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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비틀린 조선시대 여인들의 피 끓는 절규와 선명한 핏자국
조선시대 다시 읽기를 통해 여인들의 깊고 질긴 삶을 다시 본다.
한국 여성사의 암흑기, 조선여인들의 사랑과 삶
한국의 여성성은 활달하고 진취적이다.
인기 드라마 <주몽>에서 활약하는 여인들에서 보듯이
국가경영에서도 당시에는 여자들도 남자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한국의 여성성이 심각하게 굴절된 것은 유교를 지배 이데올로기로 삼은 조선시대부터다.
조선을 이어서 근대를 맞은 우리는
가족에 충실하고 가정의 울타리에 순응하는 여자들은 안정적이고 상식적이라 여기고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여인은 ‘나쁜 여자’로 규정하곤 했다.
21세기로 넘어선 이즘에 와서는 여성들 스스로 그 금기를 깨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대의 20대 여성들에게는 욕망에 충실하라는 코드가 먹혀들고 있다.
바야흐로 나쁜 여자들의 전성시대가 온 듯하다.
움츠렸던 여성들이 세상을 향해 포효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여성의 암흑기인 조선시대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멍에였다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정말일까?
《조선여인 잔혹사》는 조선시대에 있었던 실존인물이나 문헌에 남아 있는 여인들을 찾아
그녀들의 신산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추적하고 복원한 대중역사서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 《심리록》, 《흠흠신서》, 《추관지》, 《청정관전서》 등의 문헌에서
여인들의 죽음과 연관된 18가지 사건의 정황을 현장감 있게 서술하고 있다.
조선은 철저하게 남자들의 나라여서 여자들을 엄격한 예속 규범으로 옭아매었다.
조선사회에 데릴사위제가 성행했으며 사대부가의 남녀 모두 상속을 받았고
여자들도 호주로 등록되는 등의 사실을 열거하며 여성이 남성 못지 않은 권리를 누렸다는 주장도 있으나
실제로는 여자라는 이유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간음을 했을 경우 남자들은 벼슬에서 파직되거나 귀양가는 것에 그쳤지만
여자는 거리에 내걸려 만인의 경계로 삼고 참수되었다.
조선시대 여종이나 기생은 여성들 중에서도 인간 이하의 처우를 받아야 했다.
15~16세 꽃다운 나이에 주인의 성적 노리개가 되는 경우는 흔했으며
관비들은 의무적으로 관리의 수청을 들어야 했다.
양반가의 여인일지라도 남편이 역모에 연루되었다면 공신들의 노비가 되거나 관비의 신분으로 강등되어
‘삼종지도’, ‘불사이군’의 도를 지키던 정숙한 여인에서 한많은 고난의 길을 걷게 된다.
또한 조선시대는 한국사를 통틀어 여성에게 가장 강도 높은 절개를 요구했다.
남편을 따라 죽어야 열부나 절부가 되어 훌륭한 여인으로 칭송받았고
재혼할 경우 직계 가족이 벼슬길에 못 오르는 불이익을 주었다.
이로 인해 음란하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이유만으로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살해하거나
오라버니가 여동생의 죽음을 방관하는 비정한 사건이 발생했다.
애통하고 비통한 사연 속에 숨어 있는 조선시대의 실상!
저자는 오랫동안 조선시대 사건 기록에 관한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런 시대를 뒤흔든 놀라운 사건 속에서 인간의 진실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특히 살인사건에 관한 기록은 인간의 본성과 제도, 욕망의 문제, 권력과 사랑의 실체가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왕조 중심, 남성 중심의 문헌 기록에서 여인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복원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허 여인이 맨발로 영문(營門)에 이르러 호소했다’는 짦은 기록에 의지해 수많은 사실을 추적해야 했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묘미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선시대의 과학 수사와 법의학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저자는《조선여인 잔혹사》을 통해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500년 역사의 행간으로 존재했던 여인들을 불러내어
유교를 정학으로 삼고 시대를 관통하는 지배이념으로 삼은
조선시대 인간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리고 있다.
조선여인풍경 #1: 남편을 따라 죽어 열녀가 된 허 여인
조선시대 남편이 살해당하여 공정한 처벌을 호소하며
순천에서 전주 감영까지 소복에 맨발로 걸어간 허 여인.
허 여인은 그것도 모자라 곡기를 끊고 남편을 따라 죽는다.
사대부들은 그녀의 정절을 기리기 위해 열녀문을 세워준다.(p20)
조선여인풍경 #2: 알몸의 여자 시체
내금위 직위에 있는 이화는 자신이 취했던 여종이 통정하는 것을 목격하고
잔인하게 죽이고 시구문 밖에 내다버린다. 사건이 발각되어 왕은 사형을 지시했지만
사대부들이 종을 살해한 것은 사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청하여 이화는 유배를 간다.(p32)
조선여인풍경 #3:
아들의 첩을 아비가 취하고 아비가 죽자 아들이 다시 첩으로 삼다
조선시대는 유교를 정학으로 받아들여 성에 대한 금제를 엄중하게 실시했고
부부간에도 방을 따로 쓰는 등 성에 탐닉하는 것을 추하게 여겼지만
남자들이 여종이나 기생을 취하거나 첩을 삼은 것에는 관대했다.
이에 더 나아가 태종조 박저생 부자는 아들의 첩을 아비가 취하고
아비가 죽자 아들이 다시 첩으로 삼은 파렴치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다.(p214)
조선여인풍경 #4: 문병오지 않는다 하여 맞아 죽은 여인
옛주인이 앓아 누웠는데 문병하지 않는다 하여 맞아 죽은 여인 봉금.
