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초 ‘앤더슨’의 고수님들을 따라나선 인제 심산행기
인제갔다 그제오다^
한 열흘 전쯤입니다. 회사로 출근해서 오전업무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안산맥가이버’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고수님께서 저 같은 왕초에게 직접전화를 주시는 영광을 받다니^^ 참 드물 수밖에 없는 일이기에 감사했습니다. 통화의 내용인즉슨
“이번주 000님이 심산행을 간다는데 같이 안 가 볼껴?”
였습니다. 강원도 인제라... 거리가 만만치 않고 또 요즘 세상사에서 시끌시끌의 주범인 메르스 때문에 자리를 비우기가 좀 그런 공항에서의 근무인지라 약간 망설여지긴 합니다.
그러나! 저 같은 왕초에겐 마다할 일이 아닙니다. 언제 베테랑 고수분들과 함께 산행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며, 그것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심산행인데...^^
거기다가 안산 맥가이버님께서 결정타를 날리십니다.
“큰 데서도 놀아봐야지~~~~~~~~~~”
맞습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사실 산세가 좀 그렇고 그런 편이라 주로 야생삼이나 나는 곳이니 제대로 된 ‘심’을 뵈려면 아무래도 강원도! 거기다 인제라면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오지(나쁜 의미는 아님^)가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고수 심산행에 동참하기로 합니다.
“예! 토요일에 뵙겠습니다”
부하직원의 결혼식과 맞바꾼 심산행
지난 토요일 새벽 세시. 전날 이러저러한 일들로 좀 분주한 일정을 보낸지라 몸이 무겁지만 고수님들과의 산행을 생각하니 쉬이 잠을 이루지 못하다 겨우 잠들었다 깨었습니다. 약속시간인 아침 여덟시까지 강원도 인제 모처에 도착하려면 네 시에는 출발해야 할 듯합니다. 선잠에서 깨어 잠들기전 미리 적어놓은 리스트에 따라 챙겨야 할 물품들을 채비합니다. 짊어지고 갈 산행배낭 하나에 더해 소품배낭이 하다 더 생깁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나가 차를 빼려고 하니 이런! 차 앞을 다른 차가 막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이드를 걸어 놨다는 겁니다. 환장합니다. 다행히 앞 유리에 전화번호가 있어 전화를 해 보았는데...안 받네요. 두 번더 전화! 또 안 받습니다. 대략...아니 크게 난감입니다. 방법을 찾아야지요.
제차의 사이드미러를 접고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앞 뒤로 스무번은 왔다 갔다 한 끝에 좌우 깻잎 다섯장씩 만큼 간격을 뚫고 빠져나와 차를 세우고 봅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네요 ㅠㅠ. 혹시 몰라 어디 긁힌데 없나 살핍니다. 다행히 제차와 상대차 모두 말짱합니다.
(평창 어딘가쯤을 지날때인 듯)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토요일 새벽시간인지라 고속도로는 한산한 편입니다. 너무 한산하니 좀 심심하기도 하고....그렇습니다. 계속 달립니다. 달리다보니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이거 좀 그렇네요. 저만 그런가? 어짜피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도 꼭 조금만 더, 조금만 더....가서 기름을 넣기로 합니다. 결국은 평창휴게소에서 기름을 넣었습니다. 강원도라 그런지 새벽 공기가 무척 찹니다. 반팔을 입고 있자니 덜덜 떨리네요. 트렁크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으려 했더니... 아고 집에다 놓고 왔습니다. 할 수 없이 모양새 빠지게 회사작업복을 입고 휴게소 식당에 들어가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습니다. 이 또한 모양새 제대로 빠지네요.
등산복 바지에, 반팔셔츠에 윗도리는 회사로고가 찍힌 여름점퍼입니다. 그래도 추워서 덜덜 떠는 것 보다는 낳지요.
전화가 옵니다. 여자분이시네요. 저한테 누구신데 새벽부터 전화를 했냐고 합니다. 감이 딱 잡힙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목까지 뭐가 콱 하고 쳐 오릅니다~~~~~~~만! 참습니다. 어짜피 여기까지 잘 왔는데 화내서 무엇을 할 것이고 또 굳이 생색을 내서 또 뭘 하겠습니까.
