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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21
S#1. 창고 안
눈이 뒤집힌 듯한 미란, 주머니 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고, 위협적으로 내미는…
동시, 다가가던 세훈, 하얗게 질려 경악한 얼굴로 멈칫 서는…
미란 : (라이터를 든 채, 오싹하게 웃는데, 정신을 놓은 듯한 표정이고… 세훈을 바라보는 눈빛, 간절하지만 광기로 일렁이는)
다가오지 마!
세훈 : (경악해, 멈칫 서는)
미란 : (라이터를 든 채, 뚫어져라 보는) 이 방법뿐이 없잖아!
세훈 : (질릴 대로 질린 얼굴로, 낮은) 지금 뭐 하는 거야!! (발걸음을 살짝 떼는데)
미란 : (동시, 날카롭게 소리치는) 가까이 오지마!
세훈 : (멈칫 서는, 설득하는) 미란아!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자!
미란 : (멍한 눈으로) 나두 지쳤어! 이제 끝낼래…
세훈 : (사색인 얼굴로, 천천히 조심스레 다가가는데)
미란 : (라이터를 들이밀며 위협적인) 가까이 오면 던져 버릴 거야!
세훈 : (멈칫 서, 경악하는)
미란 : (동시, 뚫어져라 보는데 그 눈빛 오싹한) 어차피 더 이상, 길이 없잖아!…
(원망이 가득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며 발악하듯)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게, 뭐가 잘못된 거야? 뭐가 잘못된 거야?!
(넋이 나간 얼굴로 주절거리는) 당신한텐 내가 일부였지만, 나한텐 당신이 전부였어!…
세훈 : (긴장된 얼굴로 슬며시 발걸음을 떼는)
미란 : (날카롭게 뚫어져라 쏘아보고)
세훈 : (동시, 천천히 조심스럽게 다가오는데)
미란 : (싸늘한 눈으로 보며, 가소롭다는 듯 픽 웃고는) 우리 그냥 죽어요! 같이 죽어버리자!…
(결심한 얼굴로 라이터를 입구에 던져 버리는)
그와 동시 경악한 세훈, 미란을 밀치며 재빠르게 달려가는데…
한편 미란이 내던진 라이터는 바닥에 흥건히 젖은 휘발유 위로 떨어지고…
그 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불이 확~ 일어난다.
일어난 불을 보며, 사색의 얼굴인 세훈, 뒤로 주춤 물러서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불은 주위로 퍼지기 시작하고… 일각에 놓인 농기구들과 나무 박스 등에 옮겨 붙는다.
한편 미란, 막상 일어난 불길을 보자 공포에 질려 사색의 얼굴이 되는데…
불길은 더욱 거세지며 주위로 점점 더 번지기 시작한다.
이 광경에 당혹한 미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날카롭게 비명을 질러대고…
한편 경악한 세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농기구들을 덮어 놓은 낡은 담요를 집어 들어, 불을 끄려하지만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이때, 창고 문이 벌컥 열리고… 번지던 불길 위로 거센 물줄기가 확~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어느새 불길은 사그라들며 꺼져 버리고…
다가가면 관수 탱크에 연결 된 호수를 손에 든 공장장, 매서운 얼굴로 서 있다.
공장장 : (매섭게 쳐다보며 대노해 소리치는) 뭐 하는 짓이야! 이 사람들 큰일 날 사람들이구만! 당장 나가!!
세훈 : (그제야 안도의 쓴 한숨을 토해내는, 그러나 여전히 사색인 얼굴로 맥없이 서 있는데) !!
한편, 넋 나간 얼굴의 미란,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앉으며 울기 시작하고, 울음소리가 점점 높아지는데…
실성을 한 듯 울어대는 그 모습, 처절하다.
미쳐 버릴 것 같은 얼굴의 세훈, 그런 미란을 맥없이 바라보는데, 그 눈빛 복잡하다.
그칠 줄 모른 채 미친 듯이 울어대는 미란의 모습과 그저 맥없이 선 세훈의 모습에서…
S#2. 강가 (늦은 오후)
차갑게 굳은 얼굴의 세훈,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서 있고,
얼마의 간격을 두고 맥없는 모습의 미란, 쓰러질 듯 서 있다.
한편 저 일각엔 정차한 미란의 자동차와 그 앞에 선 최군의 모습도 보이는데…
미란 : (맥없는 눈으로 보는)
세훈 : (시선 피하지 않고, 복잡한 눈으로 보는) 아직도 모르겠니? 내가 왜 너한테서 돌아섰는지?
미란 : (긴장된 눈으로 보는데)
세훈 : (쓴 한숨 토해내며) 난 윤미란이란 여자, 감당이 안 돼! 너란 여자 감당을 못 하겠다…
(단호한) 내 목을 조이며, 날 질식하게 만든 너한테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미란 ;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내가 그 말을 믿을 거라구 생각해?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딨어!
