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교향곡 2번은 유독 작곡기간이 길다. 무려 7년이나 걸린 작곡은 라이프치히 시절인 1888년 1월에서 시작된다. 1888년 1월 20일 말러는 미완성으로 끝난 베버의 오페라 'Die drei Pintos'를 완성하여 초연했는데, 그는 그 직후부터 교향곡 제2번의 1악장 작곡에 착수하였다. 나탈리-바우어 레히너에 따르면 1악장의 '죽음의 행진'을 작곡할 당시 말러는 꽃과 화환들에 둘러 쌓여 죽은 듯 고요하게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곤 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공연에서 받은 꽃과 화환들은 그의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이 북새통을 견디다 못한 집주인에 의해서야 나중에 치워졌다 작곡은 순조로워서 같은 해 8월9일
1악장의 총보가 완성되었고, 다음 달인 9월 10일 프라하에서 최종본이 만들어졌다. 이 악장의 자필 원고를 보면 첫 페이지에 '장례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잇고 그 아래에는 '교향곡 c 단조'와 '1악장'이라고 쓰여져 있지만, 교향곡 c 단조는 지워진 흔적이 보인다. 결국 '장례식'이라는 제목이 언제쯤 등장한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말러가 '장례식'을 교향곡의 한 부분으로 확장하고 싶어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1891년 출판업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러가 이 곡을 그 자체로서 단순히 '교향시'라고 부르고 잇는 데다가 1888년에서 1902년 사이에는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 들어갈 곡들을 작곡하느라고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1888년 1월에서 5월까지 라이프치히에 있는 동안 말러는 나중에 '안단테 모데라토' 악장에 쓰이게 되는 두 멜로디를 스케치하는데, 처음부터 이 멜로디를 교향곡에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편지에 따르면 말러는 이 멜로디에 많은 애책을 가졌던 것 같다. 1893년 슈타인바흐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동안 말러는 교향곡과 가곡집에 동시에 손대기 시작했다. 작곡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어 7월 한달 동안 4악장 '원광(原光)'과 3악장의 기초가 되는 가곡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우다의 성 안토니우스', 2악장 '안단테 모데라토', 3악장 '스케르쪼' 등이 모두 작곡되었다. 1893년의 겨울, 말러가 그의 친구 요제프 푀르스터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로운 교향곡을 위해서 '장례식'을 포함한 세 악장이 준비되었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원광(原光)'을 애초에 교향곡에 포함시킬 의도는 아니었던 듯 하다. 함께 곡을 살펴보면서 말러와 푀르스터는 1악장의 규모가 상당히 큰 바람에 같은 규모의 피날레를 작곡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동의했다.
작품의 구성
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장례식(totenfeier)'이라고 명명된 이 악장의 제목은 폴란드 시인 아담 미키에비츠의 동명 서사시로부터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 시는 18847년 말러의 절친한 친구인 지크프리트 리피너에 의해 독일어로 번역되어 라이프치히에서 출판되었는데, 말러는 나중에 발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한 구절을 인용할 정도로 이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이 시에서 주인공은 죽은 이의 영혼을 부르는 데 그들은 자신들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말러는 1896년 3월 막스 마르샬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는 1악장을 장례식이라고 이름지었다. 굳이 알고 싶다면, 내 D장조 교향곡의 영웅을 내가 장사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의 삶을 나는 이제 보다 우월한 곳에서 회상을 한다."
상당히 강렬한 곡의 느낌은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한스 폰 뵐로(그는 몇 년 후에 진행된 자신의 장례식이 교향곡의 완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가 1891년 겨울 이 곡을 듣고 나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이 곡에 비하면 하이든의 교향곡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였다.
이 곡의 구조가 특이해 보이는 것은 상당히 확장된 발전부 때문이다. 발전부는 제시부나 재현부에 비해 거의 두 배의 길이를 가지고 있으며, 게다가 그 자체로도 뚜렷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제시부는 거친 c단조의 제1주제로 시작되어 E플랫 장조의 훨씬 부드럽고 서정적인 제2주제로 이어진다. 바이올린의 상승 멜로디로 시작되는 이 주제는 사무치는 듯한 말러의 서정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제2주제 후에는 소위 '리스트의 십자가 화음'이라고 불리는 화성으로 구성된 제3주제가 트럼펫, 트롬본 등의 금관악기로부터 A플랫 장조로 시작되어 g 단조인 코데타로 이어진다. 코데타에서는 장례음악이 베이스의 오스티나토(반복되는 일정한 리듬)와 함께 전달되는데 상당히 어둡다.