‘아~~~ 주차를 하셨는데, 사이드를 푸시지 않고 제 차 앞에....’
“네? 어머어머~~죄송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뭐 더 이상 할 말이고 뭐고 없습니다. 심플하게 종결합니다.
‘괜찮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동해고속도로를 달리고, 지기님을 따르다!
영동고속도로로 동해쪽에 접어들어 이제 동해고속도로를 탑니다. 차가 없는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립니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가 ‘네비양’이 찍어 주는대로 차를 몰아 국도로 들어섭니다. 한참을 그렇게 또 갑니다. 한적한 꼬불꼬불 국도를 달리는데 제 앞에 흰색승용차 하나가 앞서 갑니다. 어짜피 길도 모르고 길도 험하고...추월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냥 따라서 한참을 달립니다.
몇 구비의 갈림길이 나왔는데...그 차는 계속 제가 가는 방향을 따라 앞서갑니다. 응? 저분은 어디를 가시는걸까? 조금..아주 조금 궁금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갈림길이 나왔는데 멈칫 하더니 또 제가 가는 방향이네요^ 살짝 궁금해집니다. 혹시나 해서...바짝 붙어보니 선팅 안 된 차 뒷 유리로 운전석이 보입니다. 운전자는 여자분 같습니다. 그런데 머리모양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약간 뻗친 파마머리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그런 것 같습니다. 순간! 혹 지기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모양새의 실루엣이 영락없습니다. 일전 카페 사진에서 뵌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 듭니다. 에이 아니겠지~~
한참을 그렇게 가다보니 배가 살살 아픕니다. 보통의 시간리듬에서 좀 벗어난 타이밍이라 이제야 소식이 오는가 봅니다. 앞차는 씽씽 잘도 달립니다. 누군지 모르지만...여성분이 운전 참 씩씩하게(?) 아주~~~~자알~~^^ 하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가다보니 저는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간이휴게소도 없고 배가 무지 아픕니다. 어디 적당한 곳에서 차를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앞서가던 차는 어느 길로 꺽어들어가고 저는 얼떨결에 직진을 합니다. 조금 더 가니...길 옆 경치 좋은곳에 개방화장실이라고 있네요. 생각보다 화장실이 깨끗합니다.
볼일을 보고 잠시 쉬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산세는 가히 일품입니다. 우리동네의 야산들과는 ‘게임’이 되질 않습니다. 여기는 강원도 인제입니다~~ 저는 강원도 인제 온 겁니다^^
곰배령!
네비양이 찍어 주길 바랬지만 제 네비양은 좀 오래 되신 분이라 니가 알아서 가라는 것인지 아니면 기억력이 떨어지는지 약속장소인 ‘곰배령눈꽃세상**’이 안 잡힙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위성지도 검색을 해서 바로 옆에 있는 설피밭교(다리)를 검색해서 찍고 왔습니다.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입니다.
국도에서 차를 꺽어 조그만 계곡위에 있는 다리를 건너자 바로 곰배령님이 계시는 펜션이 나옵니다^^(이제 직접광고를 하지 않고도 약속장소는 어딘지 조합이 되었네요^^)
차에서 보니 한눈에도 희락당님처럼 보이는 희락당님과 곰배령님께서 펜션 테라스에서 저를 내려다보시고 계십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있으니 헉!!! 지기님이 계시네요. 그렇다면? 맞습니다. 그게 맞았던 겁니다. 앞서가던 차는 역시 지기님 차가 맞았네요. 이러저러 이야기 끝에 지기님도 뒤에 계속 따라오는 차가 있어 혹시 ‘앤더슨’ 차가 아닌가 궁금해 하시다가 전화를 해보려 하셨다네요.
그러나...만일 아니면 좀 민망하실 것 같아 말았는데, 잘 따라오던 차가 제가 볼일 보러가느라 직진해버리니까 ...아닌가 보다 하셨답니다. 하~~~참 거 뭐랄까요. 하여간 별일도 별일이었습니다.