당신 변한 거, 우리가 이렇게 된 거, 다 지은이 때문이잖아!…
세훈 : (오버랩, 쓴 한숨을 토해내며) 그래, 지은일 만나구 내 맘이 흔들렸던 건 인정해! 그래… 그건 부정 안 해!
어렵게 사는 지은일 보구 마음 아팠구, 서정민의 여자라는 사실에, 질투도 했으니까!…
하지만 니가 날 가만히 내버려뒀다면, 그냥 가만히 있어줬다면, 난 널 떠나지 못했을 거야!…
미란 : (눈물이 가득해, 간절한) 기다릴께… 기다릴께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죽은 듯 가만히 있을게…
세훈 : (미쳐버릴 심경인, 단호한) 윤미란, 니가 기다린다고 해두 난 돌아가지 않아!
(낮지만 에너지가 느껴지는) 우리한텐 이젠 단 일 퍼센트의 가능성두 존재하지 않아!…
미란 : (충격의 얼굴인)
세훈 : (뚫어져라 보며, 단호한) 받아들여! 끝났다, 우린!
미란 : (멍한 얼굴로) … 끝났다구!… 그래, 그렇겠지… 끝난 거겠지… 당신이 끝을 냈다면, 내가 뭘 어떡할 수 있겠어…
그래요, 나두 지쳤어… 끄떡두 안 하는 당신한테, 매달릴 기운, 더 이상 없는 거 같애… (잠시 멀건 눈으로 보는)
세훈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착잡한 눈으로 보는)
미란 : (시선 돌리며, 맥없이 돌아선다. 이어 휘적휘적 걷기 시작하는데)
세훈 : (안쓰러움, 해방감 등 복잡한 얼굴로 미동 없이 서 있는)
이때 재빠르게 다가온 최군, 미란을 부축한다.
얼마쯤 최군의 부축을 받으며, 맥없이 걸어가던 미란, 그만 스르르~ 쓰러지고 마는데…
이에 놀란 최군, 미란을 안아 들고…
한편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세훈의 얼굴에 착잡함과 함께 슬며시 연민이 흐른다.
그 순간 미란을 안아든 최군, 원망의 눈으로 세훈을 쳐다보더니, 정차해 있는 자동차로 성큼성큼 다가가는…
이에 세훈, 그저 쓴 한숨만 토해내며 서 있다.
S#3. 정민의 저택 저녁 전경
S#4. 정민의 저택
소파에 앉은 서문수, 경제지 넘기고 있고…
부스스한 얼굴의 계모, 몸이 아픈지 “아이고~ 끙끙~”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며, 소파에 다가와 쓰러지듯 주저 않는다.
엄살도 잔뜩 섞여 보이는…
서문수 : (힐끗 보며, 툭 던지듯) 밥 먹구 하는 게 뭐 있다구 아퍼!
계모 : (오버랩, 발끈해) 밥 먹구 하는 게, 없어서 아파요! 됐어요?
서문수 : (어이없어, 웃는데)
계모 : (궁시렁) 누군 아프고 싶어서 아픈가!… 감기 기운 때문에 그렇잖아두, 열이 끓어 죽겠는데, 간호는 못 해줄 망정 구박은!
(쑤시는지 어깨를 한 두어 번 두들기는데)
서문수 : (피식 웃다가, 툭 던지듯) 쑤시면, 지압사 불러!
계모 : (바싹 다가와 앉으며, 콧소리까지 내며) 여보, 그건 필요 없구,
나 돈이나 좀 줘요! 큰 걸루, (손가락 셋 펴 보이며) 딱 3장만!
서문수 : (기가 막혀 보다가 경제지로 시선 돌리며, 툭 던지듯) 아프긴 아픈가 보구만!… 헛소리까지 하는 걸, 보니!
계모 : (쌜쭉한 표정으로, 한숨만 들이쉬고 내쉬는)
서문수 : (순간 안쓰러운 그러나 퉁명스런) 어따 쓸 건데?
계모 : (오버랩, 잔뜩 심통이 나) 먹구 죽을려구 그럽니다!~
서문수 : (어이없는, 이 여자가 뭘 잘못 먹었나… 하는 눈으로 보는데)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서문수와 계모, 이 시간에 누군가 하는 얼굴로 현관을 쳐다 보는…
한편 인터폰 앞에 선 가정부, “누구세요?” 하다가 서문수를 보며, “윤회장님 오셨는데요?“
이에 서문수, 웬일인가 하는 얼굴로, 일어나는…
S#5. 정민의 서재
서문수와 미란부, 티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 있다.
티 테이블 앞에는 양주와 언더락 잔 놓여 있고… 터질 듯한 긴장, 흐르고 있다.
미란부 : (잔뜩 가시 돋혀) 정민이두 알구 있다구 하든데!?
