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게임 주사위의 잔영이 열리기 30분전, GS와 이올린은 창세기전 랜드에서 처음일지도 모르는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 같이 있었던 라시드는 눈치 빠르게 다른 곳으로 놀러가고 난 뒤이니 마음 편하게 둘이 같이 있을 수 있었다.
둘은 정오의 강한 햇살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서 둘이 기대어 앉아있었다. GS와 이올린은 별말은 없었다.
하지만,(둘의 성격상…) 뭐랄까 연인사이에는 치장하고 어딘지 모르게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둘은 일부러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도 그저 둘이 가만히 기대어 안아있는 것으로도 충분한 연인이었다. GS는 평화롭고 즐거워 보이는 창세기전 랜드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인 듯하군요."
"그래요. 안타리아는 항상 전쟁에 휩싸여 있었지요."
이올린도 동감한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녀도 반제국군 레지탕스로 활약한 적이 있었다.
전쟁은 많은 아픔을 낳는다. 사실은 흑태자도 평화로운 안타리아를 바랬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위해 택한 방법이 대륙통일이었고.
"하지만 지금 현재만은 모두들 대립 없는 모습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이번 대운동회는 잘 열린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돌아가셨던 부모님과 오빠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창세기전 랜드에서 만났던 그들을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그때의 아이스-크로우-도 조금이나마 어두운 그늘을 지워버린 듯했다. 그리고 크로우가 이올린이 GS(흑태자)를 사랑한다는 말에 엄청난 쇼크를 먹은 사고도 있었다.
그러나 GS는 그때를 떠올리며 십년 감수했다는 듯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전 잘못했다간 죽을 뻔했어요."
"하긴, GS는 그들의 원수였으니까…."
이올린이 GS의 진실을 아슈르 17세와 형제들 앞에서 진실을 말하자 일제히 GS를 향해 살기를 피우며 칼부림을 할 기색이었다. 흑태자도 아닌 그저 레인저인 GS는 그들이 덤벼온다면 목숨걸고 달아날 판이었다. 다행히 길지나가던 칼스와 현 팬드래건 국왕 클라우가 말려서 간신히 유혈사태는 방지했다.
이올린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입고 있는 하얀 드레스를 벗어 던져 버렸다. 눈처럼 하얀 드레스가 허공에서 꽃잎처럼 휘날리고…. 옆에 있던 GS는 기겁했다.
"이, 이올린……!!!"
"자, GS우리도 놀러가요."
이올린은 GS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드레스를 벗은 이올린은 어느 새, 그녀의 하얀 갑옷을 입고 있었다. 허리에는 팬드래건의 보물중 하나인 액스컬리버가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갑옷을 걸친 그녀는 강인함과 우아함을 지닌 네메시스 이올린이었다. GS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좋습니다. 이올린."
그 둘은 가상게임 센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치잇."
주변 수풀에 숨어서 잘 어울리는 둘을 노려보고 있는 한사람이 있었다.
"젠장! GS를 한 대 후려치고 싶군!"
그는 분통터진다는 듯이 소리지르며 죄 없는 주변의 수풀을 검으로 후려치는 것으로 화풀이를 했다. 이미 공개된 GS가 흑태자라는 사실에 그를 건드려 보지도 못 하니 별수 없는 것이다. 지금 분통을 터뜨리는 자는 바로 로카르노였다.
"젠장, 젠장! 왜 하필 흑태자인 거야!! GS!!!"
로카르노는 검을 내던지고 풀밭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마치 어떤 행동을 후회하는 듯이.
로카르노의 머릿속에서는 이전까지 GS를 무시하고 못마땅하게 군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현재 그때 행동들에 엄청난 후회를 하고 있다.
'끄아아아, 나 따위는 흑태자와 싸우면 금방 죽을 텐데∼! 그때 그러지 말걸∼!'
그러나 이미 엎지른 물. 로카르노는 모르지만 다행인 건 현재 흑태자가 GS상태이니 복수할 염려가 없다는 정도뿐이었다.(하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아는 사실…)
-가상현실 게임센터
아르케 아벨리안의 가상 전투 시뮬레이션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실시간, 현실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전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안타리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재료와 디자인으로 구성된, 미래 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다.(당연하다 아르케의 양식이니까)
이올린과 GS가 선택한 것은 던전 탐험이었다. 그들의 직업에 맞게 레인저와 기사의 2인 1조 파티로 진행하였다.
저벅저벅
이올린과 GS는 어두운 던전 안을 걷고 있다. 먼지 낀 바닥이라든지 광도, 언제 출현할지 모르는 몬스터 등등 오래된 던전을 사실적으로 잘 재현해내었다.
이올린은 들어올 때는 그냥 통로였는데 프로그램을 가동하자 던전으로 뒤바뀐 것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아르케의 기술력은 대단하군요."
이올린이 손에 액스컬리버를 꺼내들고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몬스터를 경계하며 말했다.
