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20.
아침에 솟는 해는 언제나 새로움입니다.
그 하루의 시작이라는 아름다움을
돋는 해, 거의 나보다 늦게 깨어나는 새들과 맞이하는 것이
내게는 여러 가지 기쁨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어느 아침엔가 보았던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이 튕겨내던 햇살을 보며
저절로 떠오르던 ‘영롱(玲瓏)’이라는 낱말까지,
그런 아침을 기쁨으로 맞이할 수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깊은 슬픔에 빠진 이들,
또는 삶이 너무 힘들어 그만 내려놓고 싶다고 생각하는 절망적 상황에 놓인 이들,
그런 이들에게 아침의 아름다움을 돌려주는 길이 무엇인지도
새로움과 아름다움이 겹치는 신비를 경험하는 이들이 안고 있는
피할 수 없는 숙제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부터 자잘한 일들을 하며 지냈습니다.
아내가 늘 먹는 약을 타러 병원 들러 처방전 받고
약국에 가서 약을 사면서 시작하여
그동안 아직 피울 것이 많이 남았다면서
해를 세 번이나 넘기도록 미뤄두었던 담배 써는 일을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지난번에 인터넷에서 샀던 낚시대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어서 바꾸기로 이야기를 했는데
바꾸는 과정에서 내가 좀 더 내야 할 돈이 있다고 하여
우체국에 들러 송금을 했습니다.
나간 김에 막내 처제네 사무실에 들러 차 한 잔 마시는 중에
조세환 목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앞으로 교회개혁을 향해 나가야 할 거라는 말과
그러는 동안 풀어야 할 충주노회의 문제에 대한 것들을
짧지 않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교회를 생각하면 그냥 답답하기만 합니다.
마냥 팽개쳐 둘 수만도 없는 거지만
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한 것이 현실,
이번 충주노회 재판을 놓고 볼 때에도
몹쓸 사람은 이기고, 하느님은 지는 결과가 나온 거나 마찬가지이니
오늘의 교회 현실이 그렇다는 것에 대한 확인입니다.
운 나쁜 군인 모처럼 휴가를 받았는데
갑자기 난리가 나 하룻밤 겨우 쉬고 복귀 명령 받듯이
나 또한 며칠 쉬지도 못하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이 생기면 할 수밖에,
다만 냉큼 내가 막 움직여야 할 일은 생기지 않을 듯 싶어
그나마 좀 안심이긴 하지만
상황의 변화와 추이는 지켜보아야 할 듯 합니다.
막내네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가
잠시 깜빡한 목사 수련회 경비 입금 문제로 다시 길을 나서
내덕동 우체국에 들러 입금 하고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둘째 딸의 시어머니께서 청주에 오셨다고 하여
딸네 내외와 다움이까지 낀 손주들,
그리고 안사돈과 우리 부부가 함께 맛난 저녁에
나 혼자 반주까지 곁들여 먹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보다 더 선명한 큰 달을 보는 기쁨,
대부분 열엿새 달이 제대로 된 원(圓)에 가까운데
이번 달은 조금 이지러져 보였습니다.
돌아와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오늘 하루는 ‘새 날의 신비’라고 하며
작은 일상들을 접는 시간이 요즘 목련 봉우리처럼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하루를 접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