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오래 잘수록 좋다는데" 당뇨 환자 콩팥에선 결과가 달랐다
0조회 2172026. 10. 12.
2형 당뇨병 환자 678명을 6년간 추적한 일본 연구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자는 사람의 당뇨병성 콩팥병(신장질환) 위험이 6시간 미만보다 1.92배 높았습니다. 다만 긴 잠이 콩팥을 망가뜨린다는 뜻이 아니라 몸 상태를 알려 주는 신호일 수 있어, 연구진은 잠을 줄이라고 권하지 말라고 강조했습니다.
피곤할 때는 푹 자는 것이 최고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요즘 들어 부쩍 잠이 늘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면, 그 변화를 그냥 넘기지 말고 콩팥 검사를 한 번 챙겨 보라는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준텐도대 연구팀이 10월 8일 국제학술지 '내분비학회지(Journal of the Endocrine Society)'에 발표한 연구에서 수면 시간이 길수록 당뇨병성 신장질환이 새로 생기거나 나빠질 위험이 높았습니다. 연구팀은 이것이 원인과 결과가 아닌 '연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678명을 6년 동안 지켜본 연구
연구팀은 일본 의료기관 외래를 다니는 2형 당뇨병 환자 678명을 평균 6년 동안 추적했습니다. 연구 시작 때와 2년 또는 5년 시점에 생활습관을 조사해 평균 수면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추적 기간 동안 215명, 약 31.7%에서 당뇨병성 신장질환이 새로 생기거나 기존 질환이 진행됐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수면 시간별로 나눠 비교했습니다.
비교 기준은 하루 6시간 미만으로 자는 그룹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이 기준이 6시간 미만 수면이 가장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며, 단지 비교를 위해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분석에서는 나이, 혈당 조절 정도, 생활습관 같은 여러 요인을 보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수면 시간과 콩팥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유지됐습니다.
참여자들은 연구 시작 시점에 당뇨병 관련 신장 상태를 함께 평가받았고, 이후 소변 알부민과 사구체여과율 변화를 기준으로 질환의 발생과 진행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8시간 넘게 자면 위험 1.92배
6시간 미만 그룹과 비교했을 때 6~7시간 그룹의 위험은 1.08배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7~8시간 그룹은 1.56배, 8시간 이상 그룹은 1.92배로 위험이 높았습니다.
잠이 길수록 위험이 커지는 경향도 통계적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와 연구 시작 때 이미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던 사람에게서 이 경향이 더 뚜렷했습니다.
다만 수면 시간을 연속된 숫자로 분석한 초기 모형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구간으로 나눠 분석했을 때 차이가 드러났다는 점도 연구팀은 함께 밝혔습니다.
잠이 콩팥을 망가뜨린다는 뜻은 아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해석입니다. 연구를 이끈 미타 도모야 교수는 "긴 수면이 직접 신장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관찰 연구여서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만 보여 줄 뿐,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알려 주지 못합니다. 잠을 인위적으로 줄였을 때 위험이 낮아지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오히려 몸이 허약해지거나 만성 염증이 있는 상태가 긴 잠과 콩팥 손상을 함께 불러왔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긴 잠은 원인이라기보다 몸 상태를 비추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 결과를 근거로 당뇨병 환자에게 수면 시간을 줄이라고 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가 가진 한계도 분명하다
수면 시간은 환자가 직접 응답한 값이어서 실제로 잠든 시간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누워 있던 시간을 잔 시간으로 답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면무호흡증 같은 수면장애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오래 누워 있어도 깊이 자지 못해 잠이 길어질 수 있고, 이 질환 자체가 콩팥에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참여자가 모두 일본인이고 2013~2014년에 등록돼 최근 널리 쓰이는 콩팥 보호 효과가 있는 당뇨병 약들이 거의 쓰이지 않던 때라는 점도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연구팀도 객관적인 수면 측정과 최신 치료 환경을 반영한 더 큰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몇 시간 자는 게 좋을까
이번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게 몇 시간을 자라고 정해 주는 연구가 아닙니다. 일반 성인에게는 하루 7시간 안팎의 수면이 권장되며, 너무 짧은 잠도 너무 긴 잠도 건강 지표와 연관된다는 연구가 꾸준히 나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 숫자보다 변화입니다. 평소 7시간 자던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9~10시간씩 자게 됐다면, 그 변화 자체가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잠의 길이보다 자고 난 뒤 개운한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오래 자도 피곤하다면 수면의 질이나 다른 건강 문제를 점검할 때입니다.
주말에 몰아서 자는 습관도 생체 리듬을 흔들어 혈당 관리를 어렵게 만들 수 있으므로, 평일과 주말의 기상 시간을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당뇨병성 콩팥병은 어떤 병일까
당뇨병성 신장질환은 높은 혈당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콩팥의 작은 혈관과 노폐물을 걸러 내는 사구체가 손상되는 합병증입니다. 당뇨병 환자의 약 30~40%에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검사로만 알 수 있습니다. 진행하면 몸이 붓고 피로가 심해지며, 결국 투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병이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콩팥 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혈액검사의 사구체여과율과 소변 속 알부민 검사가 기본입니다.
잠이 갑자기 늘었다면 확인할 것
평소보다 잠이 크게 늘거나 자고 나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혈당 조절이 잘되고 있는지, 콩팥 기능은 괜찮은지, 다른 질환은 없는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골이가 심하고 자다가 숨이 멈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수면무호흡증 검사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치료하면 수면의 질과 낮 동안의 피로가 함께 좋아질 수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나 우울감처럼 잠을 늘리는 다른 원인도 있으므로, 잠이 늘어난 것을 나이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진료 때 의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콩팥을 지키는 일상 습관
당뇨병성 콩팥병을 막는 기본은 혈당과 혈압을 목표 범위 안에 유지하는 것입니다.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먹고 정해진 검사를 빠뜨리지 않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짜게 먹는 습관은 혈압을 올려 콩팥에 부담을 주므로 국물과 김치, 가공식품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진통제를 습관적으로 먹는 것도 콩팥에 해로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낮에는 가볍게라도 몸을 움직이는 생활이 수면의 질을 높이고 혈당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체중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콩팥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급하게 빼기보다 식사량과 활동량을 조금씩 조절해 꾸준히 관리하는 쪽이 오래갑니다.
주의가 필요한 경우
이미 콩팥 기능이 떨어졌거나 소변에서 알부민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분은 수면 변화와 피로를 특히 주의 깊게 살피고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이 연구 결과만 보고 잠을 억지로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수면 부족 역시 혈당 조절을 나쁘게 만든다는 연구가 많기 때문입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당뇨병이 있는데 잠이 부쩍 늘었다면 잠을 줄이기보다 콩팥 검사를 챙길 때입니다. 긴 잠은 원인이 아니라 신호일 수 있으니, 다음 진료 때 수면 변화를 꼭 이야기하고 사구체여과율과 소변 알부민 검사를 확인해 보세요.
이 연구는 수면과 콩팥 건강의 관계를 밝히는 첫걸음일 뿐이고, 앞으로 더 정밀한 연구로 확인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정기 검사를 빠뜨리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