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끗발 유지의 비결---
( '이 카페에 올려진 글들은 미성년자가 결코 읽지 않는다' 는 가정하에 올리니까
미성년자는 읽지 말아 주세요 )
동생 집에 놀러를 갔다. 나 보다 세 살이 어린 여동생인데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만
동생은 나보다 훨씬 여자답고 음식 솜씨도 뛰어나다
동생과 한이불을 덮고 자는 사람---이름하여 우리 제부
나보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은데, 다정다감하고 세심하며 인정이 많은
banker 출신의 부산 싸나이다.
그런데 이 제부 양반--나이는 한 살 아래이지만 그래도 엄연히 처형인데,
이 지엄한 처형을 자기 밥으로 안다. 처형을 상대로 자잘굿기가 말도 못한다 ( '자잘굿다' 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 주시길 바라면서--모르겠으면 "상상플러스" 에 물어 보시고)
그 날도 안부 묻고, 수인사 끝내고, 수다방 대충 마무리 되어 가니까 , 하시는 말씀
"처형, 모처럼 왔으니까 새 잡을랑교?"---그러니까 ,'고 스톱' 을 치자는 얘기다
" 고 스톱?? 일년에 화투장 한, 두번 잡기도 힘든 사람한테 또 얼마나 속을 뒤집을라꼬???" 어쩌다 한 번씩 하는 이 화투판에서 겪은 수모 , 말로 다 못한다. 그 격전장에서 불리는 내 공식 이름은 "봉순이"다
거기다가 기분에 따라서 "쪼다 박사"도 되고, "쪼다도 급수가 있다카이", "등신이 따로 있나?" 라는 놀림도 부지기수로 듣는다.
어쨌든 실랑이 끝에 시퍼렇고 까끌까끌한 화투판 지정담요인, 그 옛날의 군용 담요를 펼쳐 놓고 판을 벌였는데 점당 100원 짜리로 결정을 한 후 동생 내외와 나 세 사람이 전투를 진행,
그런데 이변이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니 명실공히 봉순이 구실 하느라, 쳤다 하면 쓰리 고에 피박을 당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웬일로 승자는 동생인데 동생이 점수가 많이 나서 감액을 쪼매 해 줄라치면 옆에서 영락없이 딴죽을 걸고 놀려대고 자기도 감액을 하라고 난리다. 연달아서 그런 꼴을 계속 당하고 있는데,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얼마나 약을 올리고 이죽대는지???꼭지가 확 돌 지경이다.
견디다 못한 나, 있는대로 톡톡 털어 계산해 주고
"나 인자 안친다. 실랑질 나서 못살겠다" 하며 담요를 걷어 치우는데,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와 근처에서 누가 잠깐 만나잰다. 핑계낌에 '잘 됐다' 생각하며 옷을 떨쳐입고 나서려니 차비로 쓸 잔 돈이 없다
동생한테 " 야, 천원짜리 쫌 도. 지하철 타야 되는데..." 하니 우리 제부 대뜸 한다는 소리가
"주지 마라. 와 안줘야 되는지 알제?"
이 말을 들은 동생 신용카드를 슬며시 내놓으며 한다는 말씀
"언니야, 화투판의 판돈 빌리주마 끗발 삭는다 카더라, 이거 교통카드 기능도 있으니 이거 가져가라. 그런데 이거 가족 카드다 이자뿌지 마래이"
하이고, 참말로 기가 차서,.. 어쨋거나 그 카드를 받아들고 현관을 나서는데 밉상스런 제부 한 말씀
"처형, 언제 올랑교? 판 피놓고 기다릴랑께 빨리오소"
" 빨리 안 온다. 누구 속 또 뒤빌라꼬"
그 카드를 자세히 보자하니 모 은행의 신용카드인데 지하철을 타고 난 후 카드를 보며 '참말로 대단한 내 동생이구마' 라고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볼 일을 마친 후 다시 동생집에 와서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제부가 또 약을 올린다.
"처형, 본전 안찾능교? 내 집사람 한테 사정 쪼매 봐주라 카께 본전 찾아가소. 멀리서 와 가지고 차비도 못건져 가모 내가 맘이 쓰여서 안됭께 몇 판만 치고 가소" 하며, 얼마나 사람 애를 달구는지....
결국은 또 판을 벌렸다. 그런데 ,어랍쇼!! 이게 웬일!! 판도가 확 달라져 화톳장을 뒤집으마 같은 그림이고, 붙이는 대로 그림이 맞아서 끝나고 계산을 하면 작으나 크나 계속 내가 이기는게 아닌가??