곰배령님 옆지기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며 멀리서 왔다고 일단 따뜻한 커피를 주시고 아침 식사를 걱정해 주시네요. 아침은 오다가 휴게소에서 먹었기 때문에 괜한 민폐를 끼칠 필요는 없었습니다. 원래는 안산맥가이버님께서도 같이 산행을 하실 예정이셨습니다만, 갑자기 들어온 업무를 처리하셔야 해서 제가 도착하기 얼마전에 출발하셨답니다. 저로서는 통탄할 일이죠.... 왕초가 고수분으로부터 한 수 배울 절호의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맥가이버님과는 전화로 안부를 나누고 풍산을 기원해 주시는 것에 만족하고 이어 산행준비를 합니다.
고수님들께서 산을 고르고 치고 오르다!
희락당님께서 선생님으로 모시는분께서 가늠해주신 인근의 산이 오늘의 산행목표입니다. 강원도하고도 인제의 산세는 가히 일품입니다. 일단 높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표고와 해발이 수백미터네요^^ 우리동네로 따지면 인근의 제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 있는 높이와.. 아니 그 보다도 높습니다. 고수님들은 신발이며 장비 그리고 그윽이 산을 올려다 보시는 폼새도 멋지십니다. 왕초 앤더슨은 어설픈 복장에 나무 작대기 그리고 ....하여간 어설픕니다.
(곰배령님네 펜션쪽에서 바라본 목표산행지 일대)
일단 산 고르기는 되었고 다음은 들머리와 진행방향잡기를 하십니다.
“음~~~내가 보기에는 저 골짜기 세 개중에 맨 왼쪽을 치고 들어가서 능선을 넘고 그 뒤편을 쳐보는게 좋을 것 같은데...”
희락당님의 말씀입니다.
“워디? 조오기 낙엽송 있는 골로 들어가서 넘어간다는 말이제?”
지기님의 말씀이십니다. 곰배령님은 그윽이 두분이 하시는 말씀을 들으시다가 알듯말듯한 추임새를 넣으십니다. 저로서는 그저 열심히 귀에 담으며 눈만 꿈뻑이며 어딘지를 말하는지도 모름서 어설프게 산세를 보는 척을 합니다.
출발입니다. 드디어 고수님들과의 동반산행!!!
맨 앞에 희락당님이 앞서시고 이어 곰배령님 그리고 지기님께서 따르십니다. 저는 당연 꼴찌바리입니다^ 초입까지 가는 길에 지기님은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시다 갑자기 어제 산행에서 거두신 실한 더덕 몇 개가 담긴 봉지를 제게 주십니다. 집에가서 강원도 산더덕 맛을 보라십니다. 그저 황송할 뿐이네요.
(맨 앞장을 서신 희락당님, 이어 파란파카 곰배령님 그리고 포스작렬! 초승달지기님!!!)
산 초입에 들자 분위기가 남다르네요. 우리동네 산 초입은 일단 화사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나무들이 오래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고 또 수목분포가 그리 좋지 않다는 말이죠. 이곳은 일단 거무죽죽합니다. 분위기가 압도되고...저 산골속에 산신령님이 계실 것 같은 그런 기분입니다.
(좌측부터 곰배령님, 왕초 앤더슨, 희락당님)
(산행지에서)
어젯밤 아니면 오늘 새벽에 비가 온 듯 산속은 제법 물기가 축축합니다. 골짜기 초입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수목이 우거지고 경사도 만만치 않네요. 골짜기를 타기도 하다가 능선을 타기도 하며 오르다보니 골의 중간쯤에 이르렀습니다. 정면은 칡이며 덩굴이 가로막힌 너덜(서렁)입니다. 오늘 탐심을 하기로 한 목표가 아닌 곳에서 힘을 빼지 말자는데 의견이 이르렀고 이어 바로 우측경사면을 올라 능선을 타고 정상부로 오르기로 합니다. 몇 걸음 오르니 더덕이 나옵니다. 지기님께서 두어 뿌리를 캐서 또 제게 주십니다. 조금 더 가니 나무에 잔나비걸상 버섯이 붙어 있습니다. 크기는 3~4인용 밥솥 뚜껑 만합니다. 우와~~~ 이정도면 실한 것 아닌가? 그러나 고수님들은 윗 부분의 상태가 별로라며 그냥 패스하십니다.
