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의 포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 한국도 다음 타깃이 될 것인가 [2월 3일자 사설] / 2/3(월) / 조선일보 일본어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수입품에 25%, 중국에는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미국의 관세전쟁이 마침내 포문을 연 것이다. 미국은 불법이민 유입, 마약 유입 등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거액의 흑자를 내는 국가들을 겨냥한 무역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대미 무역흑자 1위인 중국 등에 이어 8위인 한국과 6위인 대만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대미 수출의 대부분이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기업은 무역장벽을 회피하기 위해 전 세계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향은 더욱 커질 우려도 있다.
우선 멕시코에 건설한 자동차, 가전, 철강 공장은 25% 관세 대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10~20%의 일률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수출은 최대 448억 달러(약 7조엔) 감소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7%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기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멕시코 등 최대 무역흑자국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다음 단계의 개별 협상에서 공존의 길을 찾고, 한국 등 기타 흑자국에 대해서는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을 수정시키는 형태로 협상을 진행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도 일률 관세를 압력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그런 다음 나라마다 개별 협상을 통해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 할 것이다.
세계 각국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이나 투자의 확대책을, 유럽 각국은 여기에 더해 미국제 무기의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중이다. 인도 등은 미국으로부터 철강이나 곡물의 수입을 늘려 대미 흑자를 줄이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는 한국은 무역전쟁에 대처할 컨트롤센터조차 명확하지 않다.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원유, 가스, 곡물 수입을 늘리고, 기업은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 혹은 지금 미국에 있는 공장의 생산을 더 늘리는 등 즉각 대응해야 한다.
미국발 무역전쟁은 한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서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하이테크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조선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처럼 중국을 배제한 형태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원자력 분야처럼 조선·반도체·2차전지·인공지능 등 이외 분야에서도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조속히 구축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퍼스트(미국 제일주의)' 전략을 다른 나라보다 먼저 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