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올리비에의 눈에 들어 브로드웨이 무대에 섰고, 빌리 와일더 감독이 연출한 영화 두 편에 출연했으며, 스타워즈 시리즈 '제국의 역습'에서 사악한 황제 팰퍼틴의 목소리를 연기한 뉴질랜드 출신 배우 클라이브 레빌이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할리우드 리포터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딸 케이트는 치매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고인이 지난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변 셔먼 오크스의 돌봄시설에서 눈을 감았다고 매체에 털어놓았다.
워낙 연기 폭이 다채로웠던 고인의 출연작은 오토 프레밍거 연출에 올리비에 주연의 '버니 레이크의 실종'(1965), 잭 스마이트 연출에 워런 비티 주연의 'Kaleidoscope', 조지프 로시 연출에 두 캐릭터(스코틀랜드인과 아랍인)를 연기한 'Modesty Blaise'(이상 1966), 저주받은 맨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수사하는 물리학자를 연기한 존 휴 연출에 로디 맥도왈 주연의 'The Legend of Hell House'(1973) 등이다.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SC)의 베테랑 배우로 그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일곱 차례 올라 뮤지컬 '당신에게 오늘 밤을'(Irma la Douce 1961)와 'Oliver!'(1963)로 두 차례 에미상 후보로 지명됐다. 와일더 감독이 연출한 '셜록 홈즈의 미공개 파일'(The Private Life of Sherlock Holmes 1970)에서 홈즈와 왓슨 박사가 동성애자임을 믿게 만드는 러시아 발레리노를 연기했고, 'Avanti!'(1972)에서는 포위 당한 호텔 지배인을 연기해 골든글로브 후보로 지명됐다.
스타 워즈 다섯 번째 에피소드 '제국의 역습'(1980)을 연출한 어빈 커슈너가 레빌에게 전화를 걸어와 로스앤젤레스의 윌셔 블루버드 스튜디오에서 목소리 연기를 녹음하자고 제안했다. 둘은 영화 '파인 매드니스'(A Fine Madness 1966)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다스 베이더(제임스 얼 존스)가 홀로그램으로 표현된 황제와 소통하는 장면에 쓰일 것이었다.
레빌의 목소리는 2004년 DVD 판에는 이언 맥디아미드의 것으로 대체됐다. 맥디아미드는 '제다이의 귀환'(1983)에서 그 캐릭터를 연기했고 세 편의 프리퀄(prequel)까지 계속 맡았지만 그의 팬들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는 2015년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내게 다가왔고, 난 그들에게 가까이 와 눈을 감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황제의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포스(Force)에 거대한 동요가 있다네’라고 말하자 사람들은 하얗게 질렸고 한 사람은 거의 쓰러졌다!”고 털어놓았다.
클라이브 셀스비 레빌은 1930년 4월 18일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두 아들 중 한 명으로 태어났다. 어머니 일리노어는 오페라 가수였으며, 아버지 말렛은 목수였다.
셰익스피어 광팬으로 레빌은 한 은행의 보험계리사로 일할 때 순회 공연 차 뉴질랜드를 들른 올리비에와 비비엔 리 부부를 만났다. 올리비에는 브리스틀에 있는 자신의 올드 빅(Old Vic) 연기학교에 와서 연기를 공부하라고 권했고, 레빌은 1950년 영국으로 여행 가기 위해 돈을 모았다.
그는 집을 떠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레빌은 2017년 인터뷰를 통해 "난 한 순간 ' 할 수 없어, 할 수가 없어. 스스로도 감당 안되는 걸'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해서 학교에서 연기 동작을 지도하는 여인과 믿기지 않는 대화를 나눴다. 그녀가 내 곁에 앉더니 '너 스스로를 들여다 보면 네 안의 진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진실을 발견할 수 있으면 손가락의 반지 이상이기 때문에 절대 절대 절대로 잃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당신 인생과 당신의 정신 안에서 절대적이며 가장 깊숙한 대사”라고 돌아봤다.
1952년 고인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은 찰스 디킨스의 연재소설 'The Pickwick Papers'였다. 그는 그 뒤 RSC에 들어가 '마르키 드 사드'(the Marquis de Sade 사드 후작,1964) 주연으로 무대에 섰다. 1967년 브로드웨이로 귀환해 뮤지컬 '셰리!'의 주연 셰리던 화이트사이드로, 1971년 ' The Incomparable Max'의 주연 맥스 비어봄을, 1975년 '셜록 홈즈'의 모라이어티 교수를, 1981년 에드워드 알비가 각색한 '롤리타'의 주연 클레어 퀼티를 연기했다
그는 모든 종류의 인종을 연기할 수 있었으며, '더블 맨', 'Fathom'(이상 1967), '장미와 총'(The Assassination Bureau 1969), '사랑의 시련'(A Severed Head 1970), '검은 풍차'(The Black Windmill 1974), '공룡 사라지다'(One of Our Dinosaurs Is Missing 1975), '사랑의 검객 조로'(Zorro: The Gay Blade 1981), '못말리는 로빈훗'(Robin Hood: Men in Tights 1993), '못말리는 드라큐라'(Dracula: Dead and Loving It 1995)와 '더 퀸 오브 스페인'(2016) 등이 빅 스크린 출연작이다.
또 하나, 고인은 피터 포크의 오리지널 '형사 콜롬보' 시리즈 마지막 회(1978)에 아일랜드 남성으로 출연했고, 'Maude', '부부탐정'(Hart to Hart), '다이너스티', '레밍턴 스틸', '제시카의 추리 극장'(Murder, She Wrote)와 '바빌론 5'에 '매그넘 P I'. 'Newhart', '맥가이버', 'Dear John', 'The Fall Guy'와 '스타트렉: 넥스트 제너레이션' 등에서 모든 것을 보여줬다.
팰퍼틴 황제 말고도 고인은 비디오 게임들에서 다른 스타워즈 캐릭터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1992)에서 알프레드 집사 목소리를 연기했다.
유족으로 딸 케이트와 손녀딸 케일라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