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의 인연
어제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오늘 각 방송국마다 개표방송을 중계하고 있다
미국의 CNN과 Fox를 비롯해 여러 방송국에서
앞다퉈 방송을 진행 중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치얘기 한다고 시비 걸리고 싶지도 않고
그런데는 별로 관심도 없다. 사진에만 관심있다
오늘 아침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마지막 유세 현장 사진들
그 중 한 장의 사진이 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가 소유했었던 항공사의 비행기 동체가 나온 사진
사진 가운데 쯤에 트럼프가 서 있다. 별무늬가 찍힌 플래카드 바로 뒤에 서 있다
어떤 경합지역으로 마지막 유세를 갔던 모습이다
사진에 보이는 비행기가 바로 트럼프가 운영했던 항공사의 비행기다
내 기억에 너무나 뚜렷하게 남아있는 바로 그 비행기 도색이다
짙은 곤색의 비행기 색깔이 선명하게 머리에 떠오른다
구글검색도 해 보고 또 내 개인기록도 들춰 보았다
1990년 5월9일 ~ 5월18일 의사 5명과 세계 소화기냇과 학회 참석
Axid Opinion Leader Program, Indy --> San Antonio 라고 씌여있다
우리나라의 유수한 대학병원 소화기냇과 전문의 5명과 함께
미국 텍사스의 샌 안토니오에서 열렸던 학회에 참석했었다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본사에 들러 며칠간의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바로 샌 안토니오로 날아가서 학회에 참석했었다
그리고 또 인근의 유명 관광지 관광도 겸해서 했었다
샌 안토니오가 기후도 좋고 경관도 좋은 도시였다
도시를 관통해서 수로가 흐르고 공기도 아주 맑고 좋았다
학회를 위한 컨벤션센터도 아주 훌륭했다
국제회의를 많이 유치한다고 들었다
묵었던 호텔에서 일하는 멕시코계 여직원들은 하나같이 미인이었다
샌 안토니오에는 텍사스의 저 유명한 알라모 요새도 있다
지금은 이미 관광지가 되었지만 옛날 영화에서 봤던 요새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이런저런 시설이 돼 있었다
5명의 의사분들과 한 명의 부인이 함께 참석했었다
병원장 1명, 부원장 1명, 진료부장 1명, 과장급 1명
그리고 일반전문의 교수 1명 그렇게 5명과 함께 갔었다
전국의 유명 대학병원들에서 일하셨던 분들
본사에서의 프로그램도 좋았고,
샌 안토니오에서의 학술대회도 훌륭했었고
텍사스의 풍광을 볼 수 있었던 관광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참석했던 의사분들이 모두 좋아했고 감사하다고 했었다
함께 갔었던 부인께서 너무 고맙다고
귀국 후에 압구정동에 있는 집으로 참석자들을 모두 초대
아주 성대한 만찬을 대접해 주셨다
한강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소위 한강뷰 아파트였다
조금 전에 그 교수님을 검색해 보니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나신 것으로 나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참 소탈하고 좋은 분이었는데...
그 때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샌 안토니오로 이동할 적에
트럼프가 운영했던 트럼프 셔틀을 이용했었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바로 그 도색을 한 비행기였다
비행기를 타고나서 깜짝 놀랐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소화기냇과 전문의들로 좌석이 채워졌는데
모두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 초빙한 저명한 의사들이었다
각 지사마다 직원들이 한 명 이상씩 따라 갔었다
트럼프 셔틀은 일반 비행기가 아닌 전세기였다
당시 트럼프 셔틀은 전세기 영업만 한다고 들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보니 물 나오는 곳의 수도꼭지가
금 도금인지 누런 금빛으로 반짝반짝했었다
그리고 손을 가져다 대면 센서로 알아서 물이 나왔다
좌석은 모두 푹신한 노란색 천연 가죽시트였다
좌석마다 직통 전화기가 비치돼 있었다
가는 도중에 주는 식사도 아주 고급진 음식이었고
바구니에 담아 지나가며 마시라고 주는 미니 술병도 고급이었다
체면상 두 개는 못 집고 하나만 집었던 생각이 난다
무엇보다도 서빙하는 스튜어디스들이 하나같이 미인이었다
당시 일반 미국 항공사들의 승무원들은 나이든 사람이 많았다
특히 내가 많이 이용했던 노스웨스트 항공사의 비행기에는
중년의 나이든 승무원들이 아주 많았다
제복 단추도 편하게 끌르고 자유롭게 일했다
대한한공, 일본항공, 싱가폴항공 등의 젊고 예쁜 승무원들과
아주 많이 달랐다. 미국 항공사 들은 대충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트럼프 셔틀 전세기 승무원들은 전혀 달랐다
어디서 뽑아왔는지 키도 크고 몸매도 날씬하고
얼굴은 또 하나같이 미인이었다. 모두 백인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날아가면서 기분좋은 여행을 했다
의사분들도 모두 대단하다며 놀라워했다
최상급의 대우를 해 준다며 이구동성으로 흡족해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트럼프가 양아치가 아니다
벌써 34년 전에 성공한 비지니스맨이었다. 당시 44세 때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서 여기저기 투자하고 있었다
트럼프 셔틀도 그 중의 하나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타 본 트럼프 셔틀 비행기
오늘 아침 트럼프의 유세장면에 나온 사진을 보고
34년 전의 그 때 그 시절이 생각났다
구글검색을 해보니 벌써 오래 전에 문을 닫았다
그런데도 아직 자가용 비행기는 같은 도색을 하는가 보다
덕분에 나도 34년 전 일을 떠올릴 수 있었다
트럼프 셔틀(TB/Trump Shuttle)
1989년 뉴육 라과디아 공항(LGA/LaGuardia Airport)을 본거지로 탄생한 항공사가 있었다.