‘우리 동네에서 이 정도면 말 그대로 대박! 같은데...쩝’
그냥 눈으로 한 번 요기를 하고 지나치려다 강원도 버섯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상태가 안좋다고 두고 가시는 것이 바로 이겁니다.
(제가 보기엔 괜찮아 보이던 잔나비걸상)
능선에 오르니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경사면이 생각보다 완만합니다. 사실 경사가 완만하다기 보다 능선부가 잠시 평평한 것이고 밑으로 그리고 이어 옆으로 이어지는 능선부는 경사가 상당합니다.
희락당님께서 찍어준 방향으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내려가거나 옆으로 이동하며 탐심을 합니다. 일단 나무들은 장난이 아닙니다. 바닥도 좋고 분위기도 좋습니다. 산속은 마치 정글 같습니다.
(길죽한 풀 같은 것들이 톡새? 톡쇄(?) 어디에 쓸수 있다고 지기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심자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합니다)
저는 정말 열심히 눈에 불을 켜고 살핍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혹, 왕초가 심을 먼저 발견해 칭찬이라도 듣지 않을까 은근 택도 아닌 욕심도 없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산행지의 풍경묘사
가끔 비닐 부스러기 같은 것이 있긴 했지만 산속은 깨끗합니다. 야산속에서 가끔씩 겪는 고약한 냄새도 없고, 날벌레나 모기 같은 것도 생각보다 없습니다. 뱀도 예상외로 없네요.
새소리가 참 요란합니다. 괜찮은 포인트에 이르면 새 똥이 여기저기 수목에 묻어 있어 바짝 긴장을 하게 합니다. 완만한 경사면도 나타나고 밭 같이 널찍한 바닥도 나옵니다. 다들 열심히 책임구역(?)을 살핍니다. 곰배령님은 약초공부산행을 겸하셨기에 희락당님께서 틈틈이 이것저것 가르쳐 주시면 꼼꼼히 살피시고 또 필요한 것은 꼭 필요하신 만큼만 거두십니다.
(숲이 끝내 줍니다)
저는 지기님과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며 탐심을 합니다. 한참을 그렇게 탐심을 했지만 아직 아무도 그 분을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왕초도 실한 더덕 몇 뿌리를 취했습니다. 강원도 산더덕, 정말 좋네요.
심 같은 오가피, 정말 감쪽같은 오가피들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 불쑥 나타나 숨을 멎게 했다 풀게 했다 몇 번이나 요란을 떱니다.
그렇게 두어시간 탐심을 하다 다시 어느 포인트에 자연스럽게 집결이 됩니다. 다시 희락당님께서 전략을 짜십니다. 바닥이며, 산세를 한참 살피신 끝에 새로운 방향으로 코스를 잡으십니다. 희락당님과 곰배령님은 능선 상부경사면을 따라 치고 나가시고, 지기님과 저는 중간부나 하발부로 치우친 면을 타기로 합니다.
깊은 산이라 우거진 수목탓에 조금만 방심하면 빨간 파카를 입으신 지기님은 금새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저 위쪽에 계신 희락당님과 곰배령님은 이미 제 시야에서 사라지신지 오래입니다. 이제 지기님쪽으로 거리를 붙여야 합니다. 그것만이 살길이고 믿을 것은 지기님 뿐입니다. 지기님도 초집중을 하시는지 이제 왕초에게 관심도 없는 듯 불러주지도 않습니다^^
배터리충전을 제대로 하지 않아 남은 배터리는 20%! 게다가 네이버지도도 제대로 뜨지 않네요. 이런~~
거리가 좀 벌어졌다 싶으면 가만히 숨을 죽이고 귀의 청각을 최대로 올립니다. 한참 그렇게 있으면 좀 아래쪽을 살피시는 지기님의 움직임이 들립니다. 그럼 또 앞으로 이동하고 그렇게 반복하다가 그만 커다란 뽕나무에 정신이 팔리고 또 산속에서 만난 나무 화분 같은 것을 구경하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산속미아!
분명 저는 직진을 하며 지기님이 아래쪽에 계신 것으로 알고 정면부에 있는 작은 능선을 넘어 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어라? 한참을 청각에 의존해 탐청을 했지만 들리는 것은 새소리 뿐입니다. 순간 당황을 넘어, 대략난감입니다.
