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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1. 썩어가던 것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일들. 그리고 그 기억.
나중에서야 그 당시의 인상과는 다른 사실을 알아차리고 소름 끼치는 일이 자주 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때의 일이 있다.
학교를 다닐 때 가던 길은 한 쪽이 논인 시골길이었다.
도중에는 망해버린 마네킹 공장이 있고, 그 너머에 싸구려 과자 가게가 있었다.
마을은 논 저편에 있어 점처럼 보일 뿐.
마네킹 공장은 이미 망한지 시간이 좀 흘렀던 모양이어서, 사람이 일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폐쇄된 공장 부지 구석에는 이리저리 흩어진 마네킹의 잔해가 쌓여 있고, 그것이 철조망 사이로 보였다.
그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쩐지 기분을 나쁘게 했다.
공장 부지는 폭이 넓은 도랑이 둘러싸고 있어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흐리고 썩어가는 물, 이리저리 쌓여있는 대량의 쓰레기.
어느 날 지나가다 문득 평소에는 지나 다니지 않는 공장의 뒷편으로 가 보았다.
도랑의 상태는 도로 쪽보다도 나빴다.
수많은 쓰레기 중에는 상반신만 떠 올라 있는 여자 마네킹도 섞여 있었다.
하얗게 떠올라 있는 그 얼굴은 쓰레기통 같은 도랑에서 마치 점같이 보였다.
끌어 올려서 친구들한테 보여주면 인기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지만, 물이 너무 더럽고 떠 있는 곳도 멀어서 포기했다.
다른 녀석이 혹시 끌고 올라오면 안 될테니 이 발견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로부터 당분간은 그 마네킹의 상태를 보러 가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그렇지만 슬픈 것은 날마다 그것이 썩어들어 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흰 피부는 변색되기 시작하고, 윤기도 사라져간다.
드디어 풍성한 머리카락이 빠져나가 드문드문해진다.
윤기를 잃은 피부는 검게 움푹 파여나가고 심지어 쥐가 갉아먹은 것 같은 부분도 보였다.
이제 원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이미 나는 완전히 흥미를 잃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는 수면을 가득 덮은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서, 한치 아래도 보이지 않는 더러운 물에 대부분이 잠겨져 있었다.
간신히 수면으로 보이는 부분도 물을 흡수해 보기 흉하게 부풀어 있었다.
그것은 이미 단순한 쓰레기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한 번 더 보러 갔다.
그렇지만 이미 그것의 모습은 거기에 없었다.
그리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그 길을 지나가게 되는 일도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문득 생각이 나서 추억의 장소를 자전거로 가게 되었다.
그 도랑에도 갔다. 경치는 완전히 변해있었다.
논은 매립되어서 주택가가 들어서 있었고, 공장 부지는 주차장이 되었다.
마네킹을 떠올리면서 추억에 잠겼다.
그리고 나는 문득 알아차렸다.
어린 시절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무서운 사실을.
플라스틱이 그렇게 썩어가는 재료인가?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나에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람이 썩어가는 과정과 똑같지 않은가...
진실은 이제 더 이상 알 수 없다.
단지 한 때는 그리운 추억이었던 일이,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꺼림칙한 기억이 되었다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2. 홈페이지 주소
1990년 10월, 내가 미국의 대학에서 경험한 이야기다.
미국 대학에서는 어떻게든 과제로 레포트를 쓰게 된다.
물론 PC를 사용해서 작업하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대학에는 50대 정도의 컴퓨터가 갖춰진 연구소가 여러동 있었다.
학생들이 여기서 컴퓨터를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밤새도록 레포트를 작성하곤 했다.
그 날도 나는 여전히 레포트 작성에 바빴다.
저녁 식사를 끝마치고, 기숙사에서 짐을 챙겨 컴퓨터가 있는 연구소로 들어가 PC 앞에 앉았다.
당시는 매일 매일이 똑같이 돌아가고 있어 지긋지긋하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연구소의 PC는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었다.
아직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웹브라우저가 [모자이크] 였던 시절이다.
홈페이지라고 해봐야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 발표용으로 만든 것이 대부분이고, 그다지 재미있는 것도 없었다.
검색 엔진 같은 것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고, 홈페이지 주소는 제작자 본인에게 직접 듣고 들어가는 식이었다.
그 날 밤, 나는 평소처럼 레포트를 계속 쓰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책상 한켠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연필로 홈페이지 주소가 적혀 있었다.
아마 학생이 메모를 할 곳이 없어 적어둔 것인가 싶었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 생각으로 나는 그 주소를 입력했다.
잠시 후 화면에 메인 페이지가 나타났다.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거기에는 어둑어둑한 방의 바닥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남성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지금에야 이런 잔인한 사진도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찾아낼 수 있겠지만, 당시의 나는 그런 충격적인 사진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온 몸에 전율이 일고 구역질이 났다.
자세히 보니 이미지 밑에는 이런 문장이 한 줄 써 있었다.
"A guy in Michigan, aged around 30, Killed by me today"
틀림 없이 살인자가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려고 만든 사이트였다.
