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핀 들판의 애기동백과 온실 속 천송이
둘 다 예쁘죠^^
동백은 지리산시인 이원규님이 밤에 직접 찍으신거고 천송이는 양재동 청향난원 사장님-신동욱선배님- 사진이예요.
★이원규시인 글
애기동백꽃 피고지고
별밤에도 애기동백(山茶花)은 피어난다.
잠시 집 뒷산에 올라 우러러보다 내려왔다.
다중노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겨울꽃에 예의는 갖춘 셈이다.
내일은 보길도(노화도)로 건너간다.
‘문화예술창작집단 울림’의 여성보컬인
이숙경씨가 사는 곳이다.
그곳에서 시노래 콘서트를 가진다.
성질 급한 동백꽃들이 피어 있을 것이다.
강제윤 시인이 세연정 옆에서
동천다려를 운영할 때는 자주 갔었다.
그 때 쓴 졸시가 바로 <동백꽃을 줍다>.
화요일엔 제주도로 건너가
강정마을에서 시노래 콘서트,
수요일엔 류외향 시인의 ‘마짜’에서 강연이 있다.
카메라도 퇴원을 했으니, 모처럼의 섬나들이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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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
동백꽃을 줍다
/이원규
이미 져버린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닌 줄 알았다
새야,
시든 꽃잎을 물고 우는 동박새야
네게도 몸서리쳐지는 추억이 있느냐
보길도 부용마을에 와서
한겨울에 지는 동백꽃을 줍다가
나를 버린 얼굴
내가 버린 얼굴들을 보았다
숙아 철아 자야 국아 희야
철 지난 노래를 부르다 보면
하나 둘
꽃 속에 호얏불이 켜지는데
대체 누가 울어
꽃은 지고 또 지는 것이냐
이 세상의 누군가를 만날 때
꽃은 피어 새들을 부르고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잊혀질 때
낙화의 겨울밤은 길고도 추웠다
잠시 지리산을 버리고
보길도의 동백꽃을 주으며,
예송리 바닷가의 젖은 갯돌로 구르며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지 않는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라는 것을
경아 혁아 화야 산아
시든 꽃잎을 물고 우는 동박새야
한번 헤어지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장인 줄 알았다
★신동욱 선배님글
'천송이' 란 이름의 온시디움 신품종이 나왔네요. 들꽃처럼 올망졸망한 작은꽃들이 군무를 추는듯.
정말 꽃이 천송이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