이거 큰일 났습니다. 꽥꽥 소리를 질러 희락당님쪽이나 지기님쪽으로 위치확인을 위한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좀 그렇습니다. 잘 못 소리를 지르면 혹 ‘왕초가 심을 봤나?’ 하고 오해를 하실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일단 나중에 더 큰 민폐를 끼치는 것보다는 위치확인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 산속에서 꽥꽥 소리를 지릅니다.
“희락당님!!!!!!!”
아무반응이 없습니다.
“지기니~~~~~~임!!!”
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고...큰일이네요. 두어번 더 부르다 안되겠다는 생각에 혹시몰라 전화기를 보니 4G도 안 걸리고 3G입니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지기님께 전화를 겁니다. 한참만에 전화를 받으십니다. 아이고 얼마나 반가운지...ㅠㅠ
그렇게 어찌어찌 어디냐? 소리를 질러봐라? 아까 있던 곳에서 능선을 넘었냐? 밑으로.. 위로 하며 방향을 잡아 가다보니 켁! 지기님께서 제가 넘어온 아래쪽 능선위에 앉아서 뭘 드심서 말씀하시네요
“앤더슨님...거기 바닥 좋아요???”
그 와중에 태연하게 아무일 없다는 듯 바닥을 물으십니다.
저는 또 답을 합니다.
“아~~네. 뭐 그런대로 바닥이 좋은 것 같은데....~~요”
지금에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바닥 별로였습니다. 길 잃었다가 지기님과 조인해서 그제야 한숨을 놓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저한테 바닥이 어떠냐고 물으시니 태연한 척 그랬을뿐입니다 ㅠㅠ
(수목이 울창합니다. 우측의 지기님 앞쪽에 떨어져 있는 나무의 굵기가 말해줍니다.)
어쨌든 다행입니다. 능선으로 올라가서 잠시 쉬면서 간단히 에너지 보충을 하고...지기님은 휴대폰에 깔아두신 ‘나들이’로 위치검색을 하십니다. 그리고 워쩌까?를 연발하시며, 희락당님과 곰배령님이 계신쪽을 가늠하십니다. 그러다가 저를 데리고 능선을 내려가다 작은 골을 만나 다시 정면의 경사면을 오르기로 합니다. 제가 가늠한 방향과는 다른데 지기님은 그 방향이 처음 올랐던 능선너머라 하시네요. 어라? 맞나? 결론은 맞았습니다. 아고~~~~~ 저 혼자 심산행을 하다 방향을 잡았으면 백프로 엄한 곳으로 나가 헤맸을 겁니다.
잠시후 저와 지기님께서 내려왔던 방향에서 희락당님과 곰배령님의 기척이 들리고 두어번의 위치확인 신호에 이어 다시 네 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철수입니다.
생각보다 습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이십니다. 그나마 혹시나 하셨던 버섯도 보이지 않는 까닭에 망설일 것도 없이 하산을 하기로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지만 고수님들의 판단히 당연 틀릴 것이 없을 듯 합니다. 다시 한참이나 이어진 작은 골을 따라 밑으로 내려옵니다. 워낙 숲이 우거져 위치가늠이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골을 벗어나니 곰배령님 펜션을 중심으로 뒤쪽에 펼쳐진 산자락을 한 바퀴 빙 돌아본 코스였네요.
날머리쪽에 이르며 보니 개다래가 천지입니다. 지기님은 요기! 조기! 하시며 곰배령님께 이러저러한 채취정보를 주십니다. 가을에 적지 않은 수확이 있을 것이라 하시면서요^^
(바닥을 살피시는 희락당님과 저 위쪽에 계신 초승달 지기님)
비록 1일차 심산행에서 그분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산을 고르고, 오르고, 코스를 잡고, 버릴 방향은 과감히 버리고 택한 방향은 꼼꼼히 살피고 또 이러저러한 수목에 대한 공부도 했습니다. 왕초로서는 뭐하나 허투루 놓칠 수 없는 발걸음이었습니다.
내려오니 시간이 좀 이릅니다. 오후 세시쯤 되었나? 좀 안 되었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어정쩡하긴 했습니다. 그러던차에 희락당님이 말씀하십니다. 곰배령님 펜션 바로앞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완만한 계곡이 있었습니다. 바로 코 앞입니다.