"…. 그렇군요."
GS는 이올린 옆에서 횃불을 들고있었다. 그는 어느 새 레인저의 복장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현재 던전의 난이도는 B, 경험치는 1923점을 번 상태였다.
조금 더 걸어가자 두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의 안쪽은 횃불 빛이 안 닿아 어두워 뭐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쿵쿵
그런데 왼쪽 갈림길에서 덩치 큰 생물이 걸어올 때 나는 둔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몬스터가 이동속도가 느린지 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GS는 근처의 횃불걸이에 횃불을 걸어놓고 검을 뽑아들었고 이올린은 액스컬리버를 고쳐 쥐고 공격준비를 했다.
쿵쿵
발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고 몬스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횃불에 나타난 그것은 인간같이(?)생겼다. 흉측한 외모에 살이 뒤룩뒤룩 쪄서 보기 안 좋은 데다가 더더욱 보기 안 좋게 만드는 것은 툭 튀어나온 배에는 세로로 찢어진 커다란 입이었었으며 피부에는 지저분한 물집 같은 게 나있다.
한마디로 평범한 여자라면 혐오감을 느낄 만 외모의 몬스터였다.
"……………………!"
이올린은 무언가 혐오스러운 것을 본 듯 얼굴이 창백해지며 눈썹이 다소 찌푸려졌다.
"아니…."
GS도 처음 보는 몬스터라서 좀 놀란 듯하다. 하여튼 지금까지 봐왔던 몬스터 중 이렇게 비만형의 몬스터는 처음 보는 둘이었다.
"크르르르르"
몬스터는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자신의 앞에 있는 GS와 이올린을 보자 경계를 하며 공격하려한다. 이 몬스터의 이름은…
"……블리자드 스톰!"
예고도 없이 다짜고짜 초필을 발동하는 약속어를 외치는 이올린. GS는 놀라서 블리자드 스톰에 휘말리지 않도록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액스컬리버에 한기를 품은 푸른빛이 서리고 몬스터의 주위에는 극한의 냉기 품은 엷은 안개 같은 기운이 나타나 몬스터의 몸을 빠르게 감쌌다. 몬스터는 갑작스런 냉기에 놀란 듯, 배에 난 입에서 불을 뿜어보지만, 냉기가 얼음이 되어 몬스터를 가두는 것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사라져!"
이올린은 커다란 외침과 함께 액스컬리버를 힘껏 휘둘렀다. 검에 서린 푸른 기운이 터져나와 얼음 기둥에 갇힌 몬스터에게 명중했다.
챙그랑!
얼음 기둥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그 몬스터-바루스도 얼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헉…. 헉…."
이올린은 초필을 써서 피곤한지, 아니면 몬스터에게 얻은 정신적 데미지 때문인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바루스는 코어헌터들이 여럿 모여야 간신히 잡을 수 있다는 강력한 몬스터지만, 초필 한방에 여기서는 제대로 공격한번 못해보고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바루스에게 묵념을…^^)
뒤로 물러나 있던 GS는 문득 몬스터의 잔해 속에서 커다란 보석 같은 것을 보았다. 그는 몬스터 조각 사이로 다가가 그 보석을 주워 들었다. 이올린은 그의 행동에 의아했는지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GS?"
그는 뒤돌아서 손에든 주먹만한 크기의 바루스 코어를 이올린에게 보여주었다. 바루스 코어는 강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아름다움으로서도 보석으로서 상당한 가치가 있는 고가의 물건이다.
"아름다운 보석이군요. 그런데….그거 그…몬스터에서 나온 거죠?"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요."
"……. 그거 GS가 가지고 있으세요."
말을 마치고 이올린은 바루스가 나온 갈림길의 옆길로 들어갔다. GS는 바루스 코어를 가방 속에 집어넣고 횃불을 들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한편,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
"크아아아아!"
던전안에 울리는 처절한 비명.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드래곤의 울음소리.
"으아아아아 로카르노 죽는다아!"
로카르노는 엉망이 된 갑옷을 걸친 채 드래곤의 공격을 혼신의 힘을 다해 피하고 있다. 안 그래도 전력차이부터가 절망적인데 상황은 더욱더 안 좋아 hp는 1밖에 안 남았고, 아이템도 모두 소비된 상황이었다. 이올린과 GS를 몰래 따라왔다가 함정에 빠져 드래곤의 레어에 오게 된 것이다. 운 없는 로카르노. 이제 남은 것은 게임오버뿐이었다.
"……?"
이올린과 GS는 어디선가 들려온 비명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비명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그것도 상당히 낯익은…"
이올린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럴리가요.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는 이올린과 저, 단 둘뿐이지 않습니까. 어쩌면 함정일수 도 있겠지요."
GS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듯해서 이올린도 그렇게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그렇군요, 빨리 갑시다. GS, 주사위 잔영 시작 전에 빨리 끝내야지요."
