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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에 벌어진 노르웨이 테러사건은 여러가지 면에서 현대테러의 양상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일단 테러 사건은 1990년대를 기준으로 양상이 크게 바뀐다. 물론 1990년대 이전까지의 테러는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둔 테러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테러는 단순한 살상 그 자체가 목적이기 보다는 테러를 자행한 단체의 ‘정치적 선언’과 언론에 대한 주목이 주 목적이 되는 경우였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70년대부터 80년대 사이에 빈번했던 항공기 납치 사건이었다. 항공기 납치는 사실 승객의 목숨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물론 항공기 납치에서 승객이나 승무원이 희생되는 경우야 절대 드물지 않았지만, 그것도 살상 그 자체가 목적이기 보다는 다른 승객들이나 관계 당국들에게 자신들이 ‘진지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경우가 보통이었다. 또한 범행의 목적 자체도 범행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내세우는 동시에 요구사항을 관철 -투옥된 동료를 석방하라는 등의- 하기 위한 것이 보통이었다. 물론 70~80년대에도 레바논의 미 해병대에 대한 자살 폭탄테러 등 파괴와 살상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테러가 적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인 비중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많이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90년대를 기점으로 이런 양상에 큰 변화가 생긴다. 90년대부터 항공기나 선박, 열차등을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는 경우가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파괴와 살상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테러, 특히 폭탄 테러가 주류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테러들은 과거와 달리 범행 단체나 인원이 성명을 발표하지도 않고, 누가 했다고 밝히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테러에 수반되는 살상과 파괴 그 자체만이 목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변화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냉전이 끝나고 공산권이 몰락하면서 기존 테러단체들이 크게 의존하던 공산권 -특히 소련- 의 지원이 뚝 끊어졌고, 그로 인해 기존 테러단체 및 테러리스트들은 예전과 같은 국제적 규모의 테러를 저지를 자원 자체가 크게 줄어버렸다. 게다가 이념적 이유로 테러를 저지르던 단체들은 공산주의 자체의 몰락으로 구성원들이 흩어지고 와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테러를 꾸준히 저지르던 독일 적군파가 냉전 종식으로 사실상 소멸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또 다른 이유가 인질극에 대한 각국 특수부대의 대처능력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각국은 특수부대의 인질 구출능력 향상에 큰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1977년의 루프트한자 여객기 납치사건이나 1981년의 런던 이란대사관 인질극과 같은 성공적인 인질 구출작전이 가능해졌다. 1990년대에도 1994년의 에어버스기 납치 사건이나 1997년의 페루 일본대사관저 점거 사건 등의 굵직한 인질극은 결국 특수부대의 돌입으로 성공적인 진압이 가능해졌다. 인질을 최후의 순간까지는 살려야 하는데다 범인 자신들도 노출시킬 수밖에 없는 인질극의 기본 조건은 당국에도 부담이지만 인질범들 그 자체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테러 단체나 범인들의 목적이 과거에는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의 테러 집단이나 테러범들 대부분은 근본적으로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을 ‘멸망시킬’대상으로까지 보지는 않았다. 가령 과거의 주요 테러단체중 하나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산하의 단체들은 미국을 증오할지언정 테러의 목표는 미국 자체이기 보다는 이스라엘이었다. 미국에 대해 벌인 테러라 할지라도 그것은 미국의 대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보복 내지는 변화 유도를 위한 경우가 보통이었다. 또한 테러는 대부분이 어떤 단체 -대부분 특정 국가의 지원을 받는- 에 의한 것이었지, 단체와 직접적 연관이 없는 개인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변화가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기존 테러 그룹의 약화와 함께 등장한 알 카에다였다. 알 카에다의 테러는 말 그대로 ‘테러를 위한 테러’로 들 수 있다. 이들이 1990년대부터 9.11테러에 이르기까지 벌인 테러들, 즉 사우디 아라비아의 미군 병영 폭파나 아프리카 각국의 미국 대사관 연쇄테러, 그리고 뉴욕 세계 무역센터 폭탄테러(지하 주차장에 폭탄을 설치, 폭파)은 요구조건도, 성명도 없었다. 수법 역시 앞뒤 볼 것 없이 그대로 폭탄을 대상에 터뜨려 대규모의 살육과 파괴를 저지르는 폭탄 테러나 항공기 자폭 테러등이었다. 오로지 공격할 뿐, 공격을 통해 다른 목적을 얻거나 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90년대에 들어 어떤 단체와도 직접 연관되지 않은, ‘분노한 개인’에 의한 테러가 심각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1995년 오클라호마에서 벌어진 미 연방정부 청사에 대한 테러다. 9.11테러가 벌어질 때 까지 미국내에서 벌어진 최대의 테러사건이던 이 사건은 처음에는 알카에다와 같은 중동 테러단체의 소행이라고 생각됐지만 엉뚱하게도 그 범인은 미국인 -아랍과는 먼지 한톨의 연관도 없는- 티모시 맥베이였다. 게다가 그는 테러단체라 불릴 수준의 단체나 극우단체로부터도 직접적인 지원은 받지 않았다.
