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대 없는 십자가
요당리 성지의 소성당에 있는 십자가는 특이하다.
십자가에 가로대가 없다.
마치 우리나라 옛날 죄수에게 씌웠던 형틀에 예수님이 매달려 있는 모양이다.
요당리 성지의 장기영 신부님 설명에 따르면
'십자가를 진 예수님의 손과 발 형상을 통해 사람들이 각기 달리 느끼도록 했다.' 고 한다.
가령, 예수님의 형상에 대해 행복한 느낌의 사람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듯 하다고 말하고,
불행한 느낌을 가진 사람의 경우 팔 벌려 보듬어 주는 듯 하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십자가의 길 작품
이숙자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의 작품인 이 십자가의 길은 동을 재료로 만들었다.
상황 전체를 묘사한 십자가의 길 형태에서 벗어나 손을 부각시킴으로써 그 손에 녹아든 예수님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부분 안에서 전체를 바라보고, 묵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기보다 각 처의 핵심을 찾아 더 집중적으로 묵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수녀는 언어 다음으로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손짓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구상했다.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하느님의 손길과 함께,
우리 인간의 손을 통해 이루시는 많은 일들에 대한 묵상이 작품의 시발점이 됐다.
이 수녀는 “손짓 하나에 생사가 갈리는 일, 또한 손이 묶이고 체포된 상황은 죽음 같은 무력함을 의미하며, 말(언어)로 주고받는 것보다, 손으로 주고받는 것이 더 실천적이고 복음적이라는 것을 의미 한다”며 “더 나아가 손으로 만들어 표현된 예술작품들은 인간을 승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