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바보의 차를 타고 보성에 내려 광주가는 버스를 탄다.
노트북을 챙기고 큰마트에 들러 봄바지를 하나 산다.
수퍼에서 빵과 막걸리를 사고 작은 고량주를 세병 사 나온다.
차 안에서 빵을 두개 먹는다.
바람꽃을 보지ㅣ 못했다.
보지 못하면 어떠랴
페북에서 화순군수가 개천사 비자나무 산책로를 다녀왔다는 걸 봐 그리 간다.
변천리로 들어가는데 풍력발전 바람개비 만드느라 큰 차가 올라간다.
개천사 앞에 차를 세우고 비자나무 서너개 사이를 올라간다.
남북평화통일기원비가 서 있다.
한자 기원이 씌여진 비 옆을 보니 동기라는 연호가 있다.
동학교에서 세웠나 보다.
화순군에서 개천제를 지내기도 하니 동학교도도 개천산이 의미가 있겠다.
절은 천불전과 대웅전 누마루가 있는 요사채 등 세 건물이 단청하고 서ㅓ 있다.
보리라는 개는 보이지 않는다.
비자나무 안내판을 보고 요사채 옆을 지난다.
구비구비 아마매트를 깔았고 시누대 등을 베어내었다.
그래도 키가 큰 나무들은 잘 서 있다.
산수유 한그루 호위르르 받은 흙집 하나는 한쪽이 무너져 내렸다.
모자연리목 대표나무를 만난다.
나무가 크다. 장흥 행원이나 해남향교의 비자나무만은 작은 듯하지만
연리목이 또 의의가 있겠다.
지그재그 매트길을 걸으니 본격적인 비자숲이 나타난다.
잎이 하늘을 가려 어둑해 사진찍기 좋아 신난 아이처럼 폰을 들이댄다.
금탑사 비자나무나 해남 녹우당 뒤 비자나무도 생각난다.
불회사 백양사 비자나무도 좋았지.
따스한 나무 아래에서 산자고 밭이 넓다.
두리번거리자 노란 술을 단 하얀 산자고가 날 본다.
무릎을 꿇고 인사하고 나니 주변에 여럿이다.
거북바위 사거리다.
바위 돌아 오니쪽으로 길이 보이는데 바로 짖쳐오른다.
홍굴재 오르는 돌길이 가파르다.
땀을 떨어뜨리며 오르자 능선에 이정표가 서 있다.
천태 개천 모두 600미터다.
몇년전 천태산을 오른 줄 알았는데 걷다보니 개천산이다.
참나무 사잇길에 분홍 노루귀를 만난다.
여럿이다. 솜털이 보이지 않는다.
흰노루귀는 안 보이고 옅은 분홍들은 보인다.
개천 봉우리에 오르는 길도 가파르다. 굵은 줄을 잡고 오르는데 어느 줄은 손과 바지에 하얗게
부스러기를 붙인다.
정상은 어지러운데 개천산 정상석 주변은 발자국 흔적이 많다.
흐린 덕룡산 뒤로 월출산이 아득히 뾰족하다.
무등도 흐리다.
정상석 앞에 방석을 놓고 떡과 과자를 놓고 술을 따룬다.
절을 세번 한다.
난 조국의 평화통일도 국태민안도 국민총화도 기원하지 않는다.
내 부모님과 내 형제의 명복도 빌지 않는다.
모르겠다. 내가 더 낮아지길, 더 화내지 않길 현명한 판단을 하길 내자식들이
잘 살아가 주길--- 이기적이다.
건너 화학산 쪽엔 바람개비가 멈춰 있다.
정상아래 삼거리에서 화학산쪽으로 내려간다.
가파른 길에서 생강나무꽃을 만난다.
개천사 이정표를 보고 옆으로 도니 또 비자나무숲이 나타나고 더 내려가니 거북바위다.
개천사로 들어가니 바람개비가 산능선 위로 보인다.
불썽이 안 좋다.
현학정을 들를까 하다가 범재등에 올라가봐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어 부지런히 운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