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는 가족들과는 대화를 하지만 밖에서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들을 종종 주변에서 볼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아동을 둔 부모님들 중에는 언젠가는 말을 하겠지, 우리 아이는 낯가림이 좀 심할 뿐이야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녀가 이러한 행동을 보인다면 선택적 함묵증인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 선택적 함묵증의 정의 및 특성
선택적 함묵증(selective mutism)은 정상적인 언어발달 과정을 거쳐서 다른 상황에서는 말을 하면서도 말을 해야 하는 특정한 사회적 상황에서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의 말에 언어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말을 하지 않는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교육적, 직업적 성취나 사회적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때 선택적 함구증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DSM-4에서는 선택적 함묵증을 소아청소년기에 나타나는 기타 정신 장애로 분류했으며 ICD-10에서는 소아기 반응성 애착 장애와 함께 소아 및 청소년기발병의 사회성 기능장애로 분류했습니다.
최근 개정된 DSM-5에서는 선택적 함묵증을 불안장애의 한 범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선택적 함묵증은 극도의 수줍음, 사회적으로 당황스러운 상황에 대한 두려움, 사회적 고립과 철수, 징징거리며 매달리기, 강박적 특성 등 불안 관련 특성과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홍아름나라,2015)
선택적 함묵증의 핵심 특징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사회적 상호 작용에서 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즉 먼저 말을 시작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말에 언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러한 함묵행동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 교육적, 학업적 성취나 사회적 의사소통을 방해할 때 선택적 함묵증으로 진단하는데, DSM-5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DSM-5 선택적 함묵증 진단 기준
A, 다른 상황에서는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해야 하는 사회적 상황(예:학교)에서 일관되게 말을 하지 않는다.
B. 장애가 학습이나, 직업상의 성취 혹은 사회적 소통을 방해한다.
C. 이러한 증상이 최소 1개월 이상 지속된다.(학교생활 후 첫 1개월에만 국한 되지 않는 경우)
D.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사회적 상황에서 필요한 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언어가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인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E. 장애가 의사소통 장애(예:아동기 발병형 유창성 장애)로 더 잘 설명되지 않으며 자폐스펙트럼 장애, 조현병 또는 다른 정신병적 장애의 경과 중에만 발생되지는 않는다.
선택적 함묵증을 보이는 아동들은 대개 집이나 가족들 앞에서는 편안하게 일반적인 목소리로 말을 하지만, 자주 보는 친구들, 심지어는 할아버지나 사촌 같은 가까운 친척들 앞에서조차 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아동들은 학교에서 책읽기, 발표 등과 같이 말하기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말하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에 교사는 아동의 읽기 능력 등을 평가하기가 어렵고 학업성취 교육프로그램 참여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됩니다.
>>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함묵 행동
선택적 함묵증 아동들 중에는 단순히 말만 하지 않을 뿐 고개 끄덕이기, 가로젓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등의 제스처나 글씨 쓰기와 같은 비언어적 수단을 사용해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며, 말을 요구하지 않는 사회적 활동이나 역할(예: 청소, 공 놀이등)에는 기꺼이 참여하기도 합니다.
부모나 교사들에 따르면 선택적 함묵증 아동들은 자신들의 희망과 욕구를 말하지 않고 전달하는데 매우 능숙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함묵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어 학업적, 직업적 성취나 사회적 의사소통에 지장을 초래할 때 선택적 함묵증으로 진단합니다. 하지만 입학 직후 1개월 정도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진단을 유보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낯가림이 있거나 수줍음,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동 중에는 입학 직후처럼 낯선 상황에서는 말하는 거을 어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해서 일시적으로 이러한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입학 또는 전학 등으로 새로운 환경에 처해 1개월 이상 적응기간이 지났는데고 이러한 함묵 행동이 지속되어 학교생활에 지장이 초래 된다면 선택적 함묵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선택적 함묵증 아동들이 특정한 의사소통 장애에 해당하지 않으며 정상적인 언어기술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는 있으나 또래에 비해 의사소통 기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사회적 상황에 대한 두려움,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고 흔합니다.
>> Hayden(1980)의 선택적 함묵증에 대한 4가지
첫 번째 유형, 공생적 함묵증은 주 양육자와의 공생적 관계에 있으며 자신의 환경을 조정하고 통제하기 위해 매달리고 수줍어하고 예민하게 행동하는 아이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유형, 언어 공포성 함묵증은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대한 실제적인 공포를 특징으로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심장 박동의 증가, 얕은 호흡, 발한 등을 유발합니다.
세 번째 유형, 반응성 함묵증은 외상적 사건에 의해 유발된 함묵증을 특징으로 학교 입학, 이민, 입원과 같은 환경의 변화 그리고 심각하고 지속 되는 질환과 같은 심리적, 육체적 외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동합니다.