서문수 : (날카로운 눈빛인, 손에 든 양주잔을 테이블에 쾅~ 내려놓으며, 차갑게 얼굴 굳는데)
미란부 : (툭 던지듯 말하지만, 자극하는) 자네가 알고 있었다면, 허락할 리야 없었겠지!!
서문수 : (매섭게 굳은 얼굴로 양주잔을 집어 들어 한 모금 천천히 마시는)
미란부 : (반응 없자, 발끈하는) 설마 장세훈 그놈이 데리구 살던 앨, 며느리루 받아들이진 않겠지?
(차갑고 단호한) 만에 하나 그런 일 생기면, 나, 자네 얼굴 안 보네!
서문수 : (신경질이 치솟는) 이 사람, 어림두 없는 얘길, 말루 해야 아나!!
미란부 : (앞에 놓인 양주잔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쓴 한숨 토해내며) 우리 미란이 지금 초죽음이야…
겨우 숨만 내쉬고 있지, 산송장이네! (울분이 가득해, 가슴을 치며) 여기가 도려지는 거 같어…
자네두 자식 둔 애비니까, 내 심정 알 거 아닌가!… (눈물 슬쩍 고여)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어…
서문수 : (건조한 눈으로 빤히 보는)
미란부 : (어금니 악물며, 매서운) 세상 천지 분간 못하는 장세훈 그 놈, 정신 좀 번쩍 들게 해줘야겠어!
(시선 맞추며) 당장 현찰 돌릴 테니까, 그 놈 미국 회사, 지분 모조리 다 인수하게! 하루가 급해!!
서문수 : (오버랩) 삼 십 년 우정인데, 그 정도는 내가 해줘야지!!
S#6. 지은의 집 거실 (동 시각)
어둡던 내부, 환해지고… 거실 한켠에 놓인 식탁 의자 위에, 올라선 정민, 형광등을 갈아 끼운 듯 하다.
한편, 지은 의자를 잡고 서 있고, 얼마쯤 떨어진 곳에 조현숙 흐뭇한 얼굴로 서 있는…
정민 : (헌 형광등을 들고, 내려서는)
조현숙 : (기분 좋은 얼굴로) 우리 사윈, 못하는 게 없네!
정민 : (쑥스러운 듯 웃는) 형광등 가는 건, 누구라두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조현숙 : (오버랩) 누구라두 할 수 있지만, 돈 벌어다 준다구 집안 일엔 나 몰라라~ 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쓴웃음 지으며) 지은이 아빠두 집에선, 꼼짝두 안 했어!!
정민 : (옅게 웃는, 이젠 지은부의 이야기가 나와도 무덤덤한 얼굴인데)
조현숙 : (지은을 보며 놀리듯) 우리 지은인 좋겠네~ 버릴 데가 하나두 없는 서군 같은 신랑, 생겨서!
지은 : (빙긋이 웃으며) 네, 좋아요!
정민 : (환하게 웃는)
지은 ; (정민을 향해 헌 형광등을 받아들려고, 손을 내미는) 이리 줘요!
정민 : (사랑이 가득한) 내가 할께!… 다용도실에 갖다 놓으면 되죠?
지은 : (환하게 웃으며, 정민의 손에서 헌 형광등을 빼앗는) 욕실 가서 손이나 씻어요!
(헌 형광등을 들고 다용도실을 향해 가는데)
조현숙 : (따듯한 눈으로 정민을 보며) 더두 말구, 지금 만큼만 우리 지은이 아끼면서, 살아 주게!
참, 자네 시계 말이야… 어디 걸루 하는 게, 좋겠어? 뭐가 갖구 싶은가?
정민 : (오버랩, 환하게 웃으며) 전 지은씨면 되요! 아무것두 필요 없어요!
조현숙 : 그래두 그건 아니지… 다른 건 못해줘두 시계만큼은…
이때 정민의 핸드폰 울리는…
정민 : 어머님, 잠시만요! (핸드폰 액정에 회장님이라고 떠 있고, 플립을 여는) 네!
서문수(소리) : (오버랩, 날카로운 목소리로 버럭 소리치는) 어디야! 당장 들어 와!! (전화 팍~ 끊어지는)
정민 : (당황하며, 얼굴 어둡게 굳어지고)
한편, 다가온 지은, 굳어 있는 정민의 얼굴을 보며, 왜 그러나 하는데…
S#7. 지은의 집 골목 (늦은 저녁)
지은과 정민, 골목 초입에 정차해 있는 정민의 자동차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정민 : (걸으며, 생각에 빠진 얼굴인데, 대노한 서문수의 목소리에 무슨 일일까, 의문이 가득한)
지은 : (걸으며, 슬며시 보는) 무슨 일, 있는 거죠?
정민 : (보는)
지은 : (시선 맞추며) 아버님, 전화 받구 정민씨 얼굴에 걱정이 한 가득 이잖아요!…
정민 : (옅게 웃으며) 그래 보였어!? (안심시키는) 회사일 때문에 급히 하실 얘기가 있나 봐…
지은 : (슬며시 작게 한숨을 내쉬는데, 못 믿겠다는 얼굴이고)
정민 : (멈칫 서는, 뚫어져라 보며) 믿어라, 그냥!!
