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태백산 도솔암 수행일기 / 4. 기한(飢寒)이 발도심(發道心) : 춥고 배고파야 도 닦는 신심이 난다 - 원덕스님

[태허공]

4. 기한(飢寒)이 발도심(發道心) : 춥고 배고파야 도 닦는 신심이 난다 - 원덕스님

도솔암에서 정진 한 지가 3년째가 되니 먹는 것이 불실해서 그런지 체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먹는 것 이라고는 밥에다 김치뿐이고 어쩌다 고추장이 있다면 특식 이었다. 

하루에 2종식을 했는데 아침겸 점심으로 10시경에 한번 먹고 오후에는 4시경에 저녁을 먹었는데,저녁 9시에서 10시 사이에는 배가 몹시 고팠다.  

그럴 때마다 신발을 신고 가서 수각에 가서 수정같이 맑고 찬 물을 한 바가지 마시면 순간적이나마 배도 벌떡 나오고 정신도 맑아져 참으로 정진하는데 실감이 났다.

도솔암의 수각은 커다란 통나무를 소 여물통 처럼 속을 파서 만들었는데, 산중턱 바위 밑에서 나오는 석관수를 받아서 호스를 연결하여 먹었는데 몇 년전에 가보니 수각 위에다 지붕을 만들어 놨던데. 내가 살적에는 지붕이 없었다,

한 밤중에 배가 고파서 물을 마시려 수각에 가보면 보름달이 물통에 그대로 비칠때가 있는데 바가지로 보름달을 한 번에 담아서 벌컥벌컥 마시면 정신도 번쩍나고 잠시나마 허기를 면할 수가 있었다. 

“기한飢寒이 발도심發道心” 이라고 춥고 배고프면서 정진을 해야 분심忿心도 나고

신심信心이 난다는 선지식들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땔나무는 도일스님, 능지스님과 함께 살 때 잔뜩 해 놨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지만,아무리 정진위주로만 공부를 한 다해도 토굴생활을 혼자 하다보면 약간의 울력은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루에 14시간 이상 맑은 정신으로 정진한다는 것은 엄청난 체력 소모가 뒤따랐다. 

좌선한다는 것은 말이 좌선이지 중노동 이었다.

지금부터 30여년 전에 입적하신 통도사의 경봉스님 일화가 생각이 난다. 

경봉스님은 잠이오면 잠을 쫒기 위해 정진할 때는 항상 차가운 얼음을 입에 물고 정진을 하였다고

한다.  

항상 차가운 얼음을 입에 물고 정진했기 때문에 말년에는 치아가 모두 빠져서 공양 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기도 하였다는데,

경봉스님께서 선원에 계실 때의 일이다. 

통도사에 부목負木(절에서 땔나무를 하는 사람이지만, 농사일이나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 있었는데.그 처사 가 볼 때는 선원에서 공부하는 스님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만날 하는 일없이 방에 처박혀 있어가지고 앉아 있기만 하니 세상에서 제일 편안사람들이 선방 스님들 인듯했다

자기는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쉴틈없이 계속 나무하랴 밭일 하랴 힘들어 죽겠는데,젊은 선원스님들은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면서 앉아 있기만 하니, 한편, 속으로 생각하니 선원스님들이 괘씸 하기까지 했다. 

이 부목처사의 의중을 알았던지 경봉스님께서 부목을 불러놓고는,

“처사! 자네도 한 번 좌선 해보겠나?” 하고 물으니,

“네, 큰스님!”하고 너무나 반갑고 기뻐서 곧바로 방에 들어가 정진을 시작 했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 지나니 좀이 쑤시기 시작하는데 며칠을 앉아 있었는데 도저히 힘들어서 좌선을 포기하고 방을 뛰쳐나와 버렸다

그 후에 부목처사가 소를 끌고 밭을 가는데, 소가 말을 듣지 않거나 딴전을 피우면,한다는 말이,“허! 이놈의 소!, 말 안 들으면 참선방에 집어 넣을 거여!”하며 소를 겁주더란 말이 있을 정도로 참선은 참으로 힘든 여정인 것이다.

태백산 도솔암은 깊고 깊은 산중이라서 오는 사람도 없고 일 년 내내 있어보면 약초를 캐는

약초꾼이나 산삼을 찾아다니는 심마니들 몇 사람 이 지나갈 뿐이다. 

