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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못하는 병을 고치는 방법
누구나 사랑을 한번 쯤 해본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어떤 누구도 사랑을 정의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다들 지금 내가 하고있는게 사랑이란 거구나, 하고 느낀다.
그건 누가 알려주는 것도, 알려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첫사랑이 힘든 것 아닐까?
내가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호감이었거나,
호감인 줄 알았는데 사랑이었다는 것을 늦게 깨닫거나.
그러나 난 아직도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사귀어본 적이 없다고나 해야할까.
남자가 사랑고백을 해온다면..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취한다. 거절하기.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거절하고 마음에 들어도 거절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고백하지 못한다.
마음을 들킨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러운데, 그걸 어떻게 입에 담는지.
그저 바라 볼 뿐이다. 그리고 혼자 안타까워 할 뿐이지.
"야!!"
"어!"
"어? 별로 안 놀라네? 엄청 놀랄 줄 알았는데."
"많이 놀랬어. 놀랬어. 어디가?"
"에이, 별로 안 놀랐네. 집 가지."
"왠일로 집에 다 가냐. 맨날 PC방 가고 놀더니."
"나 PC방 안다녀! 왜이래."
그래, 지금 이렇게 내 앞에서 손사래 치고 있는 신가온 녀석이다.
나를 혼자 안타까워하게 만드는 사람 말이다.
"너는 어디 가는데?"
"나? 친구 만나려고......"
"오 남자 만나냐? 그럼 당연히 나한테 허락 받아야지!"
이자식의 이런 말이 날 자꾸 갖고 논다는 말이지.
"웃기셔. 니가 뭐 내 엄마냐."
"오 진짜 남자 만나나보네? 윤하은 많이 컸네."
"됐어. 저리가."
나는 뭐 이렇게 퉁명스럽게 말고는 반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나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어보이고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의 그런 태도에 상처를 받았는지 그 자식도 더 이상 내 눈앞에 보이지 않았다.
약간 서운했지만.
친구랑 약속한 장소에 거의 다 다다랐을 즈음.
'팍'
"어, 죄송."
나의 어깨를 세게 밀치고 무표정한 얼굴로 죄송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신가온.
그래, 내가 이래서 신가온을 무시할래야 할 수가 없다.
좋아하지 않으려해도 자꾸 날 기대하게 만드는 녀석.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면,
"헤헤 내 허락 받고 가라그랬잖아. 왜 그냥가."
내 앞에서 이렇게 실실 웃고있는 녀석을 좋아하고있는 날 발견한다.
지금 내 심장이 부드럽게 뛰는 이 느낌은 모두가 말하는 사랑의 느낌일거다.
아마도.
"참나. 신가온. 나 남자만나는거 아니거든?"
"에~ 웃겨. 윤하은 사기꾼인거 세상이 다 알아. 나도 맛있는 거 사주면 한번 봐준다."
"도대체 뭘 봐준다는 건지."
나도 그 녀석과 더 있고 싶었던 터라 툴툴 거리기만하면서 들어갔다.
나를 어느정도 아는 녀석도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실실 거리면서 쫓아들어왔다.
"난 카라멜 들어가는거."
"마끼아또?"
"아 맞아. 그거."
주문하려는 내 옆에서 능청스럽게 주문을 하는 녀석.
그리고 잊지않고 날 쳐다보면서 씩 웃는다.
으휴, 어찌보면 난 지금 이용당하고 있는 건지도.
"카라멜 마끼아또 두잔 하시겠어요?"
"친구꺼는 안시켜?"
"지가 사는거냐. 어휴. 그럼 세잔 주세요."
"예. 계산은 같이 하시는 거죠?"
"네."
그리고 지갑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
"같이 할 꺼에요. 여기요."
나보다 먼저 돈을 내는 신가온.
이제 조금 느낌이 오지 않는지. 내가 왜 이녀석을 좋아하는지 말이다.