지은 : (순간 움찔하는데)
정민 : (시선 맞추며) 내 여자라면, 이제 내가 하는 얘기, 좀 믿어주면 안 돼?
지은 : (옅게 웃는) 그래요, 그럴께요…
정민 :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보다가, 기습적으로 지은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하고는, 짓궂게 씩 웃는) 아까 보다 더 사랑해!~
지은 : (어이없어 웃는데)
정민 : (지은을 확~ 끌어 당겨 안고는) 나한테 3미터 이상은 못 떨어진다는 거 알지?
지은 : (가만히 안겨) 알아요… 우린 숨바꼭질 했는데, 결국 당신이 이겼잖아! (떨어지며) 어서 가요, 아버님 기다리시겠어요!
(옅게 웃으며) 늦게 왔다구, 야단 맞으면 어떡해요?
정민 : (기분 좋은 얼굴로) 난 그 어떤 것두 두려울 게 없다! 당신만 잃지 않는다면!…
S#8. 정민의 저택 서재
대노한 얼굴의 서문수, 책상 앞에 앉아 있고 냉랭한 얼굴의 정민, 서 있다.
서문수 : (벌떡 일어나며, 기가 막힌) 이거 이거 쓸개 빠진 놈 아냐! 장세훈이가 끼구 살던 기집앨, 어디다 들이겠다는 거야!
정민 : (모멸감에 주먹을 움켜쥐는)
서문수 : (자극하는) 넌 밸두 없냐! 넌 찝찝한 기분두 안 드는 거냐?
정민 : (어금니를 악물며) 지나간 일 따윈, 개의치 않습니다! (엇나가듯) 저 또한 하늘 보구 떳떳한 놈은 아니지 않습니까!
서문수 : (혀차며) 못난 놈!! 누굴 닮아서 저 모양인지… (쓴 한숨 토해내며, 설득하는) 정민아, 여자 그거 아무것두 아닌 거다!
정민 : (오버랩, 도전적인) 지금 그 말씀, 무슨 뜻입니까? (단호한) 전 그 여자 말군 안됩니다!
저와 하신 거래, 잊으셨습니까, 회장님?
서문수 : (오버랩, 벌컥 화가 치밀어 책상 쾅~ 치며) 어디서 애비한테 협박이야!! 내가 니 놈 무서워, 이지은이 허락 한 줄 알아?
내 허물 덮어줬다구, 질질 끌려 다닌 줄 알아?
정민 : (도전적인 눈으로 보는데)
서문수 : (울화통이 치미는) 꼴 보기 싫어두 자식 놈 이라군 너 하나라, 차마 끊어버릴 수가 없어서,
나중에 니 애미 만나면, 원망 듣기 싫어서, 그래서 내 못 이기는 척 해줬다, 이눔아!… 뎀빌려면, 뭘 제대로 알구 덤벼!
정민 : (씁쓸히 웃는데) …
서문수 : (눈빛 날카로운) 혹시 그것들 말이야, 작정이라두 하구…
정민 : (오버랩, 단호한) 염려 마십쇼! 우연일 뿐입니다. (씁쓸히 툭 던지듯) 물론 이렇게 엮이게 된 거,
흔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 (시선 맞추며) 제가 알아 볼 만큼은 알아봤습니다!
서문수 : (내심 안도하는데)
정민 : (냉랭한 얼굴로 툭 던지듯) 회장님, 모든 거짓말은 믿음을 전제로 성립 된다는 거 아시죠?
서문수 : (빤히 보는)
정민 : (건조한) 지은씬, 절 믿으니까, 걱정 안하셔두 됩니다! (시선 맞추며)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회장님께선 근엄하게 앉아만 계십쇼!
서문수 : (못마땅한 눈으로 보다가 의자를 휙~ 돌리는데)
정민 : (동시, 날카로운 눈으로) 참, 장세훈 말입니다…
S#9. 공장장의 집 마당 (동 시각)
평상 위엔 작은 교잣상이 놓여 있고, 그 위엔 소박한 안주와 막걸리가 놓여 있는데…
교잣상을 사이에 두고 세훈과 공장장 마주 앉아 있다.
세훈 : (막걸리 든 사발을 단숨에 들이키고 있는)
공장장 : (빤히 보다가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고는, 기억을 더듬는 듯) 언젠가 예전에 이상범 사장이,
자네 얘길 비친 적이 있던 거 같애! (옅게 웃으며) 큰딸이 가난한 고학생한테 빠져서, 정신이 반쯤 나가 있다구…
세훈 : (긴장된 눈으로 보는)
공장장 : (헛헛한 미소 흘리며) 딸 가진 애비는 말일세, 그 어떤 놈두 자기 딸 짝으론,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이야!
