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546〉
■ 개를 여남은이나 기르되 (작자 미상)
개를 여남은이나 기르되 요 개같이 얄미우랴
미운 님 오면은 꼬리를 홰홰 치며 치뛰락 나리뛰락 반겨서 내닫고 고운 님 오면은 뒷발을 바등바등 무르락 나오락 캉캉 짖어서 돌아가게 한다
쉰밥이 그릇그릇 날진들 너 먹일 줄이 있으랴 (현대어 풀이)
- 조선 영조 4년(1728년) 시조집 <청구영언> (김천택 편저)
*최근 들어서 인간의 가장 오래된 동반자인 개는, 생활이 크게 윤택해 지면서 애완동물이자 가족으로 대우받으며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관련 법령도 만들어졌고요.
특히 아파트가 대부분이고 혼자 사는 가구가 많은 대도시에서는 개들이 집안으로 들어가서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아직도 대개의 개들이 집안보다는 마당에서 목이 묶인 채, 애완동물보다는 집을 지키는 것이 주된 임무이기도 해서, 답답하게 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를 직접 잡아서 동네잔치를 벌이기도 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이기도 합니다만.
이 작품은 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지만 오지 않는 임에 대한 원망스런 마음을 진솔하면서 익살스럽게 표현한 사설시조입니다.
이 시조의 주인공은 고운 임이 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며, 열 마리가 넘는 개들 중에서 미운 이는 반기고 고운 이는 쫓아버리는 어떤 개에게, 임이 오지 않는 데 대한 원망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이 詩에서는, 평범하고 소박한 서민들의 투박한 일상어를 사용하여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희로애락을 투박하고 소탈하게 노래하며, 당시 서민들의 의식세계를 슬쩍 보여주고 있군요.
특히 중장에서 읊고 있는 시문인, ‘미운 임이 오면 꼬리를 홰홰치면서 뛰어 올랐다 내리 뛰었다 반기고 사랑하는 임이 오면 뒷발을 버둥거리면서 물러났다 나아갔다 캉캉 짖어서 돌아가게 한다’는 절묘한 표현은 다시 읽어봐도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그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