"나한테 빚졌다? 보이지? "
거스름돈을 받으면서 실실 웃는 녀석을 보면서, 나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 나를 보면서 아랑곳 않고 영수증을 쥐여주는 놈.
그리고는 자랑스레 컵을 세잔 받아들고 탁자로 가서 털썩 앉는다.
"몇시에 약속을 했는데 친구는 왜이렇게 안오냐."
"이제 5분 있으면 올꺼야. 넌 여기 왜 앉어. 인제 얼른 가시죠?"
"싫어. 친구 꺼 까지도 사줬는데 배은망덕하게."
"내가 사달라고 그랬냐?"
"어? 윤하은 이러기냐?"
"뭐래. 자 빨리 얼른얼른 마셔."
그렇게 10분 쯤 지났을까, 신가온이랑 한참 장난을 치고 있을 때 친구가 도착했다.
"하은아!"
"지온아~얼른와. 너 것도 시켜놨어."
"으응."
지온이는 옆에 앉아있는 신가온을 보고 살짝 놀라는 듯 했다.
그래, 내 주제에 맞지 않게 조금 잘 생긴 놈이랑 앉아있기는 하지.
"옆에는 누구야?"
나와 신가온이 함께 있을 때, 절대 어떤 사람도 사귀는 사이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단지 누구냐고 놀라서 확인할 뿐, 물론 내 친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게 내가 신가온을 마음 놓고 좋아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누가봐도 어울리지 않는 사이, 랄까.
"친구야. 너 오기 전에 만났는데."
"진짜 남자 아니었네, 윤하은 다시봤어. 난 간다. 빠이."
내 말이 채 끊나기도 전에 내 말을 싹뚝 끊어내버리고 어깨를 툭툭치고 일어나는 녀석.
그리고 손을 한번 흔들어보이더니 이내 숍을 빠져나가버렸다.
"설마, 쟤가 너가 얘기하던 걔야?"
맞다. 지온이한테 늘 얘기하던 놈, 신가온이다.
절대 둘이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애서 마음 놓고 얘기했는데, 예상치도 못하게 만나버렸다.
그래도 설마라고 하냐. 나쁜 년.
"아,아니야. 쟤는 그냥 친구.."
"눈치를 보니 아니네. 쟤가 너가 얘기 한 애 맞지!! 좋아한다던 애!!"
"......"
"하은아, 너 눈이 좀 높기는 높구나."
"뭐래."
"뭐긴 뭐래.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완전 잘생겼네."
"내가 언젠 못생겼다고 그랬나."
"난 그냥 너가 콩깍지 씌여서 그런 줄 알았지. 그게 아니었네. 진짜 잘생기긴 했다."
지온이는 한참 신가온의 외모에 대해서 떠들다가 시무룩해진 나의 표정을 발견하고는
"너랑 안어울린다고 하는 건 아니야. 그럼 아니지."
라는 둥, 제 발 저리는 소리만 잔뜩 늘어놓았다. 나는 그런 지온이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녀석의 자취가 남은 커피만 휘휘 저어댔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지온이는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내게 질문을 던졌다.
"고백은 안 할꺼야?"
"그런 생각은 해본적도 없는데."
"좋아한다며."
"좋아한다 그랬지 내가 언제 고백한다 그랬냐."
"뭐야 그럼 많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네."
아니, 솔직히 많이 좋다. 사귀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떻게 여자가 먼저, 차일지도 모르고, 섣부르게 고백했다가 사이만 괜히 더 어색해지고..
"그런가."
"역시 넌 아직 애였어."
그리고 다시 또 신이난 지온이는 이런저런 얘기로 한참을 떠든다.
그래, 어쩌면 지온이 말처럼, 난 아직 신가온을 그리 많이 좋아하는게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직 깊게 어떤 사람을 좋아해본 적이 없을지도.
그래서 신가온을 많이 좋아하는 거라고 느끼는 걸지도 모르는 일이지.