아무리 그 놈이 잘나구 내 딸한테 잘한다 쳐두, 꼭 못난이한테 걸린 기분이 들거든!
금지옥엽 키워 놨는데, 엄한 놈이 채가는 거 같아서 비위가 상하기두 하구.
세훈 : (씁쓸히 웃는데)
공장장 : (툭 던지듯) 게다가 그 사람은 자넬 보면, 무척 싫었을 게야… 어려웠던 자신의 과걸 돌아보는 거 같았을 테지…
싫은 기억 떠올리구 싶은 사람, 어디 있겠나!
세훈 :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공감의 얼굴인)
공장장 : 잘못을 저지른 사람한테두 사연은 있는 법이야! 오늘 왔던 그 아가씨, 피할 수 없다면 포용해 주게!
세훈 : (얼굴 굳는) 감당이 안됩니다, 도저히!
공장장 :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뼈 있는) 감당이 안 되는 게 아니라, 감당 하기 싫은 거 아닌가!
자네, 그 아가씨, 다리 불편할 때 마음이 움직여서 옆에 있었나, 아니면 생각이 움직여서 옆에 있었나!
세훈 : (얼굴 어두워지는)
공장장 : (빤히 보다가 옅게 웃으며) 이상범 사장, 큰딸을 못 잊고 잊는 게로구만!!
세훈 : (시선 피하며) 아닙니다, 다 잊었습니다!
공장장 : (툭 던지듯) 잊어버렸다는 얘긴, 잊을 수 없다는 말이네!… 정말로 잊었다면 말이 없을 테지…
미안허이! 감 놔라~ 대추 놔라~ 참견해서! 하지만 말이야, 만약 자네 인생을 바꾸고 싶으면, 생각을 바꿔보게!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마음을 바꾸고… 내가 바뀌면, 내 인생이 바뀌는 거야!… 이런 말 아나!?
물건두 제자리, 사람두 제자리!… 그 아가씰 제자리에 놔주면, 자네두 자네 자릴 찾을 걸세! (일어나며)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생각해 봐!
S#10. 몽타주
지은의 방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지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그 모습 위로…
정민(소리) : - 믿어라, 그냥!!
- 내 여자라면, 이제 내가 하는 얘기, 좀 믿어주면 안 돼?
맥없이 웃더니, 가방을 열어 서류철을 꺼낸다.
신문, 잡지 등 브랜드 경향에 대한 기사와 유명 패션 화보들이 책상 위에 놓여지고…
가위로 오려서 스크랩북에 끼워 넣는 등 일에 열중하는데…
정민의 방
캔맥주를 손에 든 정민, 차갑게 굳은 얼굴로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다. 그 모습 위에…
서문수(소리) : - 이거 이거 쓸개 빠진 놈 아냐! 장세훈이가 끼구 살던 기집앨, 어디다 들이겠다는 거야!
- 넌 밸두 없냐! 넌 찝찝한 기분두 안 드는 거냐?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들고 있던 손에 든 맥주캔을 냅다 벽을 향해 던져 버리는…
공장장의 집 내 세훈의 방
벽에 길게 기대앉은 세훈, 복잡한 얼굴인, 그 모습에서.
세훈(소리) : 감당이 안됩니다, 도저히!
공장장(소리) : 감당이 안 되는 게 아니라, 감당 하기 싫은 거 아닌가!
자네, 그 아가씨, 다리 불편할 때 마음이 움직여서 옆에 있었나, 아니면 생각이 움직여서 옆에 있었나!
생각에 잠긴 얼굴로 천천히 방안을 서성이고 있는데…
P CUT
미란의 빌라 (10부 37)
미란 : 난 알아! 당신이 아니라고 말해도, 난 알아! 날 버리자니 비겁해지는 것 같아 그게 싫은 거잖아!
서린 그룹 옥상 (12부 30)
정민 : (거칠게 숨을 몰아 쉬며 노려보는) 이봐, 장세훈! 비겁하게 뒤에서 알짱대지 말란 말이야!
이지은일 찾고 싶으면 찾고 싶다고 말해!
병원 정원 (19부 4)
지은 : 현재에 살아요… 과거보단 현재가 중요하잖아…
세훈의 빌라 (19부 7)
호진 :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냐? 세훈아, 부도난 신영을 서린이 인수한 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얘기야!
1,2위를 다투던 경쟁사였는데, 흡수한 건 당연지사잖아! 넌 지금 감정에 치우쳐서, 확대해석, 하고 있어!
지은이에 대한 연민 때문에!
강가 (20부 46)
공장장 : 자넨, 무슨 미련이 그렇게 많은가?