화투판을 쥐락펴락하며, 남의 손에 든 패도 읽어내는 제부는 열 판이 넘도록 신고도 못하고, 어쩌다 동생이 한 판정도 이기는 양상이 되풀이 되자. 열이 돋을대로 돋은 제부, 저거 마누라 보고 못친다고 티방주고, 자리 바꾸자 카고, 발로 기리하고 ,한 장만 떼 놓기도 하고...별의 별 짓을 다 한다.
그런데다 어쩌다 동생이 이겨서 돈을 내놔야 하는데 번연히 주머니에 잔돈이 있으면서도 ,돈 없다며 10만원 짜리 수표 내놓고 거슬러 달라고 약올리기 까지....그러면서 점잖게 하시는 말씀 "나의 죽음을 적장에게 알리지 마라"--- 이순신 장군의 유훈이 욕을 당하는 마당이다 .기회는 이 때다. 물실호기, "흥, 돈 잃고 점잖은 사람 하나도 없네. 오늘부터 '봉돌이' 라 캐주까?"---약 올리는 나
계속 진행하다보니 아까 나간 만원짜리도 스을--슬 들어 오고 승승장구, 계산 빠른 우리 제부
" 헤헤, 얼마쯤 벌었노? 본전은 아까 다 찾은 것 같고, 대구 내려갈 차비도 건졌겠다" 라고 이죽거린다
그러던 차에 내가 또 이겼다. " 에헴, 8점에 흔들고 한 사람은 피박, 한 사람은 광박" 여유만만하게 알려주며 패를 섞고 있는데, 제부가 지폐 2000원을 내게 건낸다 . 얼른 400원을 거슬러 주는 나, 동생은 열심히 동전을 헤아려 나한테 3200원을 전해 준다. 돈을 쓸어 모으고 화투패를 섞느라 정신업시 등신짓 한 나.
그 때까지도 나는 모처럼의 승리에 흥분해,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른다
얼마 후 허리도 아프고 시간도 많이되어 마무리를 한 후, 제부 저의 마누라 집적이며
"봐라, 나는 1600원 주는데 당신은 와 3200원 주노??"
"나는 아까 땄잖아. 그라고 그렁기 있다." 실실 웃으며 내 눈치를 슬쩍 보는 동생,
그 때서야 미심쩍은 맘에 돌이키니 이 제부가 또, 정신업고 셈이 흐린 나를 속여먹은 것이다.
" 지 밥도 지대로 못 챙기묵는 처형 돈 따능기 그러키 좋나?"
"내가 안 줄라캤나? 나머지 줄 돈 챙기고 있는데 등신같이 잔돈 내주대. 그래서 안줬지. 내가 늘 안카등가베? 쪼다도 급수가 있다고"
"아이고, 치아라 마. 잘묵고 잘 살아라."
그렇게 우리의 격전은 끝이나고 나는 화려한 승리를 만끽했슴다.
" 언니야, 그래도 그건 약과다. 우리 집에서 언젠가 ,이 사람 친구들이 모여서 판 벌렸는데 밤을 꼴딱 샜거든. 그런데 일행 중 한 사람이 다음 날 골프 약속이 있어 새벽에 나가야되는데.하필이면 그 사람이 돈을 몽땅 잃었능기라, 원래는 개평을 주게 되어 있었는데 끗발 삭는다고 아무도 개평을 도중에 안줘서 그 사람이 화투판 끝날 때까지 개평 받아가니라고 기다리더라. 골프장에 지각을 하면서도, 화투판이 원래 그런기라"
" 그래, 니 잘났다. 내 다음에 칼 갈아서 다시 올게. 그 때까지 기달려라"
잘들 읽으셨습니까? 끗발유지의 비결---절대 판돈 빌려주지 말고, 카드도 빌려주마 안됩니다
첫댓글 자매랑 오순 도순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 보기 좋아요~ 막간을 이용해서 이사회장 취임식에 다녀오셨군요. 초짜는 이겨도 왜 이겼는지 모르고 계산도 잘 할 줄 모르죠. 저하고 똑같애여.^*^
ㅋㅋ 단우님!! 제부 그분 타짜 수준 입니데이~ ㅎㅎㅎ, 다음에 지하고 한판 붙여주이소. 지 서울 출장 가끼예. ㅎㅎㅎ 고스톱의 정석을 확실히........ㅋㅋㅋ, 우리 집사람, 도영이, 수민이 '피망 맞고' 의 고수들입니다. 그 배후에는 우 하하하!!! (이거이???? ^^ㅋㅋ)
근데요, 1월 YKA 산행은 참석해요? 안 오시면 허전한데.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