네 번째 유형, 수동-공격성 함묵증은 침묵을 무기로 사는 것이 특징이며, 아동의 적대감이 말하는 것에 대한 반항적 거절로 표현됩니다. 고집이 세고 적대적 행동이 주로 나타나는 아동들로 지능지수가 다소 높습니다. 지속적인 부모간의 불화와 신체적 학대가 타 유형보다 다소 많습니다.
Hayden(1980)은 이러한 아동에게 있어 함묵증의 사용은 통제할 수 있고 주변의 세계를 조정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선택하기 위한 시도처럼 보였다고 보고하였습니다.
>> 선택적 함묵증의 발생요인
선택적 함묵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여러 가지 견해에 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선택적 함묵증의 발병연령은 대부분 3~6세경이며, 발병시기의 평균 연령은 3.6세로 알려져 있으나 선택적 함묵아동이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시기는 대개 6~7세 정도인데, 이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가면서 함묵증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정선주 외, 1996)
Elson, Pearson, Jones와 Schumacher(1965)은 선택적 함묵증의 원인은 엄마의 거절과 아빠의 괴롭힘에 대한 아동의 분노 표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다른 학자들은 선택적 함묵증을 아동의 가정불화나 강한 스트레스 상황 때문으로 보기도 하고(Herbert, 1991) 아동이 새로운 학교라는 사회에 적응하는데서 발생하는 분리 불안의 한 형태로 보기도 하며, 사회적 공포의 한 측면으로 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기질적 장애보다는 상황에 따른 심리적 억제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불안에 기초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대표적으로 유아기 초기의 심리적 충격이나 신체적 외상 등의 사건으로 인해 언어 표현의 동기에 문제가 생긴 것, 환경적인 불안정에 민감한 것, 대인관계 및 가족 내의 역동 등이 있습니다.(이소라, 2012)
선택적 함묵증 아동과 부모의 관계를 강조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어머니의 미숙한 양육과 정서적 불안정함이 자녀의 선택적 함묵증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어머니가 자녀에게 분노하거나 적대적, 거부적일 때 자녀가 공포를 경험하면서 함묵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박자영, 2013)
Wright(1968)는 24명의 5~9세 사이의 선택적 함묵 아동 대상 연구에서 주요 요인으로 가장 공통적인 역학적 결과는 통제, 양가성(양가감정) 그리고 아이와 엄마의 의존적 관계로 나타났고, 아이의 선생님과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까지지 이어진다고 보았습니다.
>> 선택적 함묵증의 치료
선택적 함묵증에 대한 치료법은 일반적인 치료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발생 원인에 따라서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여 치료과정을 관찰하면서 복합적인 치료방법을 혼용하여 진행하게 됩니다.(장은선,2012)
선택적 함묵증의 치료방법으로써 행동치료, 가족치료 및 정신 역동적 개인치료와 약물치료, 심리치료 등이 있는데 아직 확실한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 정해져 있지 않은 현실이고 치료효과에 관한 연구 또한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1) 놀이치료 : 유용하다는 보고가 많기는 하나 치료기간이 너무 길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말하도록 강요하지 말고 놀이에 표현된 의미에 주목합니다. 말을 하라는 압력이 없고 기대가 없어서 선택적 함구증 아동이 놀이치료에 대해 편안해합니다.
놀이는 수용될 수 없다고 느낀 자신에 대한 느낌을 안전하게 표현하게 하며 이런 느낌을 치료자가 수용함으로써 아동은 자신을 좀 더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을 수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감정을 방어했던 침묵을 포기합니다.
2) 약물치료 : 사회공포증 치료약물(phenelzine, fluoxetine)에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3) 행동치료 : 효과적인 치료방법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언어산출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시도에 보상을 줍니다. 이 증세가 사회적 강화에 의해 생긴 것으로 보고 아동의 말하는 행동과 관련된 불안을 줄여 주거나 말하는 행동에 긍정적 강화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장기적 효과 유지에 대한 보고가 없습니다.
4) 가족치료 및 가족의 개입과 행동치료 접근의 병행 : 병행적 접근의 효과가 보고되고 있으나 최대변인은 아동의 지능수준과 치료기간입니다. 호전을 보인 아동은 대개 10세 이전에 좋아지는데 어릴 때의 조기치료가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문헌출처: 1) 선택적 함묵증 경향을 보이는 유아를 위한 가족미술치료 단일사례연구,경기대학교 대체의학대학원,미술치료전공,손수정,2016
2) 선택적 함묵증 유아의 미술치료 단일사례연구,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예술치료학과 미술치료전공,정우영,2017
사진출처: 구글 재사용가능
작성자: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이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