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는데 비는 안오고 땡볕이다. 더위를 껴안고 살아야할 터. 그래 한번 또 더위와 함께 뒹글어 보자.
어린 친구들 여름방학이 시작됐는지 지수만 그림 그리러 나왔다.
지수가 작년에 비에 크가 훌쩍 커졌다. 아기 티도 벗겨지고 있는 것이 숙녀로 변화하는 중인가보다.
청춘님이 그림 주제로 아이들이 종이 접어서 만든 강아지 모형을 택하셨다.
밖에서 만화책에 열중하고 있는 지수를 불렀지만 영 그림 그릴 맛이 없는 모양.
청춘님 지도를 받아 가며 혼자서 종이 강아지를 그렸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청춘님은 그림 線(선)에 있어 통달한 분이다.
나로써는 종잡을 수 없는 사물의 모양을 한눈에 꿰고 있다.
비례와 균형, 비껴감과 솟아남 등등 청춘님 연필이 스치면 거지같던 그림도 대단한 왕자의 옷을 입는다.
이런 경지를 직접 경험하고 싶으신 분은 그림모임으로 오시라.
놀라운 마술을 온몸으로 확인하고, 우리가 눈으로 본다는 일은 실제와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 소름끼치도록 느껴보시라.
청춘님이 가시고 혼자 남아서 색처리를 했다. 얼룩 무늬는 보라색 컬러팬으로 칠했다.
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그리는 일도 흰 바탕을 마련하고 다음에 한다.(논어 팔일(八佾) 8절)
여기서 흰 바탕은 두가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하나, 마음을 그림 그릴 준비로 비우기
둘, 실제 그림 그릴 도구와 마주하기.
우리 삷도 그러하다.
온 몸으로 드러내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을 능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