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들), 내일부터 1박 2일 금강 자전거길 종주를 하자고 해 놓고 밤 11시에 들어오면 어떻게 하니?"
지난 목요일 밤 11시 뒤늦게 귀가한 정민에게 고함을 쳤습니다. 정민이 오늘 중요한 사람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저에게
지난 목요일 밤 11시 뒤늦게 귀가한 정민에게 고함을 쳤습니다. 정민이 오늘 중요한 사람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저에게
귀띔해주었지만 밤 11시까지 늦을 줄은 몰랐던 것입니다. 아들 입이 삐죽 나오는 것이 직감으로 느껴집니다. 내일 아침
9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나 정민은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 저로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는 작년에
4박 5일로 한강과 낙동강 자전거 길을 종주한 경험이 있지만, 그는 자전거를 배운 지 불과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아 과연
금강 자전거 길을 종주할 수 있을지 은근히 걱정되었습니다.
금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채 잠이 덜 깬 정민은 저의 재촉 소리에 짐을 대충 꾸립니다. 이러는 아들이 못마땅합니다.
금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채 잠이 덜 깬 정민은 저의 재촉 소리에 짐을 대충 꾸립니다. 이러는 아들이 못마땅합니다.
어차피 할 일인데 왜 이렇게 꾸물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겨우 9시 반경 밴을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목적지는 대청댐입니다. 2시간이 좀 넘게 걸릴 예정이니 늦어도 12시에는
겨우 9시 반경 밴을 타고 출발하였습니다. 목적지는 대청댐입니다. 2시간이 좀 넘게 걸릴 예정이니 늦어도 12시에는
대청댐에 도착하여야 합니다. 저만 혼자 마음이 급합니다. 오늘 적어도 대청댐에서 공주보를 거쳐 백제보까지 가야
내일이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금강 종주 자전거길은 총 146킬로미터로 대청댐에서 출발합니다. 그 다음 '보'는 세종보입니다. 대청댐에서 세종보까지
금강 종주 자전거길은 총 146킬로미터로 대청댐에서 출발합니다. 그 다음 '보'는 세종보입니다. 대청댐에서 세종보까지
37킬로미터. 세종보에서 공주보까지 19킬로미터. 공주보에서 백제보까지 24킬로미터. 도합 80킬로미터입니다.
첫날 이 만큼은 달려야 남은 거리가 66킬로미터 정도로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첫날 공주보에서 머물 경우 다음날
90킬로미터를 달려야 합니다.
차를 탄 정민의 표정이 왠지 저에게 할 말이 있는 표정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무엇을 하라고 시키시면 왜 그런지
차를 탄 정민의 표정이 왠지 저에게 할 말이 있는 표정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무엇을 하라고 시키시면 왜 그런지
모르는데 할 마음이 사라져요. 그 일을 시작하기 매우 어려워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야단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일
자체의 착수를 방해하고 있어요. 저는 아버지께서 저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어요." 허허 이렇게
답답할 데가 있나. 저는 아들에게 늘 자상하게 가르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 가르침이 아들 녀석에게는 큰 부담이 되어
일 시작 자체를 막고 있다니 기가 막혔습니다.
"아빠는 네가 공부도 잘해주고 성격도 좋아 반듯하게 커 주니 큰 불만이 없단다. 다만 네가 귀찮아 하는 버릇이 좀 있어
"아빠는 네가 공부도 잘해주고 성격도 좋아 반듯하게 커 주니 큰 불만이 없단다. 다만 네가 귀찮아 하는 버릇이 좀 있어
그것을 바꾸었으면 좋겠고, 둘째로는 방을 정리 정돈을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지. 그리고 아빠가 너에게 무슨 일을
시키면 최고로 잘하기를 바라지 않아. 네 수준에서 잘하기를 바라지. 그리고 네가 만든 결과물을 보고 내 경험과 지식을
보태어 그것을 완성시켜 주려고 하지. 그러나 그것은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랑의 가르침이란다."
아들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달라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런 제안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아들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달라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런 제안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여름방학이 끝나는 한 달 동안 저를 믿고 어떤 지적도 하지 않으실 수 있나요. 그러면 제 스스로 아빠가 원하시는 것을
해 볼게요." 당연히 아들을 믿고 예스를 하였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대청댐에 도착하였습니다. 청국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출발점에 섰습니다. 드디어 금강 자전거길 종주가
이러는 사이에 대청댐에 도착하였습니다. 청국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출발점에 섰습니다. 드디어 금강 자전거길 종주가
시작된 것입니다.
1년 이상을 자전거를 타지 않은 제가 종주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캠퍼스 내에서 몇 달 자전거를 타본 실력뿐인 정민이가
1년 이상을 자전거를 타지 않은 제가 종주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캠퍼스 내에서 몇 달 자전거를 타본 실력뿐인 정민이가
금강 자전거길을 종주할 수 있을까요? 자전거에 올라서니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갈 길이 멉니다. 마음을 다잡고 출발을
합니다. 정민이 걱정이 되어 제 뒤편에서 저를 보고 페달을 밟으라고 하였습니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지만 정민은 제법
잘 달리는 것 같았습니다. 점점 페달을 밟는 시간이 쌓이자 예전 실력이 나오는 듯했습니다. 중간중간 몇 차례 쉬기는
하였지만 세종보까지 거뜬하게 달렸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오늘 백제보까지 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세종보에서 한참을 쉬고 다시 출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앙이 잉태되었습니다. 세종보 인증센터에서 우회전하여 세종보 다리를 건너 금강의 왼쪽을 달려야
그런데 여기서 재앙이 잉태되었습니다. 세종보 인증센터에서 우회전하여 세종보 다리를 건너 금강의 왼쪽을 달려야
하였는데 저희는 그대로 직진하여 금강의 오른쪽을 달려버린 것입니다. 한참을 달리자 길이 끊어져 있고 그때부터
헤매기 시작하였습니다. 지도를 보아도 알 수 없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도 시원한 답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희가 길을 잘못 들어선 지점까지 돌아와 다시 출발하였습니다. 이러느라 길에서 꼬박 한 시간을 허비하였습니다.
