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에게 교육 수장(首長)을 맡긴 실험은 성공적일까. 김진표(金振杓)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취임한 지 두 달여가 지났다. 평생을 재정경제부에서 지내 경제부총리까지 했고, 17대 국회에 진출해서는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온 그가 교육부를 맡게 됐을 때 많은 국민이 가벼운 충격과 기대를 가졌다. 이동한(李東翰) 전국뉴스부장이 김 부총리로부터 교육에 대한 철학과 계획을 들어봤다.
―한 달여 전 윤종용(尹鍾龍) 삼성전자 부회장은 교육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하향평준화로는 한국을 먹여살리지 못한다”고 했고, 정운찬(鄭雲燦) 서울대총장은 대입 본고사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총리도 시장주의자라고 할 수 있고, 평준화의 문제도 많이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 와서 하는 말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교육부) 밖에 있을 때는 대학이 자유롭게 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교육부 와서 책임을 맡고 구체적 상황을 살펴보니 더 정확하게 파악 되더라. 본고사를 보게 한다면 1~2개 대학은 우수 학생을 뽑겠지만 나머지 많은 대학은 피해를 보고 재수생도 많이 생기는 등 문제가 커진다. 3불(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 정책은 언젠가는 풀어야 하지만, 대학의 학생 수급 문제부터 해소하는 게 먼저다. 3~5년 안에 15개 정도 세계적 대학을 만들어야 어느 정도 해소되고, 이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이미 3~5개 대학은 그런 수준의 대학이다.”
특목고·자립형사립고 출신 대책 등?
내신불리 보완책으로 다양한 특별충원 검토·학교 경영마인드 절실, 교장 공모제(公募制)늘리겠다.
―3~5년 뒤 3불정책이 완화된다는 말인가?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진 말아 달라. 교육정책은 함부로 말할 수 없다. 15개 대학을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는 진행정도에 맞춰 대학에 재량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15개 세계적 대학’ 비전만으로는 학부모와 대학의 불만을 해소할 수 없을 것 같다. 정운찬 서울대총장도 부산영재과학고, 민족사관고 학생들에게는 내신에 가산점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
“특목고, 자립형사립고 출신들은 특기를 살려 대학에 충분히 갈 수 있도록 특별충원 방식을 다양하게 도입하겠다. 다만 고교등급제는 선배들의 점수로 후배를 평가하는 것이어서 불합리하므로 적용할 수 없다.”
―그래도 고교간 학력차가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학력 낮은 고교에 우수 교사와 지원금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학력차를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차차 해야 한다. 우선 대학부터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고교도 할 수 있다. 다만 자기가 선택해 간 학교가 아니라 강제배정 방식으로 간 학교 때문에 학생이 불이익을 받도록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학교 경영에 좀더 경쟁적 요소를 도입할 필요는 있다. 공모형 초빙제 교장을 모셔다가 자율권을 완벽히 주고 평가해서 보상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교사 출신이 아니라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일부 학교에서 시도 중이며, 점차 확대할 것이다.”
―지금 고1 이하부터는 내신에 수우미양가가 없어지고 상대평가 방식이 도입돼 내신 부풀리기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고2~3은 내신 부풀리기 문제가 여전히 남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2008학년도 대입부터 수능은 등급제로 해 보충적 판단자료로 만들고 내신과 독서이력 등을 통해 대학들이 재량껏 학생을 뽑을 수 있게 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내신을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1이 내신 위주 새 대입제도의 첫 적용 대상이 되겠지만, 현 고2, 고3의 내신도 이번 학기부터 고1과 똑같은 방식으로 신뢰도를 높게 바꿀 것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 등이 고2, 고3의 내신도 고1과 같은 방식으로 매기는 방안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요즘 생존의 문제에 허덕이고 있다. 대학 통폐합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될까?
“대학 숫자를 줄이는 것은 하나의 예다. 대학 구조개혁에는 통폐합뿐 아니라 학교 간 학과 교환, 대학 스스로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학과를 재조정하는 것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대학은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는 등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로 통폐합할 수는 없다. 대학들이 국가 지원금을 따낼 목적으로 실현성 없는 통폐합 계획만 만들어내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을 막기 위해 지원대상을 엄격히 선택하고 구조개혁 조건 하나하나를 정부와 대학이 계약한 후 지원금을 주겠다.”
―대학들의 로스쿨 유치전이 과열되고 있다. 지방대들은 시·도별로 1개씩 로스쿨을 허가해줘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로스쿨을 대거 허가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학들이 많다.
“로스쿨 허가 대학 수를 정하려면 로스쿨 정원부터 결정해야 하는데, 변호사단체는 1200명, 법대 교수들은 2000명을 주장하고 있다. 큰 안목으로 보면 정원을 늘리는 게 맞다. 통상·환경·노동·정보통신·교육과 관련한 법률전문가가 더 많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로스쿨이 권역별로 배치돼야 한다고 본다.”
일 왜곡교과서 검정통과땐?韓中日공동제작 역사책·자매결연 日학교에 보급
―국내 학교들에 충격을 주고 경쟁의식을 북돋기 위해 교육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감히 개방할 생각은 없나?
“공공성이 강한 초·중·고교는 인천 등 경제특구에서만 개방하도록 할 것이다. 경제특구에 외국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의 골격이 다 만들어져 있고, 세부 사항에 대해서도 조율이 다 됐다. 4월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다. 고등교육·성인교육 시장은 완벽히 개방돼 있다.”
―일본 후소샤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정 결과가 나오면 즉각 분석해서 불채택운동을 벌이겠다. 한국과 자매결연한 일본 내 학교 260여곳, 자매도시 70여곳, 네티즌, 반크 등을 통해 일본 여론을 환기하고, 일본 순회강연도 하겠다. 한국·중국·일본이 공동으로 제작한 역사 부교재를 일어판으로 펴내 보급하겠다.”
―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만드는 건 어떤가?
“정부는 수능의 어느 과목도 필수로 하지 않고 있다. 고1이 필수로 배우는 국사에 근현대사가 들어있지 않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중 근현대사 부분을 넣은 보충학습교재를 만들어 학교에 배포하겠다.”
첫댓글 평준화를 없애면 모든게 해결되는것을...
평준화없애면 어느학교가 뜰지 궁금하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