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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제로 이코노미》 저자)
지난 수 세기에 비해 이번 세기 들어 미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이 ‘반 토막’ 난 원인을 파헤친 책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났음에도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을 각종 경제 데이터와 기업 자료의 정교한 분석을 통해 밝히고 있다. 느린 성장이 ‘경제가 달성한 성공의 결과’라는 저자의 ‘낙관론’은 추세적인 경제 성장세 둔화에 직면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저자)
이런 책이 좋다. 책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만이 써야 한다. 특히, ‘새로운 처음’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21세기는 기존의 시각을 넘어 새로운 해석이 요구된다.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그동안 성취한 성공을 후퇴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질문을 남긴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
글로벌 경제를 논할 때 경제 성장은 핵심 팩터이며 성장이 강할수록 더 좋은 것이라는 신념이 강하다. 그렇기에 장기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양적인 성장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그리고 질적인 성장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을 제언한다. 양적 성장에 대한 우리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신선한 책이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수축사회》 저자)
최근에는 ESG,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또 다른 차원에서 세계적 석학들은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성장은 필요하다. 그러나 성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순 없는 세상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덤으로 희귀한 경제·사회 데이터를 보는 즐거움에서 저자의 노고를 느끼게 될 것이다.
채드 존스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볼래스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경제가 겪어온 경제 성장 둔화를 도발적이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설명한다. 최근 연구 결과로 탁월하게 뒷받침하면서, 매력적인 필치로 서술한 이 책은 21세기 경제 성장을 놀랄 만큼 신선하게 평가한다.
다이앤 코일 (케임브리지대학교 베넷 공공 정책과 교수)
볼래스의 블로그를 팔로우해온 사람들은 모두 이 책이 출간되기를 몹시 기다렸을 것이다. 이 책은 경제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어야 할 기본서다. 볼래스는 경제 상태를 판단하기에 성장률은 잘못된 척도라고 설득력 있는 필체로 강조한다.
브래드 들롱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교수)
볼래스는 생생하고 정확하고 본질적인 서술로 성장 둔화에 대한 비관주의를 수정한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 《거대한 분기점》 저자)
더 많은 책들이 이와 같아야 한다. 《성장의 종말》은 실제로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고 한다. 그리고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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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2008~2009년 금융위기와 경기 대침체의 후폭풍으로 특히 두드러진 결과 중 하나는 경제 성장이 전혀 가속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은 과거 경험상 경제위기 기간에 누적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몇 년은 아니더라도 몇 분기 동안 성장률이 평균 이상을 기록하리라고 예측했을 것이다. 대공황을 포함해 과거에 경기 침체기가 지난 후에는 예외 없이 확실히 그랬다. 경제라는 자동차가 공사 구간을 지나느라 속도를 늦췄다가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려고 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는 것을 상상해보면 된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성장은 2010년 이후 해마다 긍정적인 실적을 내는 동안에도 연 2퍼센트에 도달하지 못하고 허덕였다.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에 정착됐던 경향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마치 공사 구간을 지났는데도 시속 90킬로미터 이상으로는 달리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처럼 말이다. _22쪽
1인당 GDP를 경제활동의 만보기라고 생각해보자. 하루에 1만 보씩 걷는 습관이 건강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듯이, 성장 둔화의 이면에 있는 성공이 사회나 경제에 대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장 둔화의 이면에는 궁극적으로 생활 수준의 향상이라는 요인이 존재하며, 우리는 성장 둔화를 되돌릴 수 없을뿐더러 되돌리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단순히 자동차 산업에서 고용을 늘리고 1인당 GDP 증가율을 잠시나마 끌어올리기 위해 사람들이 소유한 자동차를 모조리 파괴할 가치가 있을까?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성장을 증가시키려는 의도에서 인구 고령화 현상을 뒤집으려고 생활 수준과 여성의 권리를 과거로 되돌리고 싶을까? 두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니요’라면, 성장 둔화에 분명하게 원인을 제공한 악당은 없다. _34쪽
