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걱정
마경덕
묵직한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면
우리 집 건너 건너 반지하방 외눈박이 할머니
주워온 폐지를 접으며
응, 이제 일나가는구먼
잘 댕겨와유
골목 어귀 어물전 맞은편
전봇대에 기대앉은 좌판 노인도 도라지를 까다 말고 아는 체를 한다
뭐 하러 댕기시오
공장에 일 나가는 거요?
단골 신발가게 아줌마도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붙인다
밥벌이는 좀 되나요?
24시 순댓국집에 밤일 나가는 아래층 다솜이 엄마도
내가 시인이란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시는 써서 뭐한대요
요즘 누가 그런 걸 읽어요?
다들 살기 어렵다고 내 밥을 걱정해 주는
착한 이웃들이다
무크지 『청천문학』 2021. vol, 2
마경덕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新 글러브 중독자 『그녀의 외로움은 B형』
2004년 한국문화예술문화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2010년 한국문화예술문화위원회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
2012년 ‘100명의 시인이 뽑은 올해의 좋은 시집’ 『글러브 중독자』 선정
2013년 ‘시인이 뽑은 올해의 좋은 시’ BEST 10 「놀란흙」 선정
2014년 ‘시인이 뽑은 올해의 좋은 시’ BEST 10 「뻐꾹채는 피고」 선정
2016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사물의 입』 세종나눔도서 선정
제2회 북한강문학상 대상 수상. 두레문학상 수상
롯데백화점, AK문화아카데미, 강남문화원, 솜다리문학 시 창작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