또한 ‘테러’라고 불리지는 않았지만 테러로 분류되어도 충분한 수준의 사건인 총기 난사 역시 90년대부터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사건은 역시 1999년에 벌어진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였다. 15명이 죽고 24명이 다친 이 총기 난사는 어지간한 테러 사건 이상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그러나 범인인 두 고등학생은 그 어떤 조직과도 연관이 없었다.
9.11이후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테러 조직에 의한 인질극은 거의 벌어지지 않고 있으며 테러라 불리는 사건들은 거의가 폭탄테러나 총기난사, 자폭 테러등 일방적인 ‘공격’과 그에 수반되는 파괴 및 살상으로 직결되고 있다.
이런 경향이 보여주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간단하다. 이제 테러 단체들은 테러 대상과 ‘전쟁’, 그것도 상대의 말살을 목표로 하는 전면전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테러는 뭔가 다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공격해 피해를 입히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었다. 당연히 테러를 자행하는 단체는 극도의 증오와 분노를 상대에게 가지고 있다. 알 카에다의 궁극적 목표가 ‘미국 멸망’이라는 것과 일치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거나 하는 식의 시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어차피 테러의 목적 자체가 ‘적’을 말살하는 것이니 최대한 파괴와 살상이 큰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니 목숨을 담보로 뭔가를 요구하는 인질극은 점점 줄어들고 폭탄테러가 주종을 이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앞서 언급한대로 이런 단체만이 아닌 개인마저도 비슷한 양상으로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개인의 테러는 단체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 보다도 더욱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분노에 의해 저질러지곤 한다. 알 카에다의 경우는 그나마 미국의 중동 정책등에 대한 불만이 기저에 깔려있다는 그럴듯한 해석을 내릴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대형 테러를 저지른 인물들의 동기는 상당수가 이런 해석 내리기도 곤란한 것들이다.
나름대로 이념(반 연방정부 극우 이념)이 있다고 하는 티모시 맥베이같은 인물의 경우도 과연 그 이념이 그런 끔찍한 테러까지 저지를 정도로 미국 연방정부에 증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인지는 이론의 여지가 충분하고, 기존 개념대로는 테러리스트라고 분류되기 힘들(하지만 입힌 피해로 보면 충분히 대형 테러사건 수준인) 조승희나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범등에 이르면 이미 어떤 이념등으로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해석하기가 곤란하다. 이들에 이르면 이미 이념이나 사상, 기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해 테러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테러를 저지르기 위해 이런 저런 ‘핑계’로 이념이니 사상이니 하는 것들을 끌어들인 것에 불과하다.
즉 이제 이념이나 사상, 정치적 동기와 같은 고전적인 개념의 테러가 아닌 순수한 증오가 기반에 깔린 테러가 주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테러의 양상도 일어난 뒤의 수습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인질극등의 ‘고전적’인 것이 아니라 총기 난사나 폭탄 테러등 이미 벌어지고 나면 그것으로 끝장인 파괴와 살상 그 자체로 흘러가고 있다. 더군다나 범인도 어떤 단체만이 아닌, 감시와 추적이 더더욱 어려운 개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7.22 노르웨이 테러는 바로 그런 양상의 집약과도 같다. 범인은 자칭 극우 이념가이지만 이념 그 자체를 위해 테러를 저질렀다기 보다는 자신의 내적 분노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극우 이념을 끌어들인 것에 더 가까워 보인다(자신은 뭔가 공범이나 배후 조직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것은 사실이기 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실제보다 커 보이게 하려는 수작이 아닐까 싶다). 특히 이번 사건의 범인은 흔히 ‘중2병’이라고 불리는, 지극히 치졸한 과대망상에 사로잡혀있던 것으로 보인다. 범인 자신이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진들은 그야말로 이런 과대망상의 전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 범인의 범행 동기가 ‘여자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이라고까지 할 정도이다.