세훈, 스르르 앉는… 그 모습에서…
공장장(소리) :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사람, 자신 뿐이야!…
더욱 복잡한 얼굴의 세훈, 담배를 비벼 끄고는 벌떡 일어난다.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생각들에 쓴 한숨만 토해내는데…
S#11. 미란의 빌라 이른 아침 전경 (다음 날)
S#12. 미란의 빌라 침실
침대에 누운 창백한 얼굴의 미란, 부스스 눈을 뜬다.
시야에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미란부가 들어오는…
미란부 : (걱정이 가득한) 좀 괜찮냐…
미란 : (다시 두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리는)
미란부 : (달래는) 자, 일어나서 죽이라두 한 술 뜨자!
미란 : (반응 없는)
미란부 : (애가 타는) 미란아…
미란 : (나가라는 듯 맥없이 손짓하는)
미란부 : (울화통이 치미는) 니가 뭐가 아쉬워 그 놈 때문에, 산송장처럼 이러구 누워만 있는 거냐!? 제발 정신 좀 차려~
미란 : (그저 반응 없이 돌아눕는)
미란부 : (더욱 화가 치솟지만, 애써 누르며) 미란아, 애비가 그 놈 가만 안둔다!
멱살을 잡아 끌구 와서라두, 니 앞에 무릎 꿇리마!
미란 : (등돌리고 누운 채, 맥없이 읊조리듯) 필요 없어요…다 필요 없어…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어…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미란부 : (돌아버릴 심경인데)
S#13. 서린 그룹 로비
이른 아침 로비 풍경… 아직 한산한 분위기고…
밤새 잠을 못 이뤘는지 야위고 까칠한 얼굴에, 표정 또한 어두운 세훈, 로비로 들어서고 있다.
이때 수위, 인사하자 애써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간다.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에 다가와 멈춰 서는데… 한편,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르 닫히고 있는 중이다.
그러자 열림 버튼을 누르는… 이내 스르르 문이 열린다.
순간 세훈의 시야에 엘리베이터 안에 선 지은의 모습이 들어오자 주춤하는데…
CUT - 엘리베이터 안
지은, 불편한 얼굴인… 한편 세훈, 엘리베이터를 한 손으로 잡고 있는데…
세훈 : (낮은) 타두 되겠니?
지은 : (낮은) 그럼요…
세훈,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스르르 문이 닫힌다.
간격을 두고 선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함과 긴장이 흐른다.
서로를 애써 외면한 채, 고개를 돌리고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안쓰럽다.
잠시 후, 땡~ 하는 효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지은, 덤덤한 얼굴로 내려선다.
세훈 또한 건조한 얼굴인…
S#14. 엘리베이터 앞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선 지은, 한 두어 발자국 걸음을 떼는데… 이때 스르르~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무심결에 세훈인가 싶어 돌아보는데…
시야에 다른 쪽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는 정민의 모습이 들어온다.
지은 : (보는데)
정민 : (반가운) 어? 난 줄 알고 돌아 본 거예요?
지은 : (쓴웃음 짓는)
정민 : (환한 얼굴로 웃으며, 성큼 성큼 다가오는) 일찍 출근했네요!
지은 : (그 모습을 보며, 안쓰러워 울컥 하는)
S#15. 회의실
불 꺼진 회의실에 프리젠테이션 화면만이 밝게 비추고 있다. “서린 그룹 Cashflow 현황 및 예측”이란 자료화면이 떠있고…
정민, 차갑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한편 경청하고 있는 서문수, 세훈, 박전무 그리고 서너 명의 임원들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불이 켜진다.
정민 : (논리정연한) 회사의 자금 동향과 향후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한 자금여력은 있다고 보여집니다.
필요할 경우,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도 가능합니다.
세훈 : (투자여건이 되는데도 기술개발비를 거절했었군 하는, 씁쓸한 표정이 흐르는데)
정민 : (세훈에게 시선이 향하는, 냉랭한) 그래서, 지난 번 장사장님이 제안하셨던,
목걸이형 MP3 플레이어의 기술개발비를 집행할까 합니다.
세훈 : (갑작스런 결정에 웬일인가 하는 눈으로 보는)
박전무 : (놀라서 무심결에) 하지만 지난 번 회의에서…
정민 : (오버랩) 네. 제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었죠. 물론 지금도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검토 결과,
현재, 그룹 전체에서 진행되는, 신규사업 중, 가장 전망이 괜찮고, 높은 투자 수익율이 예상됩니다.
(세훈을 도전적인 눈으로 보며) 물론 장사장님을 믿어 보기루한 부분이 크지만!
세훈 : (냉소적인) 이제라도 지원해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죠!
서문수 못마땅한 얼굴이고, 박전무, 정민이 상의 한마디 없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에 배신감 마저 느끼는 듯한 표정이다.
임원진들도 의아해 하는 분위긴데…
서문수 : (벌떡 일어나, 정민 향해) 서부사장! 내 방으로 좀 와!
S#16. 세훈의 방 앞 복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복도를 걷고 있는 세훈, 얼굴에 복잡함이 가득하다.
