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태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물류비가 상승해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을 위해 울산시가 올해 3차 중소기업 경영안정 자금 700억 원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중소기업 육성 자금 규모가 모두 2,5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지원금이 제대로만 쓰이면 돈 가뭄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돈을 빌려 쓰는데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신용도 높고 담보 빵빵하면 금융권이 서로 돈을 주겠다고 나선다. 반면 신용 등급 낮고 담보물 확실하지 않으면 긴급 지원금은 그림의 떡이다. .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울산시 지원금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자금이 대출돼야 한다. 제1금융권은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이나 기업에 대해 대출을 꺼린다. 대출자의 변제 능력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 가뭄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치고 신용등급이 높은 곳은 극히 드물다. 신용등급 좋고 금융권 여신 상태 좋으면 구태여 울산시가 지원하는 긴급 방출금 받지 않아도 금융권이 희색으로 반긴다. 그래서 그들이 한해 여신차액으로 수십조 원을 거둬 들이지 않는가. 그러니 제2금융권 대출까지 끌어와야 할 판인 중소기업인들을 반길 리 만무하다. 행여 울산시가 금융권과 협약을 체결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도 또 다른 난관이 버티고 있다.
대출 과정에 수반되는 불필요한 절차다. 수백만 원을 대출하는데 갖춰야 할 서류가 10여 종 이상이라면 신용 저등급 중소기업은 대출도 받기 전에 기진맥진할 게 틀림없다. 이전 금융권 이용 내력서, 지방세ㆍ국세 완납 증명서까지 제출을 요구받으면 완전히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어 "돈을 안 쓰고 말겠다"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사업장 운영상태, 부채 관계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금융기관도 적지 않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울산시의 역대 자금지원 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업장 운영상태 양호하고 재정 상태 온전한 중소기업만 이용하는 자금지원 대책은 있으나 마나다. 신용등급 무관하게 무보증ㆍ무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그런 하자를 가진 기업을 돕자는 게 근본 취지다. 그런데 재정적 여력이 있고 변제 능력이 반반해야 자금이 지원되는 게 현실이다. 울산시는 지원 대책 집행과 함께 지원금이 정말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선순환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어려운 중소기업이 대출 과정에서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