이처럼 치졸하다 못해 ‘찌질한’ 수준의 범인이면서도 결국 100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가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대 테러의 심각성이 엿보인다. 단 한 명, 그것도 사회-경제적으로 대단한 지위가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데다 그 동기가 예전같으면 테러는 둘째치고 살인사건 하나도 내기 힘들다고 여겨졌던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동기가 어처구니 없어도 그 동기를 실천하기 위해 한 개인이 얼마나 치밀하고 끈기 있게 계획을 실천할 수 있는지는 이번 노르웨이 테러가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미 대규모 살상극을 개인이 벌이는 시대는 진작에 시작되어 현재진행형인 상황인 셈이다.
어떻게 막아야 할까?
일단 이번 테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사상자의 절대 다수는 휴양지 섬에서 범인이 직접 총기를 난사해 발생한 것이지만, 하마터면 그에 못잖은 대량의 사상자가 폭탄 테러로 발생할 뻔 했다. 폭탄 테러에서의 희생자가 7명에 불과한 것은 천운이었지 그것이 그 정도 위력밖에 없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테러는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먼저 동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7.22 테러는 외국인 혐오와 같은 극우적 이념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념이 범행을 일으켰다기 보다는 범인의 과대망상과 사회에 대한 증오가 이념으로 포장되었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노동자등에 대한 혐오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그런 혐오 자체보다도 그것을 핑계로 비슷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증오와 적대감 역시 충분히 커지고 있다. 외국인만이 아니라 다른 이념, 다른 지역등에 대한 적대감, 혹은 사회에 대한 적대감등 수많은 적대적 감정이 증오로 연결될 소지는 충분하며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할 수만 있다면 7.22테러같은 짓을 저지르고 싶다’는 위험한 생각이 몇몇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자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알 카에다같은 해외 테러조직의 테러 가능성은 물론, 북한이 대남공작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저지를 수 있는 테러(이미 1970~80년대에 몇 차례나 벌어졌던)까지 감안하면 폭탄 테러와 같은 무차별 살상극의 가능성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테러를 저지르는 것은 동기만으로 가능할까? 일단 동기만으로 테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동기를 실천할만한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도 우리나라는 안심할 상황이 절대로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총기가 매우 드문 나라이므로 총기 테러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폭탄 테러는 이야기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화학적 지식이 있는 인물이면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폭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노르웨이 사건의 범인도 비료등 충분히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재료들이 폭탄의 원료가 됐다.
심지어 폭탄이 없어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테러가 충분히 가능하다. 2003년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은 폭탄 같은 거창한 물건 없이, 휘발유와 라이터만으로 192명이라는 엄청난 인명을 앗아갔다. 심지어 7월에는 한 가장이 부부싸움을 하다가 불을 질러 자택은 물론 가족 두 명까지 함께 목숨을 잃는 사건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미 우리나라에 유사 사건이, 그것도 더 큰 규모로 일어난 셈이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날 개연성도 충분한 셈이다. 이미 5월에도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의 사물함에서 인화물질이 터진 일이 있는데, 다행히 사상자는 없고 피해도 적었지만 당시 범행 동기가 ‘주가를 떨어트리기’ 위해서라는 어처구니없는 것이었다. 목표만 더 잔인했다면 충분히 어처구니없는 인명 살상 사건으로 번졌을 가능성도 있다.
총기 테러 역시 무시할 일은 절대로 아니다. 우리나라가 완벽한 총기 안전지대라는 보장이 없다. 총기를 구하기 쉽지 않기야 하지만 외부에서 총기가 반입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북한 공작원이 가지고 잠입하지 말라는 법도 없고 러시아 등에서 밀반입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우리 자체의 경찰이나 군 보유 총기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미 1982년에 우리나라 경남 의령군에서도 경찰관 한 명이 무려 56명을 단신으로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민간인이 대상은 아니었지만 불과 얼마 전에도 해병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역시나 이것 역시 확실한 전례가 있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라고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 아니라 유사 사건이 일어난 전례마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런 사건을 예방하거나, 최소한 벌어졌을 때 피해라도 최소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예방이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알 카에다등의 테러 단체라면 해외 첩보기관이나 경찰조직등과 연계해서 첩보를 얻어 대처하며 입국심사등에서 걸러내는 등의 ‘고전적’인 예방조치는 가능하다. 하지만 내부에서 증오를 키우는 개인을 어떻게 찾아낼까.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장치는 아직 없는데다 그런 장치가 있어도 수천만명의 사람 마음을 다 찾아 읽기도 힘들 것이다.