리하르트 슈페흐트가 두 발전부의 존재에 대해 처음 주목한 이후, 이는 학자들에 의해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각 발전부는 앞서 제시된 주제를 각기 새로운 조합과 새로운 소재를 이용해 다른 방향으로 전개시켜 간다. 첫 번째 발전부는 제2주제에 기초되어 극히 조심스럽게 C 장조로 시작된다. 그 다음 베이스의 5도 페달 포인트를 배경으로 잉글리쉬 호른에서 시작되는 전원풍의 멜로디는 완전히 새로운 소재중의 하나이다. 이 주제는 재현부에서 다시 등장하여 주요하게 다루어진다. 악장의 첫 부분이 폭력적으로 다시 등장한 후 첫 번째 발전부는 끝나고 베이스의 붙점 리듬으로 두 번재 발전부가 시작된다. 이 리듬을 배경으로 잉글리쉬 호른이 E 플랫 단조의 멜로디를 한 숨 쉬듯이 연주한다. 여기에서는 '진노의 날' 동기도 등장하고(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마지막 악장에 등장하는 '진노의 날' 동기와 거의 동일하다), '부활' 동기, '십자가' 동기 등이 모두 등장하게 되는데 이 대부분은 마지막 악장에서 주요하게 쓰일 동기들이다. 재현부는 제시부의 순서를 거의 따르지만 제2주제는 '전원' 주제가 결합되어 있다.
2악장 안단체 모데라토
이 악장에서는 크게 두 주제가 반복된다. 말하자면 A-B-A1-B1-A2-코다 순이다. 주제A는 말러의 교향곡에서 늘 등장하는 렌틀러(작은 왈츠 형식)로써 사랑스럽다. 주제 B는 조금 더 스케르쪼에 가깝다. 여기에서 현은 늘 '피우 피아니시모'라고 지시되어 있는 스타카토를 전개시켜 가는데, 말러는 이 주제를 베토벤이 9번 교향곡으로부터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교향곡 2번이 1910년 4얼 파리에서 연주되었을 때는 드뷔시, 뒤카, 피에르네 등이 바로 이 악장이 진부하다는 이유로 연주 중간에 일어서 나가 버림으로써 말러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하지만 원래 드뷔시는 이런 나쁜 연주회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소나타 형식을 혐오하던 젊은 시절에는 소나타 형식의 전개부가 시작되기만 하면 '이런, 곡이 전개되는군'이라고 궁시렁거리며 연주회장을 나가 버리기로 악명이 높았다.
3악장 스케르쪼 '부드럽게 흐르는 운동감을 가지고'
2악장과 마찬가지로 이 악장도 두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즉, A-B-A1-B1-A2 라고 할 수 있다. 말러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같은 시기에 작곡한 가곡 '물고기에게 설교하는 파우다의 성 안토니우스'를 주제 A로 사용하고 있지만 주제 B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유머스럽게'라고 말러가 지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유머는 밝고 흥겨운 것이 아니라 시니컬하고 신랄한 것이다.
4악장 'Uricht(원광)'
교향곡의 4악장은 민속시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가져온 시에 의한 가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알토가 부르는 이 곡의 가사에 대해 말러는 '신과 영원의 존재를 찾는 번민과 의문'이라고 말하였다. 곡은 엄숙하며 어둡지만 희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5악장 스케르쪼의 템포로
이 곡에서 가장 길고 가장 중요한 5악장은 형식 또한 난해하여 학자마다 각 부분을 구분하는 기준이 다르고 복잡하여 이 한정된 지면에서 그 많은 해석들을 비교한다는 것을 무리다. 어떻게 보면 이 악장의 전반부는 앞에서 제시되었던 '부활' 동기, '내세(來世)' 동기, '십자가' 동기, '진노의 날' 동기 등 모두가 새로운 요소와 거대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발전부라고 해석할 수도 잇을 듯하다. 이에 더하여 소위 '황야에서 부르는 목소리'라고 흔히 불리는 호른 주제가 연주 홀의 높은 위치로부터 들려 오는가하면, 느닷없이 행진곡이 튀어나오고, 무대 밖에서는 도 다른 오케스트라의 편성이 소동을 벌인다. 이 중에서도 'O, glaube, mein Herz' 부분의 멜로디가 트롬본으로 시작되어 바순에서 침통하게 노래되고 잇는 동안 무대 밖에서는 북과 심벌즈를 두드려대며 떠들썩하게 쿵짝거리는 것이 말러적 섬뜩함을 가장 느끼게 해준다. 이 부분은 지난 호에서 교향곡 1번을 설명하며 언급한 바 잇는 '가장 속된 음악과 숭고한 음악이 함께 공존하는 말러 음악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 줌에 다름 아니다.
합창에서 사용되고 있는 가사는 한스 폰 뵐로의 장례식에서 쓰인 클롭슈토크의 합창 가사이지만 말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가사를 더 써넣었다. 아르트르 자이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말러는 이 곡의 가사를 위해 성경을 비롯한 모든 문학 세계를 뒤졌지만 구원을 위한 적절한 가사를 찾지 못했고 결국 그의 감정과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말러가 이 가사를 통해 전달하고 잇는 것은 매우 기독교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무천 진보적이기도 하다. 즉, 프로그램에도 나타난 바와 같이 말러의 계시록적 관점에 의하면 마지막 심판이란 없는 것이다. 다행히 그가 중세 시대인은 아니어서 종교재판으로 화형 당할 일은 없었고 곡은 매우 의미심장하게, 그리고 신을 향해 나아가며 끝난다 글 출처 http://mahler.nay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