“양반이라도 지나친 처사다”는 여론이 들끓었으나
기득권층은 상전과 종의 의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가벼운 처벌로 사건은 종결된다.
조선여인풍경 #5: 첫사랑 때문에 죽은 여인
양반가의 여인 유녀는 첫사랑을 다시 만나 불륜을 저지른다.
조정은 유녀를 음녀유씨지죄참수(淫女柳氏之罪斬首)라는 명패를 차고 3일 동안 거리에 세워두었다
참수하고 상대남은 벼슬을 박탈하고 유배를 보낸다.(p98)
조선여인풍경 #6: 나라를 지키지 못했던 남자들의 ‘정조관’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강화도로 피난 갔던 양반가의 여인들에게
남자들은 청나라 군에 정조를 유린당하기 전에 자결할 것을 요구했다.
이때 60여 명의 여인들이 자결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살아남은 여인들은 청나라의 포로가 되어 끌려갔는데 말고삐를 조선의 남자들에게 쥐어 가게 했다.
“오랑캐에 짓밟힌 여편네가 어찌 살아있는가, 빨리 자결하라”고 남자들이 채근하자
여자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게 잘난 남자들이 아닌가?
왜 우리에게 자결하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은 구차하게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끌려가는가”라고
맞받아 쳤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전쟁이 끝나고 청나라에서 돌아온 ‘환향녀(還鄕女)’들은 두고두고 비난을 받았고
부정한 여인의 대명사로 와전되어 쓰이고 있다.(p110)
조선여인풍경 #7: 재혼하면 신분적 불이익을 주었다
양반가의 여인의 품행을 기록한 ‘자녀안(姿女案)’이라는 것이 있는데
3번 이상 재혼한 사람은 자녀안에 올려 직계가족의 출사에 불이익을 주었다.
조선시대 여인의 개가는 어떠한 이유로든 불명예와 집안의 수치로 여겼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하늘은 어이하여 높고 멀며
땅은 어이하여 넓고도 아득한가
천지가 비록 크다 하나
이 한 몸 의탁할 곳이 없구나
차라리 이 강물에 물고기 배에 장사 지내리
남편에게 버림받은 향랑이라는 여인이 죽기 전에 불렀다는 ‘산유화’라는 노래다.
천지간 의탁할 곳 없는 여인은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p160)
이 책에는 재혼하였지만, 실절한 여인이라는 굴레를 씌운 남편과
시어머니의 학대에 항거하다 죽은 여인(p130), 성균관 선생님의 여동생이라는 체면 때문에
재혼 않고 구걸을 하였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자
어린 딸이 몸을 팔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연(p268) 등이 있다.
유교를 지배 이념으로 삼은 조선사회에서 재혼은 예속을 해치는 일이었고,
예속의 문란은 지배구조의 도전으로 보았다.
그러한 인간의 현실과 반하는 경직된 제도와 관습은
여자라서 더욱 불행한 조선여인들의 비통, 원통한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지은이> 이수광
소설가. 1983년 <중앙일보>에 <바람이여 넋이여>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제14회 삼성문학상 소설 부문, 미스터리클럽 제2회 독자상, 제10회 한국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한국 역사의 미인》, 《나는 조선의 국모다》, 《세상을 뒤바꾼 책사들의 이야기》,
《천년의 향기》, 《신의 편작》, 《춘추전국시대》, 《파워 엘리트를 위한 지략》,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차례>
추천사 ․ 조선시대 이런 여인들이!
머리말 ․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치마 걷고 진수라도 건너리라
제1부 시대의 굴레는 너무도 깊었다
제1화 죽은자들의 나라, 조선
-맨발의 소복 여인
제2화 알몸의 여자 시체
-질투가 부른 엽기적인 살인사건
제3화 시체를 토막내고 가루로 만들어 바람에 날리다
-여인의 한이 부른 피바람
제4화 발이 잘린 여자아이
-범인 없는 엽기 사건
제2부 북망, 멀고도 가까운 곳
제5화 문병을 오지 않는다고 맞아 죽다
-한 번 종은 영원한 종
제6화 울울하게 맺은 정을 풀기 바란다
-첫사랑 때문에 죽은 여인
제7화 정조를 유린당하기 전에 자결하시오
-처와 어머니를 협박하여 자살하게 한 사건
제8화 여동생을 살해한 사건
-문중을 위한 명예살인
제9화 영영 돌아올 수 없는 다리
-어린 왕을 이별하고 흘린 눈물
제3부 죽어야 사는 여인들
제10화 하늘은 높고 땅은 넓은 데 이 한 몸 의탁할 곳이 없구나
-소박맞은 여인의 자살사건
제11화 볏단 두 단 때문에 벌어진 일가족 집단 자살사건
-연못 위의 일곱 시체
제12화 철창에 갇힌 새가 노래하다
-궁중 암투에 맞아 죽은 여인
제13화 첩으로 사는 것도 억울한데 살인이라니
-저주의 옥사사건
제14화 아들의 첩을 아비가 취하고 아비가 죽자 아들이 다시 첩으로 삼다
-여종은 주인의 노리개
제4부 여자에게 더욱 가혹했던 시대
제15화 너는 내 딸이 아니다
-기생의 딸이라 하여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여인
제16화 계모와 전처 자식 간의 갈등이 빚은 참화
-백필랑과 백필애의 자살 사건
제17화 서방님이 살아난다면 죽을 수 있어요
-남편을 위해 죽은 여인
제18화 누이와 어린 조카를 돌보지 못한 선비
-가난 때문에 몸을 판 여인
첫댓글 으윽.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요.
딸도 낳아 키우면서 어찌 그리도 잔인했는지...
조선시대에 여자들은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하층민 여자들은 철저하게
양반 들의 성적 노리개감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