나는 엄청나게 터무니없는 것을 알아 버린 것 같다고 생각해서 곧 연구소를 뛰쳐 나와 기숙사로 돌아갔다.
다음 날까지 누구와도 말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연구소에 갔다.
그리고 어제 그 사이트가 잘못 된 것이 아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접속했다.
나타난 것은 역시 같은 어둑어둑한 방의 사진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바탁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나체로 천장을 보고 있는 여성이었다.
왼쪽 가슴에 큰 칼이 꽂혀 있다.
입, 코, 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사진 밑에는 또 다시 글 한 줄이 써져 있었다.
"A bitch in Michigan, aged around 30, Killed by me today"
즉시 나는 대학교 근처의 경찰서에 가서 경찰에게 사실을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인터넷에서 살인자가 희생자의 사진을 올려놓고 있다] 고 말해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거기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의 모자란 회화 능력까지 더해져 결국 그냥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공포와 호기심이 뒤섞인 독특한 감정에 사로잡혀 나는 다시 연구소에 돌아와 그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런데 바로 몇 시간 전까지 있었던 사진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그 대신 어째서인지 내 주소와 전화번호가 써져 있었다.
그 아래에 글이 한 줄.
「You are the next star on my Web.」
나는 소지품의 대부분을 친구에게 맡기고 이틀 뒤에 귀국했다.
미시간 대학에서 겪었던 나의 실화다.
3. 어드벤처 게임
미카는 특별히 자신이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론, 결단코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처음 만난 남자와 러브호텔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료]라고 말했다.
특별히 잘 생긴 얼굴도 아니었고, 이야기가 재미있지도 않았지만 흐름을 잘 이끌어가는 남자였다.
어느 사이에 클럽 안에서 두 사람만 함께 있게 되었고, 어느 사이에 밖에 데리고 나가져 어느 사이에 호텔에 들어오게 되었다.
특별히 남자가 싫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뭐, 하룻밤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기분이었다.
지금 침대 옆에 [료]가 걸터 앉고, 둘이서 TV에 나오는 AV를 함께 보고 있었다.
문득 미카는 침대의 머리맡에 [추억 노트]라고 써 있는 노트가 1권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아무런 생각 없이 노트를 훌훌 넘겨본다.
여러가지가 써 있었지만 어느 것도 다른 연인들의 별것 없는 이야기거나 푸념 같은 것 뿐이었다.
그런데 노트의 아래쪽에 [어드벤쳐 게임]이라고 써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
미카는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같은 부분에 써 있는 글을 읽었다.
[당신의 머리카락은 길어? Yes는 12페이지로. No는 게임 오버.]라고 써 있었다.
미카는 어깨까지 머리가 늘어져 있었다.
노트에는 손으로 써 놓은 페이지 수가 있어, 12페이지를 열었다.
[당신은 마른 사람? Yes는 18페이지. No는 게임 오버.]
미카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상당히 마른 타입이었다.
18페이지를 넘긴다.
[그게 뭐야?]
[료]가 옆에서 들여다 본다.
[어드벤쳐 게임. 다음은 18페이지.]
[흐음...]
[료]는 시시하다는 듯 노트를 슬쩍 보고 다시 TV에 몰두한다.
[당신은 클럽 라군에 있었어? Yes는 24페이지. No는 게임 오버.]
[어라?]
자신도 모르게 미카는 목소리를 내 버렸다.
확실히 클럽 라군에 있었던 것이다.
24페이지로 넘긴다.
[클럽에서 남자와 만났니? Yes는 35페이지. No는 게임 오버.]
미카는 희미한 전율을 느끼면서 35페이지로 손을 넘기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료? Yes는 40페이지. No는 게임 오버.]
미카는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에는 말라서 다갈색이 된 피로 물든 손자국이 찰싹 들러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의 여백에는 한 문장이 써 있었다.
[도망쳐! 그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잘게 자르는 것을 좋아하는 미친 사람이야!]
미카는 가능한 한 조용히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서 방의 문을 나섰다.
[거기 서!]
[료]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린 순간 미카는 전력질주로 방을 뛰쳐 나갔다.
[료]가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첫댓글 1번 무섭다...................ㅠㅠㅠㅠㅠㅠㅠ
이와중에 마른체질이 부럽당...
마지막 무섭다ㅠㅠ
마지막 다행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지막돋는닫ㄷㄷㄷㄷㄷㄷ....
마지막 대박
마지막이 진짜 제일무서워 정말..정말..
으어; 진짜 마지막 소름.. 저거 쓴 여자 레알 용자... 진짜 사람살렸다
3번은 완전 가짜같아;;
저상황에서 어떻게 죽은여자가 게임을 만들어놨겠어..;
만들었다면,.료가 만들어놓고 모르는척..하구..
여자들을 보게만든뒤 겁에 질릴때 죽이려고한거아님?..흠..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ㅇㅇ 맞는 거 같아 언니 ㅋㅋㅋ
ㅇㅇ요거 맞는듯ㅋㅋㅋ 나도 일케 해석하고 봐쒀
마지막에 료가 무슨말을 햇을까?
와 씨댕 이게 다 사실이면 2번은 영화로 나온것들이 마는데 다 실화라는거야? 크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