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죄를 짓지 않는다는 말이있다. 늦게까지 잠을 안자고 있으면 술도 마시고 이런저런 잡념들이 들어 사고(?)치기 쉽다는 말이고 일찍 일어나면 반면에 사람들이 뭔가 생산적인 일들을 하게 된다는 말인데 필자로서도 동감이 가는 말이다. 2005년 1월1일 솟는 해를 동해에서 맞이 하기로 한다. 새해에는 항상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이른 새벽 바닷바람을 맞으며 동해로 향한다. 사람들이 북적일것이 뻔하므로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곳으로 향한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구를 지나면 바로 근자에 개통된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탈수 있는데 그길로 40여분이면 포항에 도착한다. 포항 호미곶은 이미 사람들로 넘쳐나니 차를 돌려 7번 국도를 타고 한반도의 등허리를 간지럽히듯 살짝오르면 아주 한가한 해맞이 장소가 있다. 흥해를 지나 칠포를 지나면 월포에 못미쳐 오도라는 작은 어촌마을이 있는데 사람들이 그나마 적은 곳이고 해변 옆으로 작은 산이 있어 그곳에 오르면 바다가 두근거리는 가슴속에 밀려오는 곳이다.
일출 시간이 7시30이라는데 수평선위에 늘어선 구름들로 좀 지체되는 듯하다.
아침 바닷바람에 파도가 참으로 거칠게 해변으로 밀려온다. 카메라를 쥔손이 금방 시려오는 것이 사진한장 찍기가 어려우리만큼 매서운 날씨다.
그나마 한가한 곳인데도 찾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모두들 일출이 가까워오자 어디서들 나타났는지 하나둘 해변으로 모여든다. 때아닌 새벽부터 밀려든 외지인들로 신이난건 동네강아지 한마리다. 이 추운 날씨에도 혼자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낯선이들에게 아는척을 한다. 미소지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곁에 앉아 갈생각을 안한다.
강아지와 놀다보니 어스름 해가 솟는다. 사람들의 탄성도 탄성이지만 이 매서운 추위에 보는 붉은 빛은 매일매일 같은 빛이련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바닷바람은 정말로 시리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지만 저 솟는 붉은 빛은 사람의 눈동자를, 심장을 뜨겁게 태울듯이 붉은 빛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상기시킨다.
길가에 옹기종기 모여선 사람들도 각양각색이다. 부부, 연인, 친구들 모두다 붉은 홍안을 하고 바다를 , 해를 눈동자 속에 깊이도 담는다. 할머니는 당신의 추운것은 아랑곳 없이 손주들 감기 걸릴라 이불로 덮어주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의 사랑이 새록이 추운 겨울날씨도 피해가는구나 싶다.
해가 솟은지 얼마 되지 않아 추위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고 좁은 도로는 금방 차들로 가득이다. 이렇게 찰라지간에 눈도장 한번 찍기 위해 그 추위속에 이런 난리법석을 피는가 싶기도 하지만 어찌 마음과 느낌을 그렇게 경박하게 가늠할 수 있겠는가. 한참을 차에 앉아 언손을 녹이고 방향을 포항 호미곶으로 잡았다. 포항이라하면 누구나 다 알듯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메카일게다. 바다를 접한 산업단지의 굴뚝이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호미곶은 우리 한반도를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할때 호랑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다. 영일만의 끝부분이기도 한 이곳을 지도에서만 보다 막상 밟고 서본다. 화면에서나 보던 그 바다에 세워진 손도 이곳에 들러 실제로 보게 된다.
상생의 손, 해맞이 손이라고 하는 이것은 바다에는 오른손이 육지에는 왼손이 조형되어 있다.
1999년도 12월에 뉴밀레니엄을 기념해 세워졌다는데 육지에 있는 왼손 앞에는 호미곶과 변산반도등 한반도에 뜨는해와 지는해로 불씨를 지핀 성화가 나란히 불을 밝히고 있다. 호미곶에는 또한 1903년에 만든 국내 최대규모의 등대가 있다.
그 옆으로는 등대박물관도 있는데 1월1일이라고 무료관람의 혜택도 받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구경하기가 여의치 않으나 평일에 해돋이를 보기에는 좋을듯하다. 물론 그 맛이야 많이 다르겠지만..
포항에서 나오는 길에는 구룡포로 향한다. 시절이 시절이니 구룡포 과메기를 한두릅 사기 위해서다. 길가에는 황태덕장마냥 과메기가 주렁주렁 겨울햇살에 잘도 익어가는듯 하다.
구룡포에 들러 과메기를 사고 기름진 그 때깔에 군침이 돈다.
새해가 밝았다. 날마다 같은 해가 솟고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이야 어찌 그러하랴. 사람들로 넘실대는 소란스런 새해 맞이 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의 동쪽끝에서 해를 바라본다. 말많고 탈도 많았던 2004년이 지나고 어떤 일이 우리를 맞을지 모르는 2005년이지만 호미곶처럼 한반도의 끝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해돋이는 호랑이가 대륙을 할퀴고 태평양을 뒷발로 박차며 뛰어오르는 형상이다. 그 기운속에 튀어오르는 새해는 거친 파도와 거친 바람을 사람들에게 밀어내지만 그 기운만은 용맹하고도 힘차다. 새해에도 힘차게 솟아오르는 저 해처럼 살아가기를 우리 모두 바래본다.
여러분들 새해 건강하시고 복많이 지으세요 !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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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찌 마음과 느낌을 그렇게 경박하게 가늠할 수 있겠는가.'...이 구절이 갈매기 울음소리처럼 끼룩댑니다...요즘 새로운 일과와 소임들로 사찰여행정보 게시판에도 들어가지 못했는데..여기 이렇게 룽세님의 글이 눈에 띄니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다 읽고, 두 번을 거듭해서 읽어내려왔습니다..고맙습니다..
......._()_
언제남 멋진 사진과 글 ...고맙습니다. 룽세님 새해 행복 가득하세요. ()..
울룽세님...전공이 뭐다요???그리구 룽세라는 닉의 뜻은 모다요???왜 일케 궁금하지??? 자주 보이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