출산율 하락은 부분적으로 경제 성장의 한 가지 작용이다. 임금이 상승하면서 부모의 시간이 더욱 가치를 띠게 됐고, 따라서 자녀를 더 낳아 양육하느라 들어가는 한계비용이 증가했다. 여느 경제적 결정과 마찬가지로 자녀 1명당 한계비용이 증가하자 가족은 자녀 수를 줄이는 선택을 했다. 가족 크기를 둘러싼 결정에서 중요한 부분은 가족이 존재하기 훨씬 전에 내려진다. 남녀를 막론하고 대부분 결혼 후반기에 더 높은 임금을 받는데, 가족 크기가 감소하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높은 임금 때문에 출산을 제한하겠다고 의식적으로 결정해서가 아니라 자녀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더 적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다. 거의 2세기 동안 모든 선진국에서는 1인당 GDP와 임금이 증가하면서 출산율이 하락했다. _103쪽
주된 경제활동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환되는 움직임은 생산성 증가율 둔화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성공을 상징한다. 이 현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기 위해 4차선 고속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해보자. 왼쪽은 빠른 차로이고, 오른쪽은 느린 차로다. 우리가 여행할 때 차로를 달리는 평균 속도는 ‘한 차로 대 다른 차로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결정된다. 운이 좋아서 내내 왼쪽 차로를 달릴 수 있다면 느린 차로로 계속 달려야 하는 사람보다 평균 속도는 훨씬 빠를 것이다. 경제 전반에 걸친 생산성 증가는 경제의 평균 속도와 약간 비슷하다. 자체적으로 높은 생산성 증가율을 상징하는 ‘빠른 차로로 달리는 산업’들은 상품 생산과 관계가 있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낮은 생산성 증가율을 상징하는 ‘느린 차로로 달리는 산업’들은 서비스 생산과 관계가 있는 경향을 보인다. _122쪽
서비스 산업에서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하는 이유는 서비스 산업이 지닌 시간과 관심 집약적인 특성 때문이지, 기술 노하우나 적성이 반드시 실패했기 때문은 아니다. 다시 말해, 상품에서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은 경제에 문제가 있거나 경제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상품 생산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_146쪽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기에 2001년과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상당한 규모의 감세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무렵 성장 둔화가 시작됐다. 성장 둔화가 높은 세율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에는 부합하지 않는 현상이다. _238쪽
불평등 증가가 성장 둔화를 가속화했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을까? 소득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정체되면서 교육에 대한 투자를 제한해 인적자본 성장을 둔화시켰을 수는 있다. 소득 집중도가 증가하면서 서비스를 선호하기 시작한 고소득층 개인이 더욱 많은 구매력을 장악해 상품에서 멀어지는 변화를 촉발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치를 종합 해보면 이 두 가지는 성장 둔화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지 않다. _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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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이미 세계 경제는 정점에 다다랐다
더 나은 세계로 가기 위해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의 진화를 요구한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되고 증시가 폭락하자 남녀노소, 주식 투자에 경험 없던 학생과 주부까지 주식 투자에 합류했다. 그 규모는 자그마치 약 61조 원(2020년 3월 19일~2021년 3월 12일). 어떻게 이런 ‘운동’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그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위기를 초래했던 경제 침체가 지나고 나면 경제 성장이 가속화된다는 것을. 1929년~1930년대 대공황, 1970년대 오일쇼크를 비롯해 크고 작은 위기 이후, 경제 성장의 가속화를 그들은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와 경기 대침체 이후는 이전과는 달랐다. 분명 위기는 지났고 침체는 누그러졌는데 경제 성장이 이전 수준만큼 가속화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21세기의 세계 경제는 20세기와 확연히 다르다.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미국 경제성장률은 21세기 평균 1퍼센트대로, 20세기에 기록했던 성장률대로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현상은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경제 선진국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오랫동안 성장 경제(Growth Economy)를 연구해온 경제학자 디트리히 볼래스 역시 경제 침체가 지나갔는데도 예상과 달리 성장이 가속화되지 않는 점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당시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이런 성장 둔화 현상을 두고 주로 ‘혁신 또는 정책 실패’가 거론됐는데, 그것이 정말인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경제 성장과 침체의 진짜 원인을 알기 위해 인력, 자본, 인구, 기술, 중국, 정부규제 등 흔히 알려진 경제의 핵심 변수를 거시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연구를 정리한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tJRcnXpMMo
-생산성 : 생산성 위기를 불러온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산업 구조 :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산업 전환 흐름이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술 : 지속적인 기술 혁신 없이는 성장 가속화는 불가능한가?