그 해 6월 23일부터 운항을 시작하여 1992년 4월 12일 문을 닫았다.
지금은 사라진 이 항공사의 이름은 트럼프 셔틀(Trump Shuttle)이며, IATA 코드는 'TB'다.
소유주는 도널드 트럼프, 전직 미국 대통령이다.
부동산 왕 트럼프는 심각한 경영부진의 늪에 빠진
이스턴 항공(EA/Eastern Air Lines)이 소유하고 있던
미국 동해안에 있는 셔틀항공편 노선과 라과디아 공항터미널 사용권,
항공기(B727-100, -200)를 한데 묶어서 3억 6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애틀란틱시티(Atlantic City)에 있는 카지노까지 실어 나르는
헬리콥터 회사를 운영하면서 항공사 운영을 꿈꾸고 있던 터였다.
트럼프 셔틀은 라과디아 공항을 거점으로 하여 워싱턴 DC의 워싱턴-내셔널 공항(DCA)과
보스턴의 로건 공항(BOS)을 잇는 고수익 비즈니스 노선을 운항하면서 순조롭게 출범했다.
미국의 항공역사를 돌이켜 보면
카터 정부의 항공규제완화(Deregulation of the Airline Industry) 정책으로 인해
이곳 저곳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이내 모습을 감춘 항공사가 많았는데,
3년이라는 단명으로 끝난 트럼프 셔틀이라는 항공사도 그 중 하나다.
트럼프는 그가 경영하고 있던 호화스러운 인테리어의
호텔과 카지노 이미지와 일치하도록 항공사를 운영했다.
보잉 727-200은 흰 바탕에 금색이 들어간 화려한 도장이었다.
군데군데 은빛 도금이 들어간 기내 장식, 가죽으로 된 좌석과
전화기가 설치된 객실은 고급화 전략 "트럼프 풍" 그 자체였다.
뉴욕-라과디아 공항에는 당시로선 선진적인 자동체크인기가 설치됐다.
당시는 이 새로운 기계 하나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출발 게이트를 지나 약 1시간이라는 짧은 비행시간을 그는 꺼꾸로 활용했다.
신문, 잡지에 커피, 토스트, 빵 종류 - 훌륭한 식사 대용이었다.
기내식은 기내가 아니라 미리 게이트에서 끝내버리는 것으로 당시 인기를 끌었다.
뉴욕(라과디아)은 물론이고 워싱턴-보스턴 3개 공항에 마련된
전용게이트 일대도 새로운 인테리어로 바꾸었다.
바와 스낵 코너가 마련됐고, 게이트 부근에서는 무료 신문과 잡지대가 놓였다.
그 서비스는 훌륭했고 업계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팬아메리칸 항공(PA)의 셔틀편이나
암트랙(Amtrak) 고속열차 메트롤라이너(Metroliner) 등
경쟁사보다 운임이 높게 책정되어 항공사 설립 때부터 줄곧 적자상황이 이어졌다.
그 위에 총수인 트럼프도 본업인 부동산업이 때마침 불경기로 경영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에
1990년 9월에 씨티 코프(citicorp)의 관리 하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이어 1991년 1월 걸프전쟁(중동전쟁)이 발발하면서
유가가 급등했고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미국 전체의 경제상황이 나빠졌고 항공수요도 침체되어
씨티 코프의 중개로 아메리칸 항공과 US 에어, 노스웨스트 항공과 양도협상이 계속되었고
1992년 4월에 US항공에 경영권이 승계되면서 짧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현재는 매수-합병 등이 이루어진 끝에 American Aurlines Shuttle(AA)로 돼있다.
트럼프는 항공사 경영에 관해서는 경영의 귀재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의 난폭하고 즉흥적인 경영방식은 호텔 및 카지노 경영과 항공사경영을
같은 선상에서 동일시한 착각 뿐이었다.
지금 대통령에 다시 선출된 그는 자신이 옛날 실패한
트럼프 셔틀을 가져간 아메리칸 항공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