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 4년경으로 기억된다. 공군에 입대해 초급장교로 복무 중일 때였다. 62년 4월 대전에 있던 공군기술교육단 항공병학교에서 각종장교후보로서 4개월간 훈련을 받고 임관해 공군본부 정훈감실을 거쳐 공군기교단 정훈관실에서 복무할 때였다.
오후 5시면 기지를 돌아 나오는 퇴근버스로 즐거운 퇴근을 했다. 퇴근을 할 때면 같은 부대에서 근무를 하던 동창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때로는 그들과 대전역 앞에서 함께 내려 곧 잘 신미집’이란 막걸리 집을 찾아 마시고 마시며 이야기에 이야기를 하고 또 했다.
그 집을 즐겨 찾는 이유라면 그 집 막걸리 맛과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 푸짐하게 나오는 얼큰한 생선찌개를 즉석에서 끓여먹는 때문이었을 것이다. 홀 안 여러 둥근 좌대에는 퇴근한 총각 장교들이 많았다.
신미집에서 이웃한 곳에 총각장교들이 잘 찾아 가던 또 다른 음식점이 하나 있었다. 그 당시 대전 아카데미 극장 통에 있던 칼국수 집이었다. 극장 앞 골목을 끼고 있던 칼국수 집은 ‘대선칼국수’란 곳. 총각 장교들이 이 칼국수 집을 주로 찾을 때는 토요일 오후 마음 놓고 한 잔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 때.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칼국수 집을 찾아 갔을 때 집 앞에는 공군 jeep가 몇 대 서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오른 쪽 방안에는 그 당시 기술교육단 본부 참모들이 앉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올라간 거수경례. 경례를 받은 참모들이 돌리는 눈길이 멎은 좌중 중앙에는 부대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부대장 김 아무개 준장에게 또 다시 거수경례! 부대장은 시간이 허락하면 가끔 참모들과 함께 이 칼국수 집을 찾아 그 집 소문난 돼지고기 삶은 수육과 두부 두루치기에 소주를 곁들이고 칼국수를 즐겼다는 것이다.
대선칼국수와의 인연은 이때부터 이어졌다. 공군 제복의 다른 고교 동창들과도 인연은 이어졌다. 군복무 시절 맺어진 두 식당과의 인연은 제대 후 사회생활 하는 동안에도 이어졌다. 두 식당은 지금 그 자리에 없다. 신미집은 다시 볼 수 없어 아쉽지만 대선칼국수는 자릴 옮겨 같은 상호로 현재 성업 중에 있다.
대선칼국수는 현재 대전 둔산 신시가지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받고 있다. 공군 생활을 함께 하며 그곳을 즐겨 찾았던 동창이나 사회생활을 하며 그곳을 즐겨 찾았던 동료들과는 물론 가족들과 지금도 찾아 그 집 수육과 칼국수를 여전히 즐긴다. 그 집에 들어서면 창업한 아버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따님이 손님을 반갑게 맞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집에서 만나 수육과 칼국수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 집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수육과 칼국수의 아카데미 극장 앞 골목 시절 그 맛이 변하지 않았다며 모두 홍보대사가 된다. 이 집을 찾으면 인사는 없었어도 안면이 있던 우리 동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의 나이든 모습도 볼 수가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칼국수 집을 처음 찾은 지도 벌써 반세기가 다 되었다. (2007. 8.29.)
삶의 재미 가운데 먹는 즐거움이 차지하는 무게는 으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수 십년간을 변함없는 맛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이 칼국수 집 주인도 행복하겠지만 그러한 단골 음식점 한두군데를 갖고 있는 소비자 또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언제 한번 맛볼 기회가 있겠지?
첫댓글 반세기 동안 이어오는 고객관계, 대를 이어오는구먼, 다음 내가 대전에 갈 때는 이집에서 칼국수 맛좀 보고싶구먼. 젊은 총각시절 공군제복을 입은 동문 총각들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을까 ?
이 글을 읽으면서 나도 재직 당시 자주 들르던 음시점, 다방, 술집에서 동료들과 즐기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음식점 상호를 반세기가 넘도록 기억하다니 대단하구료.
삶의 재미 가운데 먹는 즐거움이 차지하는 무게는 으뜸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수 십년간을 변함없는 맛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이 칼국수 집 주인도 행복하겠지만 그러한 단골 음식점 한두군데를 갖고 있는 소비자 또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언제 한번 맛볼 기회가 있겠지?
그옛날의 젊은날들을 떠올리게 하는군 추억은 젊어간다고 하였던가 오래된 추억일수록 더아름답고 즐겁게 느껴지는것.반세기 전으로 거슬러올라가서 그시절을 헤메이고 있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