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의.
거목 김영랑의 시와 수필 중에 “오매 단풍 들겠네”가 제일 맘에 든다 나긋나긋 하고 여인
의 허리춤처럼 감칠맛이 나는 전라남도 방언을 유려하게 구사하는 그 속에 시상이 미려하
고 섬세하여 한동안 영랑을 여류 시인인 줄 착각하고 살았다.
산세.
아름답고 넓은 벌판 바다와 만을 끼고 있는 강진은 인심이 좋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농산
물과 수산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깨끗한 환경에서 생산되어 품질이 뛰어나고 인심 또한
뛰어나다 사람도 태어난 고장을 닮는다는데 여성적인 서정시를 쓴 영랑은 아름답고 조용
한 강진의 풍토를 닮은 듯하다.
영랑이.
휘문의숙에 입학해서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휘문의숙에 홍사용 안석주
박종화 등의 선배와 정지용 이태준 등의 후배가 있어서 문학적 안목을 키우는데 직접 간접
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생가에는.
시의 소재가 되었던 샘 동백나무 장독대 감나무 등이 남아 있으며 마당에는 모란도 많이
심어져 있다 시적 소재의 산실이었던 생가는 본체가 130년 전 안 체가 120 년에 지어진
건물이라는데 건축물에 대한 사료적 가치는 없으나 이곳에서 어린 시절 성장하면서 모란
이 피기까지는 마당 앞 맑은 새암은 “오매 단풍 들것네” 상큼한 시상을 떠올리기에는 충
분하다.
전라남도.
강진 영랑 생가로 들어가는 길엔 구부러진 돌담이 있고 입구 넓은 잔디밭을 지나 문간채
대문을 들어 서면 안채가 나온다 안채 왼쪽으로 옛날 돌로 쌓아진 우물이 제 모습 그대로
하고 있으며 안채 오른쪽으로 장독대와 감나무와 모란꽃 밭이 있다.
꽃밭에서 더 오른쪽으로 가면 북을 두들기며 시를 읊고 쓰던 사랑채가 자리하고 있는데
그 앞의 은행나무는 영랑이 19살에 심었다고 한다 안채 뒤편 언덕엔 대나무 숲이 빽빽하
게 들어서 있고 동백나 무들이 있는데 집을 포근하게 감싸 않은 형상이다.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다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 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겄네)
이 시를 경상도 버전으로 그렸으면 나긋나긋한 감칠맛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일전에 어
느 지인께서 김소월의 진달래를 경상도 버전으로 써서 주옥같은 시를 망쳐 놓더만~ㅎ
시어에는 필요한 고향말(사투리)가 들어가면 더욱 맛깔스럽게 표현되는 것이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고향말)가 듬뿍 배어 있는 이 시의 감상과 작품 파악은 소싯적 국
어 선생님으로부터 많이 들었는데 한 행만 살펴보자 누이는 어느 날 장독대에 오르다 바
람결에 날아온 붉은 감잎을 보고는 가을이 왔음에 깜짝 놀라 오매 단풍 들것네 소리 지
른다.
그 놀라움에.
누이는 얼굴을 붉히고 마음까지 붉힌다 누이의 마음에 단풍이 들고 얼굴과 마음이 왜
붉어졌는지 동생은 알고 있다 절묘한 이 대목에서 절로 탄성이 난다 따스한 양 광을 즐
기며 오뉘의 사랑과 걱정을 그린 이 시는 읽을수록 가을향기의 소박함이 묻어있다 영랑
생가 장광에 서서 감나무를 바라보니 단풍 든 잎 하나가 곧 떨어질 것만 같다.
(마당 한편에 우물이 보이고 이 우물을 보고 영랑은 "마당 앞 맑은 새암은" 시를 지었다)
(입구에서 바라본 김영랑 생가)
첫댓글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 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뽀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 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청마의 깃발,
춘신은 그땐 다 외었는데.지금은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 길이여"
춘신의 말미만 생각납니다.
~단 결~!!
오래전 현직에 있을 때 낮 점심시간에 느지막이 식당에 오는 여학생 몇이 있어요.
너희들 왜 이렇게 늦냐. 배 안 고프냐 했더니 아이들 대답이 시 외우다가요 에요.
무슨 신데 했더니 서로 수줍어하며 쭈빗쭈빗하며 웃기만 해요.
외운 거 한번 내 앞에서 외워봐라, 못 외면 못 들어간다 했죠.
한 녀석이 밥 굶을까 봐, 입을 열어요. 돌담에 속삭이는 햇빛처럼
풀아래 웃음 짓는 아하, 그게 누구 신줄 아냐 했더니,
영랑 김영랑요 해요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고 기특한지..
근데 오늘 마초 님이 글을 짜임새 있게 올리셨군요 이거 하나 맘에 드네요ㅋㅋ
김영랑 님의 시는 우리가 중학교 다닐 때도 외웠던 시죠.
유치환 님의 꽃등 인양 창 앞에..
그다음엔 무엇이드라 읽었다 치고요ㅋㅋ
좋은글에 잠시 머물러 봅니다
늘 건 행하십시오~^^*
영랑 시인 님의 생가 가 그림 인듯 시 인듯 합니다
돌담 이며 장독대
소담스런 지붕 들 귀퉁이 에서
토속어 들이 미끄럽게 마구 흘러 나올 듯 하네요
"아이고 단풍 들겠데이" (경상도버전) ㅋ
꼽씹어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