정민의 갑작스런 태도변화가 의아한지 골똘히 생각 중인데…
얼마쯤 걸은 후, 발걸음을 우뚝 멈춰 서는… 시선을 따라 다가가면 격노한 얼굴의 미란부,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다.
어느새 다가온 미란부, 다짜고짜 세훈의 따귀를 냅다 올려붙이는데…
이에 황당한 세훈, 매섭게 미란부를 쳐다본다.
한편 복도를 지나던 직원들, 경악해 쳐다보고… 그 속에 당혹한 지은의 모습도 보이는데…
세훈 : (어이없는, 매섭게 쏘아보며)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미란부 : (동시, 세훈의 멱살을 움켜쥐며) 더 한 짓도 할 수 있어!!
세훈 : (멱살 확~ 뿌리치는데)
미란부 : (잔뜩 독이 올라, 원망과 분노가 가득해) 내가 니 놈을 가만히 둘성 싶냐!
우리 딸 인생, 망가트렸으면, 너두 망가져 줘야겠어!!
세훈 : (날카롭게 쳐다보는)
미란부 : (노려보며) 뜻대로 살수 없는 게, 세상이란 거 내가 좀 가르쳐 주지!! (휙~ 돌아서 성큼 성큼 가는)
세훈 : (기가 막혀 쳐다보다가, 방을 향해 들어가는데 그 발걸음에 터질 듯한 분노가 배어 나오고)
그와 동시, 코너를 돌아선 지은, 놀란 얼굴로 얼어 붙은 듯 서 있다.
안타깝고 걱정스런 눈으로 사라지는 세훈의 뒷모습을 보는데…
이때 저 일각에서 여직원들, 목소리를 낮춰 쑥덕거리며 다가온다.
직원여1 : (걸으며) 설마 설마 했는데, 소문이 사실이었나 봐!
직원여2 : (걸으며) 결혼까지 약속했는데, 장사장님이 이용만 하구, 그 여잘 차버렸대잖아!
직원여3 : (걸으며) 그 여자 아버지가 오죽하면 회사까지 찾아와 저랬겠어…
직원여1 : (걸으며) 정말 실망이다. 장사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여직원들 지은의 앞을 스쳐 지나가고…
한편 지은, 세훈에 대한 걱정과 연민에 얼굴 어두워지는데…
S#17. 세훈의 방
부서져라, 방문이 거칠게 열리고… 분노가 치솟은 세훈, 책상 앞으로 다가와 선다.
넥타이를 조금 푸는데… 그래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을 수 없는지 책상 위를 확~ 쓸어버린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 있는 세훈의 모습에 울분이 가득한데…
S#18. 회장실
서문수, 소파 상석에 앉아있고, 그 앞에 정민, 앉아 있다.
서문수 : (못마땅한 눈으로 보는)
정민 : (무덤덤한 얼굴로) 저 서정민, 회장님의 아들인데, 손해볼 짓이야 했겠습니까? 손익계산, 따져서 내린 결정입니다.
서문수 : (빤히 보는)
정민 : (씁쓸히 웃으며) 장세훈은 분명히 신기술 개발, 성공할 겁니다. 그때 가서 밀어내두 그만 아닙니까?
서린은 기술력으로 브랜드를 높이구, 회장님께선, 그 좋아하시는 돈만 세시면 되는 거구요!…
물론 전, 보고 싶지 않은 얼굴, 더 이상 마주 할 일 없을 테니 좋은 거구!
서문수 : (제법이군 하는 눈으로 보다가) 알았다. 믿어보마!
정민 :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일어서는)
서문수 : (동시, 지은과 헤어질 수 없겠냐고, 조심스레 물어보려는 분위긴데) 정민아, 저기 말이다…
정민 : (직감을 했는지, 차갑게 보는)
서문수 ; (한숨을 슬쩍 토해내며) 아니다! 관두자~
정민 : (도전적인 눈으로 보는, 그러다 시위라도 하듯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까지 하고 나간다)
서문수 : (속내를 알기에 기가 찬) !
S#19. 회장실 앞 복도
회장실, 문을 닫고 나오는 정민, 그제서야 맥이 풀린 얼굴이다. 센 척을 했지만 아버지란 존재가 힘에 부치는 듯 한데…
터벅터벅 걷기 시작하고… 얼마쯤 걷다가 멈칫 서는…
S#20. 세훈의 방
창을 향해 등지고 선, 세훈 그 뒷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돌아보는데… 정민, 들어선다.
들어서던 정민, 잔뜩 굳은 세훈의 표정을 보며, 왜 그러나 하는 얼굴이고…
정민 : (툭 내뱉는) 차 한 잔 하러 왔습니다!
시간경과
세훈과 정민, 마주 앉아 있다. 정민, 찻잔을 드는…
세훈 : (냉랭한) 무슨 용건입니까? 우리가 다정히, 차 마실 사인 아닌 거 같은데!
