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한 팔자야.” LG 김성근 감독대행은 27일 인천 SK전을 앞두고 수비훈련을 하고 있는 두 선수를 바라보며 긴 한숨과 함께 이렇게 내뱉었다. 그라운드에서는 용병 로마이어와 포수 장재중이 3루 수비훈련을 하고 있었다. 둘뿐 아니다. 최근 포수 조인성도 2루수와 1루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홍현우의 시즌 내 출장이 불투명한 데다 이종렬과 손지환이 줄부상을 당해 마땅한 내야 백업요원이 바닥났기 때문. 혹시 주전 내야수 중 한 명이라도 삐끗한다면 경기를 치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김감독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어쩔 수 없이 로마이어와 장재중에게 수비훈련을 시키기는 했지만 마음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김감독은 “태평양이나 쌍방울 감독 시절에는 쓸 만한 선수가 없어 선수들을 이곳저곳에 기용했었다. LG는 선수층이 두터워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정말 난감하다”며 “사정을 잘 모르는 이가 보면 또 나를 욕할 것”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김감독은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 남의 눈을 의식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승부사다운 각오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