숍을 나와서 버스정류장을 향하면서도 지온이는 여러가지 주제로 한참을 열변을 토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한마디 툭 내던졌다.
"내일도 걔 만나?"
"누구?"
"그 남자애 있잖아."
"아, 글쎄 만나기는 만나겠지. 같은 반이잖아. 게다가 내일은 학원도 같이 갈껄."
"그럼 잘 좀 알아봐, 니 마음 말이야. 고백 할지 말지. 아 버스왔다. 나 간다~"
그렇게 지온이는 휙 버스를 타고 멀어져갔고,
나는 멀어져가는 버스를 보면서 다음 날 신가온을 얼굴을 보고 오늘 지온이의 말을 떠올리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랬다가는 당장 온 몸이 어색하게 달아오를테니까 말이다.
사귀느니 고백을 해야한다느니 어울리지 않는다느니 같은 말들.
.
.
.
다음날, 교실 안.
나는 지온이의 저주에 걸려버렸다. 다른 여자애들이 신가온과 얘기를 할때마다 움찔움찔 놀랐고,
신가온이 날 쳐다보는 것 같으면 얼굴을 훽 돌려버렸다. 왠지모르게 창피해서 말이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고, 지온이 말처럼 쳐다보면 고백이라도 해야될 것 같기도 하고.
지온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말이었겠지만, 지온이 생각보다 내 상태는 조금 더 심각한 듯 했다.
난...난 어쩌면 좋을까.
고질적인 나의 병. 에휴.
그렇게 혼자 자괴감에 빠져서는 수업시간도 대충대충 흘려들으면서 멍때리고 앞사람 머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다가 창가로 눈을 돌리는 순간, 신가온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볼 뿐.
이게 짝사랑의 비애지......
.
.
.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또 신가온을 만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재빨리 걸어갔다.
뒤에서 날 미친듯이 부르는 친구들을 뒤로한채.
'고백' 그 글자가 내 마음 속에 새겨져있는 동안은 신가온과 마주치지 않기로 한 것. 결국 이게 나의 대책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또 신가온과 마주하게 되버렸다. 학원에서 늘 앞뒤로 앉았던 탓에 오늘만 다른 곳에 앉으면 이상하게 보일테니
어쩔 수 없이 신가온이 손짓하고 있는 그 자리 뒤에 앉았다.
"윤하은, 숙제 다 했냐?"
"어?..어..다 했어. 다 했어."
"오늘 기분 안 좋냐? 왜 이래?"
이상하다는 듯이 날 바라보는 신가온의 눈빛을 난 또 피할 밖에.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태껏 인생을 그렇게 살아온 걸 어떡하냔 말이다.
고백 하지도, 받지도 못하는 이상한 내 운명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
.
.
3시간 짜리 수업이 끝나고, 나와 신가온은 어색하게 아무말도 없이 1층까지 함께 내려왔다.
밖은 마침 최악의 타이밍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난 우산이 없었다.
엄마가 아까 미친 듯 소리치던게 이거였구나, 우산.
그런데 더 최악인 것은 신가온은 우산이 있다는 거였다. 씌워주겠다고 하면...
"비오네, 표정 보니까 딱 우산 없구만? 씌워줄까?"
"어? 아니야. 우산 있어!"
"어디?"
"있어. 있다니까? 그냥 가. 가도 돼. 된다고."
"어차피 너네 집이랑 우리 집도 가까운데 어때. 씌워줄께. 너 없는거 다 알아."
"괜찮다고 그냥 가. 가라니까?"
"참나. 알았다. 간다 가."
등을 떠미는 내 태도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날 쳐다보고는 그냥 가버리는 녀석.
솔직히 씌워준다니까 좀 좋긴 했는데, 또 그러면 왠지 고백해야 될 것 같은 부담감이 밀려들어왔다.
아니..그보다 그냥 싫었다.
뭐가 싫은 걸까.
나는 그칠 기미도 보이지 않고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서 그냥 그렇게 서있었다.
