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오솔길
우리말 ‘오솔길’은 참 정감이 가는 말이다.
어감도 매우 좋다.
그럼 ‘오솔길’은 어디서 온 말일까?
국어사전은 오솔길에 대해 ‘폭이 좁고 호젓한 길’이라고 적고 있다.
그렇다면 ‘오솔’ 두 글자에 ‘폭이 좁고 호젓하다’는 뜻이 들어 있어야 한다.
우리말은 ‘하나’라는 존재를 나타낼 때, 그 접두어로 ‘외’ 자를 사용한다.
외아들, 외기러기, 외나무다리 등에서 이런 단어를 만날 수 있다.
국어학자들은 이 ‘외’ 자에서 오솔길의 앞 말 ‘오’ 자가 파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뒷말 ‘솔’ 자는 우리 어머니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바느질이 많았던 우리 어머니들은 저고리 어깨선이 좁을 때 ‘어깨가 솔다’, 그리고 소매가 좁을 때는 ‘소매가 솔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학자들은 오솔길의 ‘솔’ 자를 여기서 온 것으로 보고 있다.
바느질에서 보듯 ‘가늘고 좁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폭이 좁고 호젓한 길’이라는 뜻을 가진 ‘오솔길’을 찾아 국립중앙박물관을 향해 전철 4호선 이촌역에 내렸다.
이촌역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향해 수평에스컬레이터(moving sidewalk)를 이용하여 박물관 부지 내로 나온 다음 도로방향으로 뒤돌아 나오다 보면 입구에 ‘박물관 오솔길’이란 작은 안내표지판이 서 있다.
오솔길은 정감이 가는데 표지판은 정감이 가지 않는 것은 눈에 잘 띄지 않아 처음 가는 사람들은 찾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일단 숲으로 들어서서 야자매트가 깔린 오솔길을 조금만 따라가면 붉은 배롱나무꽃이 주변에 아름답게 핀 연못을 만난다.
작은 수련이 점점이 떠 있는 연못가엔 황금잉어들이 인기척에 모여들고, 물가엔 배롱나무 붉은 꽃들이 여름을 수놓고 있다.
연못 이름은 배롱나무못이다.
배롱나무는 부드러운 외피로 인해 마치 겉껍질을 벗겨낸 것처럼 보이는데 이 모습이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같은 모습, 즉 숨기는 것이 없는 떳떳한 모습을 상징한다고 해서 조선의 선비들이 배롱나무를 무척이나 사랑하였다고 한다.
청렴결백(淸廉潔白)을 강조하는 선비정신에 잘 어울리는 나무라서 서원(書院)이나 향교(鄕校) 등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절에서도 배롱나무를 많이 심었는데, 그 이유는 배롱나무가 꽃이 진 뒤 매끈한 줄기 외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모습을 빗대어 무소유 상태라고 여겼기때문이라고 한다.
꽃 한 송이가 피고지고를 백일 동안 반복한다고 해서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 배롱나무는 사육신의 한 분이었던 성삼문이 사랑한 꽃이었다고 전한다.
성삼문이 배롱나무와 백일 동안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나무의 꽃이 붉었기 때문이리라.
배롱나무의 붉은 꽃은 성삼문의 단종을 향한 마음, 즉 일편단심(一片丹心) 아니었을까!
百日紅
- 成三問 -
昨夕一花衰(작석일화쇠) 어제 저녁에 꽃 하나 지더니
今朝一花開(금조일화개) 오늘 아침엔 꽃 하나 피었구나
相看一百日(상간일백일) 서로 백 일을 바라볼 수 있으니
對爾好銜杯(대이호함배) 너를 대하며 기분 좋게 한잔 하리라
※ 함배(銜杯)란 지그시 눈을 감고 숨을 한번 고르면서 말이 재갈을 물 듯 잠깐 입술에 대어 술의 향기를 맛보고 나서 마시는 주법(酒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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