“함마로 돌을 쳐서 고기나 잡아서 매운탕이나 끓여 먹어 볼까~~~~~”
결국 곰배령님 펜션에서 5파운드 해머(통상 ‘오함마’라고 부르는)를 가져 오십니다. 졸지에 희락당님은 사수 저는 양파망을 든 부사수가 되어 물고기를 포획조가 되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일단 희락당님이 물속에 반쯤 잠김 호박돌(한 아름 정도 크기의 돌)을 빡!빡!빡!!! 하고 세 번씩 내리칩니다. 첫빵 해머질에 포탄터지 듯 돌조각 파편이 사방으로 튑니다. 아무래도 이런 경험이 적으신 지기님이 먼저 돌 파편에 맞아 전사하실 뻔하고 기겁을 하십니다. 저는 그럴 줄 알고 해머질을 할 때 고개를 살짝 돌렸습니다^^
(으럇챠챠!!!! 빡! 희락당님의 오함마질~)
어쨌든 잠시후, 놀랍게도 돌 밑에서 버들치가 몇 마리씩 기절해서 둥둥 떠오릅니다. 앗싸! 그렇게 열심히 희락당님은 돌을 내리치시고 저는 고기를 주워 담습니다.
(함마질로 잡은 '송어'!)
한 번에 두세마리는 기본, 어떤 돌에서는 여덟마리도 나옵니다. 심지어 메기도 두 마리나 잡았고.......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라....진짜로 손바닥보다 큰 송어 한 마리 그리고 작은 송어(잡을 때는 송어인지도 몰랐음)도 한 마리 잡습니다.
(들어들어! 돌덩이를 들어봐 ...나온다니까!)
희락당님과 저 그리고 지기님은 신이 나서 낄낄거리며 열심히 잡다가 밑으로 내려가서는 큰 바위밑 물이 깊은 곳에 곰배령님이 던져 놓으신 어항속에 든 물고기들을 보고 군침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게 곰배령님이 놓으신 건줄 모르고.... 좀 욕심은 났지만 남의 동네에서 괜히 구설수에 말릴까봐 건들지도 않았습니다. 나중에 곰배령님이 놓으신 어항인 것을 알고 죄다 꺼내와 배를 따고 매운탕꺼리로 준비했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매운탕을 끓여먹지 못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 가 하나 있는데...희락당님께서 속 상하실까봐 여기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곰배령님 옆지기님께서 끓여주신 라면을 맛나게 먹고...잠시 쉬다가 희락당님과 지기님은 내일 의 심산행지에 대해 정보를 주고 받으십니다. 그냥 대충대충 말씀하실줄 알았는데...아주 심각하십니다. 땅바닥에 지도까지 그려가시면서 말입니다.
연이틀의 산행으로 좀 고단하시고 또 강릉밭에 살펴보셔야 할 작물들이 있기에 지기님께서는 먼저 출발하시고 저와 희락당님은 아무래도 내일 새벽 산행을 위해서는 목표로 한 산 근처 가까이로 이동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곰배령님의 만류를 뒤로 하고 장소를 떠납니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 군부대가 많은 인제 현리를 지나 또 한참을 갑니다. 굽이굽이 이어진 계곡가로 펜션들이 참 많네요.