그런데,
"자."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우산이 내 앞에 놓여있었다. 아직 가격표도 떼지 않은 새 우산.
"같이 쓰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이거 쓰고 가."
익숙하긴 익숙한 목소리인데, 약간 상처받은 듯 한 목소리로 얘기하고는 먼저 가버리는 녀석.
내가 자길 거부하는 거 같애서 상처받은 건가? 그런가?
저 녀석도 날 좋아하는 건가? 그래서 그렇게 상처받은 건가?
......
이런 식의 혼자만의 의미부여. 신가온의 마음이랑은 아무 상관도 없는데.
벌써 몇달째 혼자 이러고 전전긍긍 하고있는 건지.
어쩌면 이런 식의 의미부여도 이제는 끝날 때가 온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신가온이 사준, 아직 비닐도 벗기지 않은 우산을 소중하게 끌어안고는
그냥 세차게 내리는 비를 몽땅 맞으면서 집까지 뛰어와 버렸다.
"어머, 하은아. 왜 다 젖어서 왔어! 우산도 있는데!"
언니가 현관에서 나에게 문을 열어주며 호들갑을 떤다.
"언니."
"왜?"
"언니."
"아 왜! 너 또 무슨 일 있어?"
"아니...그냥."
"너 저번에 얘기했던 놈이랑 관련있는 고민이냐?"
나은언니. 아주 눈치는 100단이다. 공부는 지지리 못하는데 눈치는 어째 이렇게 빠른 건지.
"뭐."
"얘기하기 싫어하는 눈친데."
"뭐. 그렇지."
"대충 뭘로 고민하는지는 알겠다. 맞춰볼까?"
"그러시던지."
언니가 가져다준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고 있는 내 손을 멈추게 만들어버린 언니의 말.
"고백 못하겠어서 그렇지? 왠지 싫어지는 것 같고."
"......"
"착각하지마. 좋아하는 거 자기합리화 해서 아닌 것 처럼 만들지 말라고. 너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 딱 하나밖에 없어."
"뭔데."
"너가 해본 사랑이 거기까지라서 그래. 늘 짝사랑만 해보고, 다른 사람의 사랑은 받아주지 않았던 그게 너의 사랑의 전부라서 그래."
"그게 뭐..야."
"니 가슴이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예를 들면 고백하고 사귀는 것, 그런 거는 사랑이 아니라 뭐 추잡한 것 쯤으로 생각한다는 거지."
"......"
"마음을 열어. 사랑이 사람마다 다 똑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짝사랑이 사랑의 전부라면 너무 슬프잖아, 동생아. 자 들어가서 씻으
면서 생각해봐라."
언니는 친절하게 욕조에 목욕거품까지 풀어서 따뜻한 물을 가득 넣어두었다.
그리고 그 따뜻한 물 속에서 언니가 말해준 것 들을 다시 곰곰히 되새겨보았다.
처음 들었을 때 느껴진 깨달음, 그 이상으로 많은 의미가 느껴졌다.
하긴, 늘 남의 짝사랑을 짓밟거나, 나의 짝사랑을 스스로 짓밟았다.
그래서 나의 사랑은 늘 거기까지 였던 거다. 짝사랑.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했던 이유.
내가 누군가와 함께 한다거나, 누군가와 사랑을 나눈다던가 그런거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그래서 나는 고백을 받아주지도 못하고, 고백 하지도 못했나보다.
진짜 남들이 다 하는 그런 사랑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걸지도.
죽어도 소리는 내보고 죽어야지. 내일 신가온한테 일이나 저질러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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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 같지 않게 언니의 따스한 배웅인사를 받으며 봄 날씨를 느끼는 기분이란.
물론 좀 춥기는 했지만,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 같은 행복한 기분.
"안녕~"
늘 만나던 친구마저도 더 예쁘게 보이는 이 기분.
난 그렇게 미친듯이 솟아오르는 그 행복감을 이기지 못하고 거의 붕붕 떠서 학교에 도착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좋은 예감으로.
