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본점
소재지 : 강원특별자치도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 7 번지
테라로사 커피 공장은 2002년 구정면 어단리에 문을 열었다.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커피공장으로 직접 로스팅한 커피를 핸드 드립으로 만들어 주는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커피 볶는 향이 어디까지 날아간 것인지, 소문을 듣고 커피를 맛보러 오는 분들이 늘면서 커피를 내리기 위한 바(Bar)가 생겼고 카페의 역할도 겸하게 되었다. 시골 마을에 폭 싸여있는 덕에 밤나무 숲이 펼쳐지는 곳에는 테라스가 놓였고, 커피나무가 자라는 온실도 생겼다. 멀리서 커피를 음미하러 오시는 분들에게 맛있는 커피와 브런치, 천연 발효하여 매일 굽는 빵, 그리고 철철이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차려드릴 수 있음은 변치 않는 테라로사 커피 공장의 행복이다. 테라로사 커피 공장은 하루하루 분주하게 돌아간다.
이곳에서 로스팅된 커피는 전국의 유명 호텔과 커피전문점으로 납품하는데, 구매처에서 요구하는 까다로운 품질과 맛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길가 작은 팻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그윽한 커피향이 자동차 창 너머 들어오고, 그 향기에 취할 무렵 앞으로 예스럽게 생긴 멋진 건물의 테라로사가 나타난다. 안으로 들어가면 여러 나라에서 수입된 다양한 종류의 커피 포대가 차곡 차곡 쌓여 있고 한쪽에 커피를 로스팅하는 대형 기계가 눈에 들어온다. 또한 커피를 만들고 마시는 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도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곳의 특별한 메뉴인 ‘테스트 코스’를 주문하면 도시에서 커피 한 잔 마실 가격에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세 잔의 커피를 원하는 잔에다 마실 수 있다.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만드는 방법, 맛있는 커피를 고르는 법 등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커피 중에서 자기가 직접 고르거나 바리스타의 추천을 받아 결정하면 된다. 이렇게 맛을 보고 마음에 든 커피가 있다면 나가는 길에 사가면 되겠다. 원두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커피와 어울리는 먹거리로 빵과 케이크를 매일 만들며, 공장과 함께 있는 식당에서는 파스타류의 단품요리나 양식 코스요리를 차려내는데, 식사시간이 되면 찾는 사람으로 붐빈다.
테라로사(terra rossa)는 석회암의 풍화 작용으로 생긴 적갈색 흙을 뜻한다.
메뉴
에스프레소 마키아토(5,500원), 아메리카노 HOT(5,300원), 아메리카노 ICE(5,800원), 카페라테(6,000원), 카푸치노(5,500원), 하우스주스(7,000원)
'커피 에르메스' 결코 꿈만은 아니다…파리 가는 강릉 '테라로사'
중앙일보 기사 입력일 : 2022.10.04.
백종현 기자
강릉 커피 기행②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
강릉은 커피다. ‘다방 커피’ ‘자판기 커피’ 식의 인스턴트커피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네 입맛을 쓰고 진한 아메리카노로 바꿔 놓은 주인공은 스타벅스지만, 핸드드립(브루잉 커피) 문화를 전국으로 퍼트린 건 강원도 강릉이다. 강릉에는 2000년대 들어 직접 원두를 볶고 내리는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둘 자리 잡기 시작했고, 대략 20년 만에 450곳 이상의 카페를 거느린 한국 커피의 중심지가 됐다. 작은 항구에 불과했던 안목항(강릉항)은 이제 전국구 커피 거리로 통하고, 2009년 시작한 강릉커피축제는 해마다 20만 명 이상이 즐기는 대형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제14회 강릉커피축제(10월 7~10일) 개막에 앞서, 모두 4회에 걸쳐 강릉의 커피 문화를 이끈 명인과 개성 있는 카페를 차례로 소개한다. 두 번째는 강릉에서 시작해 전국구 커피 브랜드로 성장한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다.