외로운 섬 고도孤島와 같은 곳이다. 

너무나 외롭고 배고픈 곳이 도솔암이다. 

그러나, 몸은 기력이 없지만 눈에서는 광채가 났고 몸과 마음은 화두일념뿐이었다.  

태백산 깊은 산 의 한 겨울이 지나고 초봄이 되어 해빙기가 되면 바위나 돌들이 겨우내 땅서리에 들려져 있다가 땅서리가 녹으면서 돌들이 밑으로 굴러 오는데 산이 가파르기 때문에 돌이 굴러 오는 게 아니라 가속도가 붙어서 거의 날라오다 시피 하여 절 마당을 지나 밭으로 떨어 졌다.

좀 우스운 얘기지만 그렇게 세게 날아오는 돌들 이지만 쫓아가서 내 머리로 축구공을 헤딩하듯이 나의 머리로 날아오는 돌을 받아 버리면 돌이 박살이 나면 났지 내 머리는 끄떡없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그 때 나는 신심 덩어리 그 자체였다.  

그러한 신심으로 정진을 해도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정신은 맑아지지만, 어떤 때는 정진 중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떨어뜨리고 잠을 자는 나 자신을 발견 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벌떡 일어나서 서서 정진 하거나 잠깐 수각에 가서 찬 물을 마시고 와서 다시

정진했는데, 도일스님 그리고 능지스님과 함께 정진하면서 수마를 극복하던 일들을 상기 하기도 했다. 

도일스님 능지스님과 함께 살면서 정진할 때인데 능지스님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잠을 자지 않고 밤늦게 까지 정진 하자면 자정수子正水(밤12시에 물을 마시는 것) 를 하자는 것이었다. 

깊은 산에서 나오는 물은 100일 동안에 꼭 한 번은 땅속의 신비스런 기운을 머금은 물이 부글부글 솟아 나오는데 그 물을 마시게 되면 잠도 없어지며 엄청난 괴력怪力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것 같아도 100일 동안에 한 번은 꼭, 깜박 졸아서 성공하기가 힘들다면서, 조선시대 의적 임꺽정이가 깊은 산에서 살면서 100일 동안 자정까지 잠을 자지 않고 밤12시 정각(자정)에 자정수를 마시는 것을 성공 하였다는데, 날쌔고 용맹스럽기가 보통사람은 생각 할 수 없을 정도 이었으며 어떤 때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손으로 잡을 정도였다면서,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쁠 것 이 없었다. 

최소한도 100일 동안은 밤 12시 까지는 정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다행히 100일 동안에 단

한 번 만이라도 자정수를 마시게 되면 임꺽정처럼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가 된다는 희망을 갖고 한 사람이 10일씩 교대로 밤 12시에 수각에 가서 물을 차관(주전자)에 떠다가 마시기로 하였다. 

제일먼저 능지스님부터 시작했고, 그 다음은 도일스님이 30일째 되던 날에는 내가 했는데 당번을 맡은 열흘 동안은 정신을 바짝 차리어 자정(밤12시)5분전에 수각에 도착하여 정확히 밤12시에 물 호스를 차관에 집어넣고 물을 받아다가 당번 맡은 사람은 수각에서 물을 먹고 방에다 갖다 주면 두 스님이 나눠 마셨는데 한 겨울 엄동설한에 한 밤중에 수각까지 가서 물을 뜨러 간다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65일쯤 됬을때 능지스님 당번 이었을때 갑자기 능지스님 자신은 자정수를 못하게다며 포기해 버렸다. 

하는수없이 도일스님과 내가 번갈아가며 자정수를 떠다가 마셨는데, 우리 둘이만 마신다는 것이 그렇고해서 잠자는 능지스님에게도 깨워서 자정수를 갖다주었다.  

몇 번은 받아 먹더니 그 다음 부터는 잠을 깨우지 말라고 하여서, 도일스님과 둘이 마셨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자정수를 마신다는 것이 순수하게 잠을 쫓기위해서 하는것이 아니라 임꺽정 같은 괴력을 얻을려고 하는 그런 삿된 욕심이 있는것 같아, 도일스님과 나도 포기하고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정진만 하였다. 

그리고 깊은 산에서 정진할때는 오로지 정진에만 매진 해야지 조금이라도 딴 생각을 하면

불보살님과 선신은 물론이고 산신들이 싫어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Y-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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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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