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엔 해당화를 만나자
5월엔 옹진섬을 가자.
장미말고 해당화를 만나러.
해당화는 바닷가에 많다.
싱그러운 해풍맞으며 바닷가를 걷자.
흐드러지게 핀 해당화가 반긴다.
해변 가에 아침 이슬 머금고
바다를 향해 피어 있는 해당화!
분홍빛 그 꽃은 그다지 예쁠 것도 없다.
처연한 자색에 가까운 꽃 색에는 눈길이 가지만
장미의 농염함도, 꾸밈도 없는 소박한 꽃이다.
그리는 사람이 돌아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섬 처자 모습이랄까 뭔가 가슴이 애잔해지는 그런 꽃이다.
그런데 웬 지 모르게
해풍에 흔들리는 그 소박한 꽃에 마음이 간다.
5월은 흔히들 장미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섬마을에서는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는 시절이다.
예로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해당화를 사랑하여
시로 노래하고 그림의 소재로 삼아왔다.
해당화의 꽃말은 ‘원망, 온화’다.
이제나 저제나 오매불망 기다리는데
좀처럼 오지 않는 그리운 사람에 대한 원망과 슬픔이 깃들어서 일까?
해당화는 좀 슬프다.
시성 두보는 평생 단 한 번도
해당화를 소재로 시를 쓰지 않았다한다.
자기 어머니의 이름이 ‘해당부인’인지라 아무리 꽃이라 하더라도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기가 송구스러워 그랬다는 것이다.
사유를 알게 된 사람들은 그 효심에 감탄하였다한다.
옛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 일화다.
민족시인 만해선생에게 ‘해당화’라는 시가 있다.
만해선생의 시에서 해당화는 눈물이요. 그리움이다.
만해선생의 시 ‘해당화’를 조용히 낭송해보자.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를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이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도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시에서 나는 누구고, 해당화는 누구일가?
시인은 왜 해당화 보는 것을 피하고 싶었을까?
사람팔자 시간문제라고 했던가?
이미자가 애조띤 목소리로 불러 대 히트한
‘섬마을 선생님’ 덕분에
해당화는 갑작스럽게 유명해진다.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이름은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 마오“
노래 가사 덕에 바닷가에 애처롭게 피었다
스산한 바닷바람에 속절없이 흐트러지던 해당화가
‘해당화=섬마을선생님’으로 전국민의 머리에 각인된다.
노래가 대성공을 하자 바로 ‘섬마을선생님’은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오영일, 문희주연에 김기덕 감독의
노래와 동명의 ‘섬마을 선생님’이다.
영화 역시 대성공!
19홉살 풋풋한 섬 처녀와 총각선생님의 애뜻한
사랑이야기에 국민은 열광했다.
이 영화촬영지가 당시 옹진군 대이작도 자월초등학교 계남분교였다.
흐르는 세월에 계남분교는 폐교된지 오래다.
재잘대는 아이들 목소리도 총각선생님의 풍금소리도 들을 수 없다.
잡초 우거지고, 허물어져가는 퇴락한 모습에
시간의 속절없음을 절절히 느끼겠지만
계남분교만은 지금도 그 자리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선착장에서 2km 거리다.
대이작도 선착장 매표소옆에 이미자의 노래비가 있다.
문희 소나무도 있다.
주인공으로 분한 문희가 떠나는 총각선생님을 숨어서 지켜보며
눈물 흘리던 장면에 나오는 소나무다.
뱃터옆 작은 공원에 있다.
당시 영화에 나왔던 아이들은(지금은 노년에 이른 어른이겠지만)
지금도 이 곳에 살고 있다한다.
이들에게는 그 시절이 가슴 멍먹한 추억이요 절절한 그리움일 것이다.
대이작도는 아직은 그래도 섬마을의 소박함을 간직하고 있다.
곳곳에 비경 간직한 옹진 섬마을로 발걸음 한 번 해보자.
해당화 피고 지는 호젓한 바닷길을 걸어보자.
그리고 가만히 귀 기울여보시라.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바람에 실려 그 노랫소리 들리지 않는가?
지나간 세월이
가슴 아린 추억으로 밀물처럼 밀려오지 않는가?
길섶에 지천으로 피는 ‘해당화’는
지금은 옹진군을 상징하는 ‘郡花’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5월에는 외진 섬
호젓한 바닷길에서
해당화를 만나자.
첫댓글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 설레이고 낭만적인 곳입니다
노랫말에 찔레꽃붉게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이라는 말이있는데 그 꽃도 해당화가 아닌가 는 생각을 해보기도합니다
보여주신 해당화 아릅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