어쩐지 잘 나간다 싶더니 악재가 낀 것입니다. 길을 찾아 헤맬 때 밴을 운전하여 따라오고 있는 이창용 과장을 불러 밴에
차를 싣고 저녁을 먹으러 가고 싶었습니다. 이런 뜻을 표하였더니 정민이 반대합니다. "어떻게 하든 찾아 봐야죠."
젊음의 힘이 느껴집니다.
공주보에 도착하니 7시 45분, 하는 수없이 오늘의 라이딩은 여기에서 끝내야 했습니다. 아들과 같이 떠난 자전거 여행
공주보에 도착하니 7시 45분, 하는 수없이 오늘의 라이딩은 여기에서 끝내야 했습니다. 아들과 같이 떠난 자전거 여행
첫날은 이렇게 저물고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호텔에 들어가 씻고 나니 몸이 천근입니다. 눕자마자 바로 꿈나라로
직행하였습니다.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 시간을 허비한 관계로 정민이 아침 7시에 출발하잡니다. 6시에 호텔을 나서 아침을 먹고,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 시간을 허비한 관계로 정민이 아침 7시에 출발하잡니다. 6시에 호텔을 나서 아침을 먹고,
어제 라이딩을 끝낸 공주보에 도착하니 정각 7시입니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정민이를 앞에 세우고 마음껏 라이딩을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40분쯤 달린 다음 한 번씩
오늘은 어제와 달리 정민이를 앞에 세우고 마음껏 라이딩을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40분쯤 달린 다음 한 번씩
쉬자고 하였습니다. 출발하고 처음에는 정민이 저와 같은 보조를 맞춰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페달을
꾹꾹 밟더니 금방 제 시야에서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이미 아들은 나를 넘어서 멀리 달려나갈 실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내가 아들을
순간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이미 아들은 나를 넘어서 멀리 달려나갈 실력을 갖추고 있었는데 내가 아들을
어린아이로만 생각하고 내 속도 속에 가두어 버렸구나. 그 족쇄를 풀어주자 그는 바람처럼 달려가 버리지 않는가.
이는 비단 자전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리라. 매사 아들이 못 미더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지만 그는 이미 많은
분야에서 나를 넘어서 버리고 말았구나. 그를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내 뒤에서 달리게 하는 것은 그를 새장에 가두고
키우는 것이나 매한가지이다. 그를 새장 밖으로 날아가게 해주어야 한다. 설령 그러다가 추락하더라도 스스로 다시
날게 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가르침일 것이다."
공주보에서 백제보까지는 거의 평지여서 24킬로미터를 1시간 반 만에 달렸습니다. 백제보에서 잠시 쉬고는 다시 페달을
공주보에서 백제보까지는 거의 평지여서 24킬로미터를 1시간 반 만에 달렸습니다. 백제보에서 잠시 쉬고는 다시 페달을
밟았습니다. 중간에 다소 지쳤지만, 점심을 먹은 후에는 다시 기운을 차려 다음 인증센터인 익산 성당포구에 도착한 것은
2시. 백제보에서 익산 성당포구까지는 39킬로미터. 이제 남은 거리라고는 익산 성당포구에서 금강하굿둑까지 27킬로미터.
5시 좀 넘으면 도착할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오르막이 없어 라이딩하기 편하였습니다.
골인 지점까지 10킬로미터를 남겨두고 정민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정민은 이런저런 자신의 생각을
골인 지점까지 10킬로미터를 남겨두고 정민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정민은 이런저런 자신의 생각을
저에게 전해주고 저는 그의 이야기에 코멘트를 덧붙입니다. 저나 정민이나 이 순간이 진정한 행복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10킬로미터밖에 남지 않았음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야기가 막 무르익을 무렵 싱겁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시각은 5시 15분. 공주보를 출발한 지 10시간 15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입니다. 대청댐에서 금강하굿둑까지
시각은 5시 15분. 공주보를 출발한 지 10시간 15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입니다. 대청댐에서 금강하굿둑까지
146킬로미터를 1박 2일에 아들과 함께 완주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종주에서 어떻게 아들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 등 뒤에 두고
저는 이번 종주에서 어떻게 아들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 등 뒤에 두고
저를 따라오게 하였지만, 이제는 아들의 실력을 믿고 제 앞에서 마음껏 달리게 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아들이 저의 조언이 필요하면 그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저에게 다가와 조언을 구할 것입니다.
그때 저는 그의 눈높이에서 그와 보조를 맞춰 가며 그에게 저의 이야기를 해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이야기는 훗날 아들에게
준 진정한 유산이 될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5.8.17. 조근호 드림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5.8.17. 조근호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