그렇게 이올린과 GS는 로카르노를 무시(?)해버리고 게임을 진행해버렸다……
하여튼, 비프로스트 최고의 레인저인 GS와 네메시스 이올린 파티는 빠른 속도로 던전을 공략하여 마침내 최종보스가 있는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 그 동안 중간에 들린 상점에서 바루스 코어를 팔아서 얻은 엄청난 돈 덕택에 돈걱정 없이 고급 아이템과 장비를 잔뜩 가질 수 있었다.
이올린과 GS앞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거대한 문이 있었다. 마왕이 있다는 곳답게 문은 검은 색이었고, 문을 장식과 부조들은 참혹한 전쟁의 모습이나 뜨거운 유황불이 타오르는 지옥의 광경이었다. 상당히 악취미 한 장식들이었다. 이올린은 이문은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누군지 는 모르지만 이 게임 디자이너 취미가 의심되는군요."
GS도 동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마왕을 물리치고 공주님을 구출하면 게임은 끝나는 거지요."
이올린은 활짝 미소지으며 허리춤에 차고 있는 액스컬리버를 뽑아들었다. 한기를 머금은 칼날이 횃불 빛에 차갑게 빛난다.
태양신 비스바덴이 썼다는 '성검' 액스컬리버를 들고 그에 잘 어울리는 '하얀 갑옷'을 입은 이올린의 모습은 마치, 마왕에게 잡혀간 공주 님을 구출하러온 용사 님과 같이 늠름하고 강해 보였다.
이올린이 용사라…. 직위로 보자면 팬드래건의 왕녀이니까 마왕에게 잡혀간 공주 님 역 이여야겠지만…. 그리고 게이시르의 황태자라서 어째…. 용사여야 할 GS는 용사 같은 이올린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평범한 레인저였다.
물론 흑태자라 해도 올 '블랙의 갑옷' 때문에 용사 님보다는 오히려 마왕 쪽이 더 잘 어울린다. 만약에 마왕이 이올린이라면 어울릴지도…--;(-공주 님은 베라딘으로….- 퍼억! 최란: 무슨 소리하는 거냐 작가! 글이나 제대로 써!)
하여튼 용사 이올린은 성검을 들고 문을 열려는데, 손도 안 댔는데 문이 저절로 열렸다.
끼이이이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이 다 열리자 왕궁처럼 같이 방 가운데 깔린 붉은 카펫 끝에는 커다란 옥좌가 있는 것이 보였다. 이올린과 GS는 마왕을 경계하며 홀 안으로 들어왔다. 황궁 같이 거대한 홀에는 밤같이 깊은 어둠이 깔려있어서 옥좌에 앉아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그저 G든 횃불 빛만이 누가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도록 보이게 줄뿐이었다. 작은 횃불로는 어둠을 내쫓기에는 너무 미약했다.
「어서 오라. 용사여」
옥좌에 않아 있는 마왕의 목소리가 음산하게 울려 퍼졌다.
"……풋, 공주는 어디에 있나!!"
"……큭!"
이올린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용사다운 씩씩한 목소리로 외쳤다. 옆에 있던 GS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마왕은 다시 상투적이기까지 한 음산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것은 나를 쓰러뜨리면 가르쳐주겠다!」
마왕의 말이 끝나자, GS의 횃불이 꺼지고 홀에는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팟
천장에서 빛이 밝혀지고 홀의 모습이 드러났다. 옥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자는 검은색 갑주를 걸친 벨제부르였다.
뭐…암흑신이 만든 존재로 그리마의 황제라 불렸으니 마왕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지구에서는 마왕…) 벨제부르는 이올린과 GS모르게 마음속으로 투덜댔다.
'…… 나는 여기서도 최종보스 역이군. 좀 좋은 역 좀 주시면 안됩니까. 마스터! 왜 항상 저는 악역이란 말입니까!'
벨즈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사는 전혀 그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나를 쓰러뜨리려면 먼저 내 시즈 부대들을 쓰러뜨려야 할 것이다!」
벨즈의 발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앞의 바닥에 워프 마법진이 그려지며 수많은 시즈들이 나타났다. 시즈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검은 헬멧에 회색 망토를 두르고 손에는 광선검을 들고 있다.
"G3 최종전투의 재현인가."
이올린은 숫자에서 불리함을 느꼈다. GS도 웬만해서는 잘 안 쓰는 폭탄을 왼손에 꺼내들며 오른손의 횃불을 버리고 돌격 검을 뽑아들었다.
시즈들은 이올린과 GS를 둘러쌌다. 그들 손에 들린 광선검에서 빛이 생성되어 검의 형상을 취했다.
이올린과 GS는 서로의 등을 맞댄 채 공격을 개시하는 시즈들에게 맞섰다.
그리고 벨제부르는 최종보스답게 옥좌에 앉아 그 광경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