메르스의 여파로 단체예약이 줄줄이 깨지는 등의 피해가 이곳에도 미쳤다고 합니다. 가는길에 희락당님의 코란도는 산세를 살피시느라 차의 속도가 빠르다 느렸다 합니다. 저는 졸졸졸 굽이굽이 길을 열심히 따라갑니다. 그렇게 아주 한참을 달려 어느 동네에 이릅니다. 희락당님께서 안면이 있는 시골마을의 식당에 저를 데리고 들어가셔서 토종닭볶음탕을 사 주십니다. 아이고 그저 감사하고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입니다. 닭볶음탕도 일품이고 밑반찬도 도회지에서 나오는 그렇고 그런 것이 아니라 입에 착착 달라붙는 산나물로 만든 반찬입니다. 약이 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정말 소주한잔 절로 생각이 납니다. 그런 생각이 안 나면 말이 되지 않을 맛 입니다. 그런데 희락당님께서는 술을 아니 시키십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술을 끊으신지 벌써 4년이 되셨다 합니다. 흐미~~~~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저도 기왕지사 산행에 나선 몸 맑은 정신과 몸의 컨디션을 위해 희락당님의 괜찮으니 한 잘 하라는 ‘권주’를 정중히 거절하는 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이어 가까운 곳에 있는 황토방형 민박집으로 이동합니다. 바로 도로 옆에 있고 계곡과 붙어 있어 경치도 그만입니다. 주인장분과는 안면식이 있으신 듯 합니다. 서글서글 하신 인상에 호탕하신 성격으로 보이는 주인장분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고 이러저러한 인사를 나누십니다. 그러다가 원주민의 입장에서 약간의 산행지정보를 주십니다. 저야 들어도 또 봐도 무슨 소린지 알수 없지만...희락당님께서는 고수님답게 그분의 말씀을 머릿속에 스토리로 담아 구성하셔서 소중한 정보로 가공하시는 듯 합니다. 고수의 내공은 역시! 두말 해 무엇하겠습니까.
방에 짐을 풀고 이어 커피도 한잔 끓여 마당에 나와 하늘의 별을 보며 분위기도 잡습니다. 별! 정말 별의별입니다. 별이 쏟아집니다. 머리위에 북두칠성이 있고... 도회지에 밝은 빛 속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별빛에 잠시 감성이 풍부해집니다. 희락당님께서도 한 마디 툭 하시는데...^^ 아마 예전 옛사랑이셨던 어느 분을 떠 올리셨나?
‘예전에 어떤 사람이 무슨 별자리를 가르쳐 주었는데...보자..그게 뭐였더라?’
더 이상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99% 카시오페아 일 겁니다. 그때는 다 그랬으니까요^^
밤이 깊어 갑니다. 자리를 깔고...고수님과 저는 방에 누웠습니다. 낮에 산행을 한터라 좀 고단하긴 했지만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습니다. 희락당님도 보기(?)와는 달리 은근 센티하신 듯 ‘프로듀사’ 마지막회를 열심히 보십니다. 그러다가 저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합니다. 산행이야기며, 삼 이야기며, 약초이야기에 버섯이야기, 살아오신 이야기.... 등등 저는 정말 많이 듣고 배웠습니다. 책에 써 있는 것 말고 정말 경험이 받쳐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좋은 말씀들 감사할 뿐이죠. 그러다가 또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합니다. 무슨 이야기? 군대이야기입니다. 서로의 군대생활이야기를 합니다. 남자라면 다 그렇듯 또 군대에서 얻어맞은 이야기 참 많이 합니다. 다행히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남자들만의 근엄(?)한 수다를 떨다가 잠자리에 듭니다. 좋은 꿈을 꾸기로 하고서 말이죠.
첫댓글 앤더슨님 산행의 고수 이신 지기님과 희럭당님 하고 같이 산행 을 하셨군요..
좋은 경험 하시고 오셨읍니다.
민물고기 매운탕이 정말 맛 있는데 드시지도 못하고 오셨군요..
고수님들과의 멋진 경험 산행 축하 합니다.
초보에겐 더없이 큰 기회였습니다^
청정지역의 매운탕을 맛볼 기회였는데...다음을 기약합니다.
허수아비님께서도 늘 안산과 풍산하시기 바랍니다.
리얼한 산행기 잘보왔읍니다 이편 보러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산행기는 이틀을 고수님들을 따라 다니다보니...내용이 참 많아
주저리주저리 길어진 것 같습니다.
늘 안산풍산하시기 바랍니다.
앤더슨님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못내 아쉽습니다. 그곳까지 와서 보시고자 하신 심을 못 봐서 그렇지만 좋은 경험이였다니 다행입니다. 산행기 읽다가 웃음이 절로 납니다ㅎㅎㅎ
지기님과 산행을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날 앞차를 따라가며 본 뻗친 파마머리의 지기님 뒷모습이 자꾸 떠올라
저도 웃음이 납니다^^
많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산행기 잘 보았읍니다
감사합니다.
장마가 시작된 듯 합니다. 궂은 날씨에 안산하시기 바랍니다.
