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쪽마늘(한지형)
충남 태안군수 '가세로' 씨가 태안마늘 판매를 홍보. 왼쪽에서 4번째.
경북 의성마늘은 6쪽
일전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시장 안을 기웃거리자니 마늘이 많이도 나왔다.
1970년 초에 6쪽마늘을 재배하였던 나로서는 고개를 갸우뚱.
아직은 6쪽 마늘이 나올 시기는 아닌데... 보나마다 난지형 마늘일 터.
일전 6월 초순에 나는 충남 보령군 웅천읍 산골마을에 있었다. 낡은 시골집의 창고, 사랑채 부엌, 소 외양간 등 나무로 된 천장 곳곳에는 못이 수없이 박혀 있었다.
수십 년 전의 흔적이다.
마늘밭 1,000평이 넘게 재배했고, 마늘을 캔 뒤에 100개씩 묶으면 한 접이다. 수백 접 이상을 못에 걸어서 말려야 했다.
6월 장마에는 마늘이 쉽게 곰팡이 나고 썩기에 비에 젖지 않도록 그늘에 말려야 했다. 온통 마늘 냄새가 번지고... 마늘 수집상한테 트럭으로 파는 마늘이었기에..
못난이, 잔챙이, 씨 종자용 마늘까지를 말리고 보관하려면 정말로 힘이 들었다.
마늘이 팔릴 때까지.
이렇게 마늘을 재배했던 내 눈에는...
2020년 6월 서울 잠실새마을시장에 나온 마늘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한지형 6쪽이 아닌 난지형 마늘이다. 심지어는 벌마늘, 왕마늘(코끼리마늘)이라면서 마늘통은 무척이나 큰데도 마늘 쪽수는 15개에서 20개에 달한다. 내 눈에는 가치가 적은 것들이다. 마늘통 크기로 보면 욕심이 나지만 저장성이 떨어져서 장기간 보관할 수 없다. 캔 지 얼마 뒤에는 빈껍질만 남는 등 실속은 별로이기 때문이다.
크기는 다소 잘아도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마늘 독특한 냄새가 나는 6쪽마늘이 나한테는 훨씬 낫다. 예전에 재배했던 기억들이 생각나기에...
왕마늘, 코끼리 마늘의 크기
한지형 마늘 6쪽 난지형 마늘 13 ~15쪽
두 개의 사진으로는 비교하지 말 것.
사진은 늘 거짓을 과장하기에...
시장에 나가서 실물을 직접 본 뒤에 비교할 것.
난지형 마늘... 중국산 스페인종 마늘(대서마늘)은 13 ~ 15쪽.
심한 것은 20쪽이 넘는 것도 있다.
나는 한지형 6쪽마늘이다. 물론 돈이 아깝다면 난지형을 구매...
마늘 크기로 보면 굉장하다.
그런데 내 눈에는 별로이다.
몇 해 전, 왕마늘을 한 통을 2,000원에 사서 시골 텃밭에 심었다.
올 6월 초에 시골 가 보니 코끼리마늘이 저절로 번식해서 제법 번졌다.
코끼리마늘(왕마늘)의 실용성에는 고개를 흔드는 나였기에 그냥 방치했다.
6월 초순에 마늘대가 잔뜩 올랐기에 아내한테 '저거 꺾어서 삶아서 나물이나 해. 나한테는 별 가치도 없어...'
바깥마당 화단에서는 그냥 작식용 화초로 대접 받을 뿐.
한지형 6쪽 마늘은 마늘 쪽수가 6개(6 ~9개)이기에 알의 크기가 일정하며,
늦가을에 심어서 겨울을 이겨냈기에 마늘이 단단하여 장기간 보관하기가 용이하다.
마늘의 냄새가 짙고, 맛도 강하고, 질감이 좋다.
나는 젊은날 고향을 떠나서 객지에서 살기 시작했고, 홀로 사는 어머니는 자꾸만 늙어가면서 마늘농사는 어느새 그만 뒀다. 마늘 씨종자도 영영 잃어버리고...
산고라당에서 옛방식대로 농사를 지었던 어머니.
토종씨앗(종자)는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늙어갈 수록 어머니의 밭농사 규모는 줄어들었고.. 나중에는 한 평 면적으로 남았다가.. 이마저 손은 놓고는 ... 지금은 먼 세상으로 여행 떠났다.
나는 퇴직한 뒤에 시골로 내려가서 텃밭에 과일묘목 수백 그루를 심었다가.. 함께 살던 어머니가 저 너머의 세상으로 떠난 뒤로는 농사를 포기...
아쉽다.
곡식과 채소의 토종씨앗(종자)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사실이...
오늘은 2020. 6. 12.
아침에 아내는 말했다.
'오늘 마늘 사서 장아찌를 담가야겠어요. 당신이 까 줘요.'