세상은 그를 ‘커피 사업가’라 부른다. 남들이 도심 한복판에, 경치 좋은 해변에 경쟁적으로 커피숍을 차리던 2000년대 초, 그는 홀로 강릉 내륙으로 들어가 커피 공장을 세웠다. 매장용 커피 머신이나 소품보다 30㎏짜리 대형 로스터부터 들였다. 그가 해외에서 가져와 볶은 커피는 금세 입소문이 났다. 전국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물건을 받아 갔고, 직접 차린 카페로 손님이 몰려왔다. 강릉에서 출발해 전국구 커피 브랜드를 일군 ‘테라로사’ 김용덕(64) 대표 이야기다.
소위 ‘스페셜티 커피’로 통하는 고품질 커피를 전국에 퍼트린 주인공이 강릉 ‘테라로사’다. 스타벅스식의 씁쓸한 아메리카노와 비교했을 때 테라로사의 커피는 어딘가 달랐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쉽게 말하면 신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렸다. “커피 맛이 왜 이래?”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커피 애호가 사이에선 그 명성이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갔다.
김 대표는 애초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산업”으로 보고 커피에 뛰어들었단다.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니라, 그 원료가 되는 생두와 로스팅에 승부를 걸었고, 그 전략이 통했다. 브라질‧에티오피아 등 15개국에서 공수하고 로스팅해 유통하는 커피 규모만 연간 600톤에 이른다. 현재 직영하는 매장이 전국 19개에 이르고 정직원만 300여 명에 달한다(그중 70%가 바리스타다).
21년 경력의 은행원 출신. 늘 돈을 만졌지만, 처음 5년간 커피 사업은 내리 적자였다. 대출도 받고 사채도 썼다. 그저 그런 가게로 남기 싫어, 어려워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단다. “감동한 손님은 1년 후든, 10년 후든 반드시 돌아온다는 신념”이 있어서였다. 해서 손해가 심할 때도 직원들을 계속 해외 연수를 보냈고, 직접 중남미나 아프리카를 돌며 최고급 생두를 수입했다.
'테라로사' 본점 한편에 자리한 김용덕 대표의 집무실. 커피는 물론 예술·건축·디자인 등 온갖 책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다.
김 대표의 독서량과 예술적 안목은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집무실은 웬만한 서점보다 책이 많다.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어림잡아도 5000권 이상이다. 커피 관련 서적보다는 외려 사진·건축·디자인·예술 관련 서적이 주를 이룬다. “밑바탕이 단단하고 깊어야 영감이 나오고 지속성이 생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맛에든 공간에든 임팩트가 있어야 하고, 결국 디테일이 승부를 가른다. 돈만 들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역과 공간적 특성, 건축과 인테리어 등 예술적인 면까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테라로사는 지역마다 매장 분위기와 컨셉트가 다르다. 이를테면 서울 선릉 포스코점과 경기도 양평 서종점은 북카페 느낌이 강하다. 옛 고려제강 폐건물에 들어선 부산 수영점은 공장 가동 때 사용한 철판을 활용해 바닥과 테이블‧조리대 등을 꾸몄다. 커피 공장과 카페, 뮤지엄과 레스토랑 등을 갖춘 강릉 본점은 요즘 유행하는 창고‧공장형 카페의 원형이 됐다.
“네슬레처럼 사업해 에르메스처럼 키우는 게 꿈”이라는 말을 김 대표는 달고 산다. 커피로 시작해 200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하게 된 네슬레처럼 식품 산업 전체로 사업을 확장하고, 또 하이엔드 마켓에서 제 영역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테라로사’의 눈은 지금 세계로 향해 있다. 첫 목표는 프랑스 파리다. 올해 안에 점포를 확정하고, 리모델링과 인테리어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테라로사 파리점’과 ‘테라로사 한식당’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10여 년 전부터 기획한 숙원 사업으로, 이미 현지에 기반을 다져 놨단다. 강릉에서 로스팅한 커피가 글로벌 커피 브랜드의 격전지인 파리에 입성하는 셈이다.
“하이엔드 마켓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아닌가. 맛은 이미 세계 정상에 있다고 자부한다. 파리 외곽에 커피 공장도 지을 생각이다. 카페가 자리 잡으면 그곳이 허브가 되어 유럽 곳곳으로 매장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테라로사 커피공장 강릉본점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