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그다지 끌리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중에 DVD로 나오면 꼭 봐야지 하고 마음속으로만 입력하고 있었던 영화였는데 마침 쉘부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이렇게 후기 글을 남겨본다. 역시 재치 가득한 대사와 가슴을 훈훈하게 적시는 플롯은 이 영화를 선택해 본 내가 잘 했다는 생각을 해주게 했다. 이런 류의 코믹드라마는 굳이 극장에서 보지 않고 홈씨어터 시스템으로 즐긴다 해도 그 감동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영화 제작자에겐 미안하지만 ^^;;)
‘색즉시공’으로 호흡을 맞췄던 임창정과 하지원이 각각 건달과 여성 복서로, 중견 배우 주현과 액션전문배우 정두홍이 각각 체육관 관장과 왕년의 복서였던 명란의 아버지 역할을 연기하며, ‘마법의 성’ 이후 이름까지 바꾼 강예원과 TV스타 이훈이 또 다른 조연 커플로 등장한다. 특히 결손가정 남매를 연기한 아역 배우들의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연기가 일품이며, 재미와 가슴 훈훈한 감동을 이끈 감독의 연출력 역시 돋보이는데, 실제로 아마추어 복싱선수였던 윤제균 감독의 아버지와 안락사 장면 등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재개발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에쿠스를 끌며 폼 나게 1번가에 나타난 날건달 필제(임창정). ‘천하의 나쁜 노무새끼’가 되어 피도 눈물도 없이 무대뽀로 마을 사람들을 밀어내려 단단히 맘을 먹었건만 도착한 첫날부터 맞닥뜨린 깡따구 센 여자 복서 명란(하지원)을 비롯하여 예측불허의 마을 사람들로 인해 필제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한다.
버스보다 발이 빠르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명란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동생을 돌보면서도 아빠에게 자랑스런 딸이 되기 위해 동양 챔피언의 꿈을 다지며 꿋꿋하게 살아간다. 이런 명란과 사사건건 엮이게 된 필제는 재개발은커녕 명란의 뒤치닥거리 하기에 바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필제가 하는 짓들이 마냥 신기하기만 한 일동, 이순 남매는 순수함으로 필제를 제압하고, 그를 두려워하기는커녕 일까지 시켜먹는 마을사람들로 인해 필제는 동네의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게 된다. 급기야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날건달이 아닌 슈퍼맨으로 통하기에 이르는데…
‘마을 접수’라는 애초의 목적 달성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는 필제, ‘동양챔피언’의 꿈을 향해 계속 달리는 명란, 그리고 각자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1번가’ 사람들. 서로간의 묘한 유대감을 쌓아가면서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이 상황에서, 필제는 과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명란은 필제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아저씨~ 라일락의 꽃말이 뭔 줄 아세요? 젊은 날의 추억 이래요. 이 사막 같은 곳에도 추억이 있을까요?” 필제는 이렇게 대답한다. “글쎄, 그것은 우리들 마음 속에 달린 것이겠지”
이 둘의 대화가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삶을 절망으로 보면 그것은 한 없는 나락이고, 삶을 희망으로 보면 그것은 한 없는 기쁨일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삶의 희망을 바라보기를 기대한다.
첫댓글 나두 일번가의 기적 봤는데, 일동이하고 이순이 남매 넘 귀엽죠^^이 영화에서 웃음과 눈물은 이 꼬마 둘이서 도맡아 했던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