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8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법사위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야권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하 직함 생략) 관련 ‘X파일’이 정국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윤석열 X파일’이란 윤석열을 둘러싼 알려지지 않은 각종 비위(非違), 도덕성 문제 등이 담긴 비밀 파일을 뜻한다.
윤석열 지지율이 최소 25%에서 최대 50% 선까지 육박하자 여권(與圈)은 벌써부터 ‘윤석열 X파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5월 27일 “윤석열 파일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 6월 10일에도 ‘정말 윤석열 X파일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검증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답했다. 윤석열 X파일 내용을 정리 중에 있지만, 그 내용에 대해선 밝히긴 어렵다는 것이다.
송영길 대표 발언 배경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을 지낸 신지호 전 의원이 《주간조선》(2021년 5월 24일자)에 쓴 〈'검사 윤석열' 파일은 왜 야권서 등장했을까?〉란 제목의 칼럼이 있다.
신지호 전 의원 칼럼을 요약하면 여권이 생산한 윤석열 X파일을 야당 모 의원이 갖고 있고, 문제의 X파일이 자신의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여권발(發)-야권행(行)’ X파일(?)이라는 의미다. 윤석열 X파일이 실존한다는 내용의 글이 전직 야당 의원에 의해 폭로(?)된 것 역시 흥미롭다.
이 칼럼이 게재되면서 윤석열 X파일의 실재(實在) 여부가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송영길 대표의 ‘윤석열 X파일’ 관련 발언이 나온 것도 신 전 의원 칼럼이 보도된 직후다.
신지호 전 의원은 지난 5월 24일 문제의 ‘X파일’에 대해 “야당 국회의원실에서 X파일을 본 것은 맞다”면서도 내용에 관해선 함구했다. 신 전 의원은 “(칼럼을 실은) 《주간조선》에도 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국회 보좌진은 X파일 존재에 ‘갸우뚱’
평소 친분이 있는 국회 야당 보좌진 중 이른바 ‘선수’로 불리는 이들을 상대로 탐문을 해봤다. ‘선수’란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등에서 고급 정보를 입수해 폭로하는 나름의 실력을 갖춘 보좌진을 말한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을 지낸 국회의원 보좌관 A씨에게 X파일 존재 여부를 물었다. A씨는 그간 고위 공직자들의 땅투기, 논문 표절 등 도덕성 검증 과정을 도맡았던 이다.
A씨는 “(윤석열 X파일을) 보지는 못했고, 기사(신지호 전 의원 칼럼)만 봤다”며 “특별한 내용은 없을 듯하다. 만약 있었으면 벌써 보도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건처리 등 그냥 떠돌아다니는 얘기 수집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추정했다.
국민의힘 율사(律士) 출신 의원의 비서관 B씨도 윤석열 X파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B씨가 몸담고 있는 국회의원실은 각종 비위 첩보를 제보받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B씨는 “X파일이란 걸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만약 야당에서 파일이 돌았다면, 최소한 내게는 제보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X파일이라고 해봐야 그간 제기된 처가(妻家) 문제,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형(윤우진) 청탁 의혹 등이 전부가 아닐까 싶다”며 “문제는 이 의혹들이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다뤄졌다. 그것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의 보좌관 C씨는 X파일이 야권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C씨는 “굳이 야권발(發) X파일이라고 한다면 윤석열에 반감이 강한 진성(眞性) 친박이나 태극기부대 세력이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며 “그런 X파일이 얼마나 신뢰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X파일’로 거론되는 의혹 상당수, 이미 보도돼
윤석열 관련 의혹 중 핵심은 윤석열 최측근으로 일컬어지는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형’ 관련 의혹과 윤석열 처가, 즉 아내 ‘김건희’ 관련 의혹이다. 이들은 앞서 보좌진이 언급했듯이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와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다뤄진 내용들이다.
더욱이 윤대진 형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엄호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김종민, 박주민 두 의원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을 적극 감쌌다.
김건희씨 의혹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제기된 사안이다. 그 역시 이미 훑고 지나간 이슈란 얘기다. 따라서 이들 의혹이 X파일로 공개된다고 해서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 미지수다.
추미애 전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 자료 역시 관심사다. 2020년 7월 21일, 한 언론사 카메라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아내 관련 자료를 휴대전화로 보고 있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모습을 포착했다. 추 전 장관이 본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한 인터넷 매체와 모 월간지가 2020년과 2019년 이미 보도한 기사와 유사한 것이었다.
윤석열 장모 최모씨 관련 의혹도 빼놓을 수 없다. 최씨 관련 의혹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많은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이중 ‘요양병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 5월 31일 최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최씨는 이와 관련해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오는 7월 2일 선고 공판을 남겨놓고 있다. 만약 최씨가 유죄를 받는다면, 상황이 달라질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선고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尹 수행비서 역할 하는 조카는 누구?
취재 과정에서 윤석열 친인척 관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5월 17일 윤석열은 차량 편으로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했다. 당시 복수의 언론은 윤석열이 ‘수행원 없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수행원’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수행비서’는 분명히 있었다. 수행비서 겸 운전기사 역할을 한 이는 바로 윤석열의 조카였다.
윤석열의 가장 가까운 위치에 조카가 있다는 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더구나 조카 관련 이야기는 그간 언론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윤석열 최측근 인사를 통해 이 조카가 어떤 인물인지를 확인해봤다.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30대 중후반인 조카(남성)가 윤석열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안다. 윤석열과는 정확히 어떤 관계인가.
“윤석열 외가 쪽 조카라고 알고 있다.”
- 친인척인 조카를 대동하는 게 세간(世間)에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조카는) 어떤 막중한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소박한 마음으로 수행비서 역할을 해주는 게 다다. 운전과 사진촬영 정도가 조카가 하는 일의 전부다. 그 사람은 윤석열이 하는 공적인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 직접 만나보니 어땠나.
“얼마 전에 처음 봤지만 괜찮은 친구라는 인상을 받았다. 윤석열이 사람들과 만날 때 항상 멀찌감치 거리를 두더라. 윤석열이 사람들을 만날 때 여러 사람이 그를 에워쌀 거 아닌가. 그때도 그 친구는 사람들을 제지하지 않고 (윤석열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더라.”
- 굳이 조카에게 수행비서 역할을 맡긴 이유가 있나.
“정식으로 캠프가 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거다. 급한 대로 조카가 운전기사 겸 비서 역할을 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윤석열은 이 사람 저 사람 대동한 채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주 소박하게 활동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조카 한 명만 데리고 다닌다, 뭐 그런 취지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윤석열 측 핵심 인사도 “조카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맞다”면서도 “차후 공조직이 꾸려지면 모든 업무가 공식 계선(系線)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X파일’에 대해서도 “그간 언론에 보도된 내용 외에 추가로 파악된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