그러나, 늘 예감이 잘 맞는 건 아니었다. 이번에는 신가온 녀석이 날 피하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쉬는시간, 그 어디서도 신가온 녀석을 볼 수 없었다.
수업시간이 되어야지만 슬쩍 자리에 앉는 저 녀석을 어떻게 불러내야하나.
물론, 하룻밤 사이에 고백이 너무나도 쉬운 일 처럼 느껴진 건 아니었는데,
저녀석이 저렇게 튕기니까 더 의지에 활활 불탔다. 오기랄까?
저녀석도 날 조금이라도 좋아하기는 하고 있겠지!
물론, 여자들도 은근히 자뻑이 심한 건 안다.
도서관을 지나갈 때 사람들이 자길 쳐다보면, 어머, 라고 생각한단 말이지.
지가 신고있는 힐이 소음을 만들어내는 줄 모르고.
그래도 지금 저런 최면이라도 걸지 않으면......난 아마 죽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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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국 내 귀에 들린 건 학교의 마지막을 알리는 종소리.
끔찍하게도 신가온과 눈조차 마주치지 못한!
내일을 기약해야 되는 건가..
나는 슬픈 마음에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고는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
가는 내내 제발 신께서 내가 새롭게 정의내린 사랑에 감동하셔서 신가온을 보내주실 줄 알았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일 뿐.
젠장.
집에 도착하니 날 맞아주는 건 언니뿐.
"동생아, 했느냐?"
"뭘."
"고백! 내가 그렇게 강의를 해줬건만!"
"아니."
"뭐!?"
"아니아니, 지금 하러 갈꺼야. 그래서 예쁜 옷을..."
그래 결국 이따위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해서, 결국 집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왔다.
'자자, 이거 언니가 완전 아끼는 옷인거 알지? 넌 키도 좀 크고, 인정하기 싫지만 좀 말랐으니까.'
라며 자신의 꽃무늬 쉬폰 원피스랑 검은 마이를 하나 내어주고는 머리를 풀어헤쳐놔서 미친년 처럼 만든 후 집에서 쫓아냈다.
젠장, 돈도 없는데 어딜가라고!
뭐 그래도 봄이 오고나서 , 물론 추워 죽겠지만, 처음으로 나선 나들이니까.
게다가 언니가 목숨처럼 아끼던 옷인데.
정신없이 불어대는 바람이 부는대로 따라갔다. 뭐 어차피 갈 곳도 없으니까.
노을이 질 때면 공원으로 가서 연인들을 눈에 콕콕 박은 뒤에 울어야겠다.
그러고 집에 들어가서 차였다고 하는 거다.
그런데, 신은 날 버리지 않았다!!!!
저기, 저기, 저기, 멀리서 힘없이 걷고 있는 건 신가온 녀석!!!
예상치도 못하게 만난 녀석 덕분에 내 다리는 다시 힘을 되찾고는 여유롭게 길 건너에 있는 녀석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녀석이 멈추면 나도 멈췄고,
그녀석이 걸으면 나도 걸었다.
그리고 계속 쳐다봤다. 웃음이 나왔다. 마음이 따뜻했다.
이건 마치 짝사랑을 할 때 느낌이랄까.
나 혼자 바라보고, 좋고, 따뜻하고.
그 때, 신가온도 이쪽을 쳐다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석도 웃었다.
신가온 마음도 따뜻해졌을까?
신가온도 내가 반가울까?
..그래, 이런게 사랑이겠지.
서로 마주보고, 마음을 느끼고, 따스함을 느끼고.
혼자 느끼는 감상이나 의미부여를 집어치운채 서로의 생각을 해주는 것.
순간 나는 확신했다.
저녀석도 날 좋아할 거라고.
신호등이 바뀌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 길을 건넜다.
신호등 중간에서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고 정신없이 웃었다.
글쎄 왜 그랬을까.
