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3) - 양평의 역 주변을 걷다(지평역/석불역/삼산역)
서울과 양평을 오가는 경의선은 보통 ‘용문역’에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용문역 다음에도 양평에는 작은 역들이 많이 있다. 사람들은 적고 열차는 거의 서지 않지만 그래서 더 조용하고 평화로운 역들이다. 양평의 <물소리길>은 <양수역>에서 <양동역>까지 양평의 역들을 연결하여 조성되어 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양평의 매력적인 역들을 만나게 된다. 양평은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익숙한 장소이지만,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지방의 어느 지역보다도 더 시골스러움(?)을 갖춘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적막하지만 아름다운 역 주변의 길을 걷는다.
먼저 <지평역>에서 출발하여 <석불역>까지 걸었다. 약 4km 정도로 1시간이 채 안되는 거리이다. 길은 마을과 마을 사이를 지나고 산길을 따라 이어진다. 이제 추수를 앞둔 논은 점점 황금색으로 변하고 있다.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이 넘치는 가을 들녘이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최고의 날씨를 즐긴다. 아직 미세먼지가 괴롭히는 계절은 오지 않았다. ‘할 수 있을 때’ 하듯이, 즐길 수 있을 때 계절도 즐겨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가 아닌가 싶다. <석불역>은 볼 때마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장소이다. 공간과 건물의 조화가 언제 보아도 매력적이다. 작은 건물 위에 커다란 글씨로 씌여진 ‘석불역’은 항상 비어있다. 주차되어 있는 차도 없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표시이다. 그럼에도 이곳은 아침과 저녁 2-3번씩 기차가 선다. 누군지는 알 수 없는 소수의 사람이지만 그들에게는 소중한 필요함이 석불역에는 있는 것이다.
<삼산역>에서는 <양동역>으로 가는 코스도 있고, 중간에 폭포로 가는 길도 있다. <삼산역>은 크다. 여유로운 주차장은 역의 이용도와 맞지 않을 정도다. 역 앞에는 광폭도로가 펼쳐있고 산과 평야도 비어있다. <삼산역>에서 출발하여 ‘삼산리’ 쪽으로 들어간다. 마을은 평준화되어 있다. 어느 지역을 가도 거의 비슷한 건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특별한 장소나 건물이 없는 한, 그 지역은 공동의 이미지로 남을 것이다. 마을 사이에서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개소리도 그런 진부한 인상에 한몫한다. 노인들만이 길을 지나고 가끔 차들이 먼지를 날리며 달린다. 시골길은 마을을 지나 논과 밭을 지날 때, 원래의 모습을 찾는다. 자연의 변화를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의 동료들이 논과 밭의 변화 속에서 발견된다. 시간에 따라 논과 밭의 색깔은 바뀌고 이제 ‘가을’을 알리는 색이 전체를 뒤덮었다. 가을 추수를 마치고 겨울 농사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인간의 존재성을 확인시켜 주는 모습이다. ‘움직이는 것’, 인간임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규정이다.
첫댓글 - ‘할 수 있을 때’ 하듯이, 즐길 수 있을 때 계절도 즐겨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