아주 생동감있는 산행기 참 재미있게 보았읍니다은 아니지만 지급 두 세게는 드신 효염이 있을겁니다
그처럼 좋은산행을 하였으니 천
결과보다 과정이 우리를 살지우고 건강하게 하지요
맞습니다. 시원하고 맑은 산공기, 울창한 산림과 수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
그리고 마구잡이가 아니라 .....고수님들을 따라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늘 안산과 풍산하시기 바랍니다.
매운탕도 못 끓여드셨다면서요
시간만되었으면 없는솜씨지만 끓여드렸을텐데 영원히 추억으로 남으시겠습니다
아~~말씀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야 뭐 그렇지만...희락당님께서 많이 아쉬우실 것 같습니다.
시원한 냉차 정말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산행으로 말랐던 목이 청량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차제에 또 부탁드리겠습니다.^
장마가 시작된 듯 합니다. 건강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앤더슨 ㅎㅎ 냉차가 아니고 칡카푸치노요 ㅋㅋ
비가 많이 오네요
운전조심하세요
@여신 앗! 그렇지요? 여신님~~~^^칡맛이 분명~~^^
커피맛이 났던것 같은데....약간 약차맛도 났던것 같아 저는 더 좋았습니다. 아닌가?
여기도 밤새 비가 많이 왔습니다. 계곡지역이니 혹여 ...더욱 주의하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ㅎ....장하십니다. 앤더슨님.....ㅎ
다음엔.....꼭.....유구무언
앗! 사부님...감사합니다.
어설픈 왕초 데리고 다니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곡괭이 감사하오며, 희락당님의 기를 받아 효험 보도록 하겠습니다^
장마에 늘 안산하시고 산행에서 풍산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앤더슨님 산행기을 보고 있으니 제가 산행 하는 느깜이 드는군요.
그날의 파노라마가 그려 지는군요.ㅎㅎ함께 했으면 더욱더 많은 이야기 거리가 나왔을텐데요.ㅎㅎ멀리 강원도 까지와서 고생만 하고가서 미안 합니다.늘 안산 하시길 바랍니다.
안산맥가이버님...
그런 말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돈(?)주고도 배울 수 없는 살아있는 산행을 해봤기에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동네에서 그 기본을 토대로 열심히 훈련하여 다음에는 좀 더 그럴싸한 멤버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산행기 실간나게 잘 읽었네요...좋은심 보세요
새벽녘님 감사합니다. 항상 안산과 풍산하시기 바랍니다.
언제 한번 산행하지요. 저에 대해서는 희락당님, 안산맥가이버형님한테 물어 보면 잘압니다. ㅎㅎㅎ
하리마오님 안녕하십니까?
기회가 된다면 영광이지요^^ 초보라 걸그적 거릴까봐 그저 조심스러울 뿐입니다^ ^
항상 안산과 풍산 그리고 좋은 날들 되시기 바라옵니다.
"톡새"? "속새"를 말씀하시는군요. 긴 장문의 산행기 쓰는 사람도 힘들지만 읽는 사람도 여간한 성의없이는
읽기도 힘듭니다. 오늘은 시간도 나고해서 차분히 읽어 봅니다. 산행하시는 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일만큼 잘쓰셨네요. 2탄도 있던데 2탄에서는 심을 보실까요? 궁금합니다.
산행기 1탄 잘 봤습니다.
아~~속새군요. 뭐라뭐라 하셨는데...마땅히 적을 수도 없고 ...
쓸데없이 긴 글이라 막상 적고 보니 민망합니다. 좀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항상 좋은 산행되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램합니다.
기나긴 산행기 정성스럽게 쓰셨네요
지루한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보았네요
수고하셨고 항상 안상하세요
감사합니다. 초보라 뭘 거르고 뭘 깊이있게 들어가야 할지 가늠이 안되서 주저리주저리 길기만 하고
요란합니다^
늘 안산과 풍산, 즐거운 산행 되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잼난사연 잘 봤습니다 ..
노을님, 감사합니다.
심산의 또 다른 고수님! 언젠가 동반산행의 영광이 있는날이 있으리라 바램합니다.
늘 안산하시고 풍산하시기 바랍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