만약 북한같은 독재국가라면 철저한 통제로 그런 낌새가 티끌만큼만 보여도 잡아가면 되고 위험물질도 철저하게 차단하면 되는 일이지만 우리나라 같은 민주 법치국가에서 그럴 수는 없다. 테러 막으려다 사회의 전반적인 활력 자체를 꺼트리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결국 누가 어떻게 위험한 일을 벌이려는지 낌새를 정확하게 찾아내어 법체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며, 법 체계 역시 인권과 자유라는 개념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테러 사건을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정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그 ‘낌새’를 감시하기 위한 수단이 첫 번째다. 오늘날에 그런 낌새가 가장 쉽게 떠오르는 곳은 인터넷이며 결국 인터넷에 올라오는 엄청난 양의 ‘주장’을 감시할 인적-기술적 자원을 잘 갖춰야 하며, 동시에 그 ‘주장’을 올린 사람들이 진짜 위험한지 아닌지를 파악할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그 ‘파악할 능력’을 갖춘 인물, 즉 프로파일러를 지금보다 더 양적-질적으로 보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위험물질의 이동 역시 지금보다 더 확실한 추적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런 점은 이미 노르웨이 사건이 잘 보여줬다. 노르웨이 사건에서 경찰은 범인이 대량의 비료와 같은 물질을 구입하며 인터넷에 위험한 글과 사진 등을 올리는 것에서 위험하다는 낌새를 채고 조사를 하기는 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그를 막지 못했다. 만약 그 ‘판단’이 보다 정확히 이뤄졌다면 어떨까. 프로파일러에 의한 정확한 분석이 이런 사태를 막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줄 것이다.
또 생각해야 할 것이 경찰의 초동 대처능력 향상이다. 총기 난사든, 폭탄 테러이든 예방이 최고이지만 최소한 발생한 다음의 대처를 효과적으로 하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번 노르웨이 사건에서도 경찰이 조금만 일찍 현장에 출동할 수 있으면 희생자의 숫자는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례를 참조, 우리나라 경찰도 최소한 헬리콥터 한 대를 언제라도 경찰 특공대나 군 대테러부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24시간 대기시키는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만약 이미 그런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다면 그 시스템이 언제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잘 신경써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런 경우 초동 대처를 담당할 확률이 높은 경찰이 중요할텐데, 이미 우리 경찰에는 헬리콥터가 있으며 특히 러시아에서 특공대 작전을 주로 하기 위해 들여온 대형 헬기까지 있는 만큼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동시에 EOD장비와 인원 역시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EOD, 즉 폭발물 처리는 매우 중요한 분야이며 폭탄 테러가 벌어진 뒤 뿐 아니라 벌어진 직후라도 2차 피해를 줄이거나 하는 다양한 용도로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EOD는 경찰이건, 군이건 매우 유능하지만 장비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려운데다 인원도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EOD용 로봇과 폭발물 해체용 물포, 폭발물 탐지장치, 무엇보다도 가장 유능한 폭발물 센서인 탐지견등의 체계가 전반적으로 더 필요하며, 동시에 이들 중 일부라도 테러 발생시 최초로 투입되도록 체계를 잡아야 할 것이다. 즉 앞서 언급한 출동 헬기에 경찰 특공대의 작전팀 뿐 아니라 소수라도 EOD대원, 그리고 장비를 태울 수 있도록 초동 대응팀을 잘 꾸려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능한 인원뿐 아니라 헬리콥터에 태울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우면서도 우수한 로봇과 기타 경량-고성능 장비들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경찰과 군의 총기 관리체계 점검, 그리고 군-경찰에 이런 사건을 벌일만큼 위험한 인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걸러내는 시스템일 것이다. 그나마 일반인이 뭔가 사건을 벌이려 한다 해도 군과 경찰이 제 자리에서 제 임무를 다 해 막아내거나 최소한 뒷수습을 제대로 한다는 확신이 있다면 안심이 되겠지만 군과 경찰 안에 범인이 있다면 상황은 최악이 될 수 있다. 다른 것도 아닌 총기와 고성능 폭발물을 좌지우지할수도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테러에 대한 대응이라는 면에서 더더욱 예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를 높였다. 파괴와 살상 그 자체를 목적으로 테러를 벌이는 테러단체, 그리고 같은 목적으로 테러를 벌이면서 그 동기와 준비과정을 추적하기 더욱 힘든 개인까지 상대하려면 이제 관계 당국은 테러 대비에 대한 고전적인 접근법보다는 더욱 열린 마인드를 택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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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과거를 보드라도 언제 어느곳에서 일어 날지 모르는 테러에 대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