-정부 : 세금 감면하면 경제 성장에 이로울까? 정부 규제가 성장을 둔화시킬까?
-중국 : 대중국 수입의 증가가 성장 둔화를 유발했을까?
-인적자본 : 노동시간, 교육, 삶의 질 등이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구 : 고령화, 출산율 저하, 소가족 선호 등은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장지배력 : 기업의 양극화, 독과점 등이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저하시킬까?
-불평등 : 불평등이 성장 둔화를 유발했을까?
“경제 성장과 생산성에 대한 광범위하고 독창적인 탐구!” _〈이코노미스트〉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경제 성장과 침체의 진짜 원인을 밝힌다!
방대한 경제 데이터와 기업 자료를 정교하게 분석한 끝에 저자는 “경제 성장 둔화는 기피해야 할 골칫거리가 아니며, 20세기에 우리가 이룩한 경제 성공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주장한다.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기술 혁신과 정부 정책의 실패나 대중국 무역, 불평등이 아니라 ‘생산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한 현상’과 ‘고령화, 출산율 저하, 소가족 선호로 나타난 인구 변화 현상’임을 밝힌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현상은 경제가 충분히 성장했고, 그로 인해 생활 수준이 향상된 데서 기인한다.
조금 더 들여다보자. 지금까지의 경제는 사람들의 물질적 요구를 놀랍도록 성공적으로 충족해왔다. 이렇게 물질적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소득이 증가하면 출산율이 떨어진다. 부모가 자녀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자녀를 키우기 위해 놓치는 소득과 시간(여가)과 같다. 그런데 경제 성장으로 지속적인 임금 상승이 일어나면서 한계비용(포기한 소득과 시간)이 매우 커져 사람들은 적은 수의 자녀를 원하게 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출산율 하락은 부분적으로 경제 성장의 한 가지 결과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가전제품의 혁신과 피임 기술의 발달로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게 된 것 역시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21세기에 노동력으로 유입되던 인적자본의 규모가 줄어들었고, 이것이 다시 성장 둔화에 가장 주효한 원인이 되었다.
생활 수준의 향상은 인구 구조의 변화를 넘어 ‘소비 패턴의 변화’ 나아가 ‘경제 산업의 구조와 비중’에도 영향을 미쳤다. 1940년에 상수도나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집에 살고 있었다면 우선 상수도용 배관이나 변기용 배관을 설치하는 데 우선 돈을 썼을 것이다. 에어컨, 텔레비전, 컴퓨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을 일단 갖춘 후에는 무엇에 돈을 쓰게 될까? 변기를 하나 더 설치했을까? 텔레비전을 하나 더 마련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상품 가격이 더욱 저렴해지면서 사람들은 상품으로 집을 가득 채우다가 점차 서비스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경제활동의 중심을 물리적인 상품 생산에서 서비스 공급으로 전환되게 만들었고, 구조적으로 상품 생산 산업보다 서비스 산업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의 제약을 가져왔다. 이것이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를 이끈 두 번째로 주효한 원인이다.
“느린 성장은 성공의 산물이다!”
양적 성장에 대한 우리의 환상과 절대적 믿음을 뒤흔드는 책!
결국 이 책에서 볼래스 교수는 저성장에 관한 여타 경제학자들의 주장과 다른 ‘낙관론’을 제시, 기존의 성장 만능주의를 되돌아보게 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정말 이것이 위기인가’, ‘경제 성공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현재의 둔화세는 경제에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까’ 등 경제 논쟁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성공적인 경제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턱대고 저성장을 환영하거나 옹호하거나, 경제 상황이 개선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성장은 필요하다. 하지만 ‘성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이 된 지금,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나아가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의 진화가 왜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희귀한 경제 및 사회 데이터와 그것을 조목조목 분석한 저자의 노고를 확인하는 즐거움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