아내가 서울 잠실 새마을시장에서 마늘을 사 오면 나는 마늘껍질을 벗여야 할 터.
나는 촌에서 태어났고, 농사일이 손에 익숙했기에 채소 등을 다듬고 씻는 일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일하는 게 재미난다고 말하는 나한테는.
아내가 어떤 형태의 마늘을 사 오려는지는 모르겠다.
장사꾼들이야 돈이 된다면야 그 어떤 짓, 그 어떤 거짓말도 하기에.
6쪽마늘, 서산마늘, 의성마늘 운운하면서 속일까 싶다.
난지형마늘 가운데 벌마늘은 안 샀으면 싶다. 마늘 크기는 무척이나 큰데 마늘 쪽수는 15~ 20개도 넘기에. 그거 껍질을 까려면.. 속으로 욕이나 처질러대야 한다. 눈속임으로 농사 짓고, 눈속임으로 판매하는 것이기에...
정말로 품질이 우수한 농작물은 크기가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다.
맛과 저장성/보관성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지질에 적응한 한국 식재료가 보다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싶다.
아내는 이따금 시장에서 참외를 사 온다.
색깔이 샛노랗고, 크기가 일정한 '성주참외'이다.
경북 성주군....
아내가 껍질을 깎아서 접시에 담아서 나한테 건네주지만 나한테는 별로이다.
'맛대가리가 정말로 없네. 차라리 무수(무의 지방어)를 깎아서 먹는 게 낫겠네. 왜 이렇게 맛이 없어? 맛이 밍밍해?"
성주참외..
정말로 맛이 없다.
채 익지도 않은 것들을 따다가... 또한 성주참외 씨앗을 변형시켜서 싹이 트지 않도록 종자를 변질시켰다. 이런 변종참외를 먹으려면 나는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수십 년 전, 참외 농사를 지어서 먹던 참외의 맛이 아직도 기억하기에.
요즘의 성주참외.. 그거. 돼지한테나 쏟아서 주었으면 싶다. 내 입맛에는 개떡같기에...
요즘 시중에 나오는 딸기는 크기가 무척이나 크다.
맛은? 나한테는 지리다. 맛대가리가 하나도 없다. 사 왔으니까 그냥 먹어 주는 것일 뿐. 정말로 맛이 없다.
개량종이다.
수십 년 전, 딸기농사를 지었던 당시를 떠올린다.
알은 작아도 그게 훨씬 달작지근하고 맛이 있었다.
아쉽게도 딸기종자는 영원히 사라졌다.
몇 해 전까지 내 텃밭에 조금 남았는데... 텃밭 속의 나무들이 웃자라면서 키 작은 딸기모종은 햇볕싸움, 바람싸움에서 졌고, 다른 잡초에 치여서. 사라졌다.
지난 6월 초에 매실나무 아래에 재배했던 재래종 딸기모종을 찾으려고 애를 썼으나... 아쉽다. 텃밭농사를 포기한 내 탓이다,
그늘 속에서도 크는 고사리가 자꾸만 번지고 있었다. 딸기모종이 사라지는 요인이 되었고...
딸기는 여름철에 나오는가?
아니면 한 겨울철에 나오는 것인가?
자연상태라면 딸기는 6월에 나와야 한다. 하지만 딸기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재배하기에 한 겨울철에도 나온다.
맛은? 글쎄다. 사 먹는 당신이 잘 알 터.
나는 고개 흔든다.
맛으로 먹기보다는 그냥 배 부르라고 먹는다고.
안 먹는 것보다는 먹는 게 낫다고 하면서...
첫댓글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농산물에 대한... 제 평가가 잘못이었을 겁니다.
농사를 지으려면 엄청나게 어렵고 힘이 든다는 사실을 번연히 알면서도 마늘에 대한 평가가 ...
지금 시장에 나온 마늘은 난지형이지요. 마늘통이 무척이나 커서 구매의욕이 생기나 저성성은 조금 나빠서.. 장기간 보관하기는 어렵지요.
한지형 마늘은 6월 하순경에 나올 겁니다. 대개는 6쪽이라서 알이 작지만 단단해서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맛과 향도 짙지요.
마늘을 년간 500접 정도를 장사꾼한테 넘기면서 마늘농사를 지었던 제 눈에는...
요즘의 스페인종 중국산인 대서마늘(왕마늘 등)이 혹시 중국산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생기네요.
소비자야 값이 싸서 좋겠지만 생산자인 농사꾼한테는...
저는 어제 마늘 2접을 까서 속 껍질을 벗겨내는데 꼬박 8 ~9시간이 걸리대요.
알손으로 마늘을 깠더니만 지금 손톱이 모조리 까무잡잡.. 농사꾼으로 손으로 되돌아갔대요.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