부자마을이다. 산수유 시세는 한동안 중국산에 밀려 떨어졌으나 토종은 다시 제값을 받는다고 한다.
산수유는 최근 들어 관광상품으로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의성군의 산수유 축제 덕분이다.
산수유와 함께 "의성마늘밭"도 구경꺼리일세!!!
의성군은 산수유를 따라 걸을 수 있는 2㎞ 산책로를 정비하고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뒷산에 전망대도 세웠다. 등산로도 냈다.
지난해는 축제에 사진작가와 관광객 등 3만명이 이 마을을 찾았다. 주민들은 생산한 수수·검은콩 등 각종 농산물을 판매한다. 산수유를 가공한 산수유차·농축액 등 각종 가공식품도 선보이고 있다.
산수유山茱萸
洪 海 里
금계랍 먹은 하늘
노랗게 무너져내리는
온 세상의 잠
비틀비틀 흔들리는
노오란 세상
허기진 춘삼월
한낮의 꿈
산수유 그 여자
洪 海 里
눈부신 금빛으로 피어나는
누이야,
네가 그리워 봄은 왔다
저 하늘로부터
이 땅에까지
푸르름이 짙어 어질머리 나고
대지가 시들시들 시들마를 때
너의 사랑은 빨갛게 익어
조롱조롱 매달렸나니
흰눈이 온통 여백으로 빛나는
한겨울, 너는
늙으신 어머니의 마른 젖꼭지
아아,
머지않아 봄은 또 오고 있것다.
시집『황금감옥』(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