봄임에도 영하의 온도를 기록한 그날에도 우리는 추운 줄 모르고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함께 걸었다.
여느때와는 달리 손을 잡고.
"나 할말 있는데."
"나도."
내가 먼저 신가온을 쳐다보면서 말을 꺼내니까, 그 녀석도 씩 웃으면서 말을 한다.
원래 이녀석이 이렇게 멋있었나.
"너가 먼저해."
"그럴까?"
"응."
그러더니 그녀석 내 손을 잡은 그 손에 더 힘을 꽉 준다.
내가 예상했던, 그리고 내가 하고싶었던 그 말이 나오지 않을까?
"사귈까?"
내가 오늘 수백번도 넘게 신가온에게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그말.
그걸 그녀석이 먼저 했다. 나에게.
그런데 또 당황해버렸다. 내가 하는 걸 생각했지, 받을 줄은 몰랐었기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신가온은 그런 날 기다려줬다. 특유의 웃음을 지으면서.
"..넌 뭐 안사귀는 여자애랑 손도 잡고 막 그러냐?"
결국, 따뜻한 말 대신 또 이런 말로 대신해버렸지만.
신가온이 더욱 활짝 웃으면서 이런 말을 한 것도 이해가 간다.
"이럴 줄 알았다."
우린, 그렇게 하루를 만끽했다.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도 피다만 꽃도 구름몇점 걸린 하늘도.
모두가 행복하게만 보이는 하루.
그리고 믿어지지 않는 하루.
.
.
.
우리 집 앞, 아직 우리는 헤어지지 못하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서 웃고있다.
"이제 들어가."
"그래."
"잘가."
"그래, 너도."
"잘가."
"응,응!"
"오늘 옷 진짜 이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녀석이 크게 고함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사랑!
오늘, 집에 돌아가자마자 언니를 꼭 안아줘야겠다!
[完]
SAY.
많은 분들들이 "얘 뭐야!" 하시겠지만, 실은 요전에 자주자주 들렀던 사람입니다.
그간 거의 1년 동안 한번도 여기 들른적 없어서 좀 어색하네요.
여기 소설에 쓰여있는 내용을 꽤 많은 분들께서 겪는 문제라는 걸 알고 한번 도전해봤습니다!
정말 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받거나 하면 오히려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더라구요.
(그게 정말 자신의 사랑은 짝사랑 까지 라고 선을 그어버려서 그렇다는군요! )
그분들 모두에게 바치는 소설입니다.
물론 안그러신 분들은 그냥 "이건 뭐 아가들 이야기네. 훗." 하고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써서 정신없고 부산한 글을 뽐내서 죄송하구요;; 간간히 온다면 더 발전된 글을 갖고 오겠습니다.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아하핫~ㅋㅋ 귀여운 짝사랑이네요~ㅋㅋㅋ 잘봤습니다!!!
난기다릴게 님 ♥ 그쵸. 좀 그런 느낌이죠 ㅎㅎ 조금 달달하게 쓰느라 손발 로그아웃할뻔 한 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잠시 제 몸에서 로그아웃한 영혼이 하은이에게로 들어가 맘껏 즐겼습니다.^^
MOYA 님 ♥ 즐기셨다면 !! 와우 ㅎㅎ 제가 글을 쓴 목적에 딱 부합하는 분을 찾았군요 ! 뿌듯해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정말 뭔가 저의 마음을 아는듯한 소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ㅇ^
유먀224 님 ♥ 한분 더 찾았네요 ㅎㅎ 맨날 눈물만 흘리는 글 읽어서 뭐 하겠어요 좀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거 읽으면 좋잖아요 !! 속 시원하게하는 소설? 뭐 그런거요 힘이 막 솟아나네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왕~~~~~재밌어요>ㅡ<
가을♥ 님 ♥ 옆에 표정이 인상적이네요 ! ㅎ 뭐 가을님께서 어떤 소설을 좋아하시는지는 잘 모르지만 마음에 들었다니 ㅜ 영광이에요 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