정민 : (찻잔 든 채 묘한 눈으로 보다가,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며 무덤 덤하게) 회장님이 아셨습니다!
장사장님과 지은씨와의 옛 관계!
세훈 : (놀라 보는)
정민 : (뚫어져라 보며) 어떻게 할까요, 우리?
세훈 : (냉랭한 눈으로 보다가, 쓴웃음 흘리며) 그래서 기술개발비, 결재한 겁니까! 서린을 나가달라는 조건으루?
정민 : (당당하기까지 한데) 물론이죠! 그렇지 않다면, 내가 싸인을 할 이유가 없었겠죠!
세훈 : (오버랩, 기가 막혀 날카로운) 서부사장!!
정민 : (차갑지만, 진심도 느껴지는) 흥분하지 마시구, 내 얘기 좀 들어 보시죠! (도전적인 눈으로) 만약 장사장님이 나였다면,
내 입장이었다면, 일은 일이니까,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었겠습니까? 출근해선 장사장님하구, 눈 맞춰가며
사이 좋게 지내구, 퇴근하면, 내 여자의 옛 남자라는 사실에 비위 상해, 으르렁 거리구… 그게 가능하겠냔 말입니다!
세훈 : (쓴 한숨을 내쉬는, 어느 정돈 공감한다는 얼굴이기도 한데)
정민 ; (은근히 비아냥) 난 장사장님처럼, 잘난 놈이 못 돼서 안 되더군요! (씁쓸히 웃으며) 나두 멋진 척 좀, 해 볼려구
그랬는데, 그릇이 종지라서 안 되는 거, 어쩝니까!? (시선 맞추며) 나만 나쁜 놈이라구 너무 몰아 세우지 마십쇼!
세훈 : (어이가 없기도 하고, 복잡한 얼굴인데, 툭 던지듯) 솔직하게 나오니, 할 말이 없군요!
정민 : (일어서며) 강요한다구 될 문젠 아니라는 거, 압니다! 하지만 모두를 위해서, 장사장님이 서린을 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 아닐까요? (도전적인 눈으로) 물론 생각할 시간을 드리죠!!
세훈 : (돌아버릴 심경인데)
이때 세훈의 핸드폰이 울리고…
한편 문을 향해 걸어가던 정민, 순간 주춤 선다.
세훈 : 네! 장세훈입니다. (정민을 의식해 불편한 얼굴이 되는데) 네… 괜찮습니다… 네… 그러죠!
정민 : (묘한 웃음을 흐리더니 문을 열고 나가는)
S#21. 지은의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지은, 바이어에게 보낼 이메일을 만들고 있는데… 그러다 타이핑하던 손을 멈추는…
P CUT - 세훈의 방 앞 복도 (※ 16)
걸어오던 지은의 시야에 미란부에게 따귀를 맞는 세훈의 모습이 들어오는데… 경악해 쳐다보는…
세훈 : (어이없지만, 매섭게 쏘아보며)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미란부 : (동시, 세훈의 멱살을 움켜쥐며) 더 한 짓도 할 수 있어!!
세훈 : (멱살 확~ 뿌리치는데)
미란부 : (원망과 분노가 가득해) 내가 니놈을 가만히 둘 것 같애! 우리 딸 인생, 망가트렸으면, 니 놈도 망가져 줘야겠어!
옅은 한숨을 내쉬는… 따귀를 맞던 세훈의 모습을 떠오르자 연민이 스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선다.
잠시 후, 여차장(※30대 후반, 쾌활한 커리어우먼 스타일) 들어서는…
차장 : (농담하는) 업무시간에 애인 생각하다 걸리면, 직무태만이야!
지은 : (동시, 멋쩍어 힘없이 웃는) 차장님!
시간경과
지은과 차장,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다.
모니터에는 지은이 작성한 영문 회사소개서와 브랜드 소개서가 떠있고, 차장은 검토 중이다.
차장 : (흡족한) 손 볼 데가 하나도 없네. 하루하루 실력이 느는데!! 이 정도 일은, 앞으로 지은씨 선에서 알아서 처리해!
지은 : (빙긋 웃는) 네, 차장님!
차장 : (픽 웃으며) 지은씨 입사하고, 말 많았던 거 알지? 반반한 얼굴로, 재벌 아들 꼬신 여우라구!! 여자의 적은 여자니까,
물론 질투 섞인 비방인 줄이야 알았지만, 그래두 이지은씨가 이렇게 열심히 일할 줄은 정말, 몰랐어!
지은 : (씁쓰레 웃는데)
차장 : (따뜻하게 보며) 내가 남자라두 반할만 해! (툭 던지듯 부르는) 이지은씨!
지은 : (보는데)
차장 : (시선 맞추며) 사실 좀 아깝단 생각이 들어! 지은씨 일하는 거 보면, 승부욕두 있구 근성도 있는 거 같구…
브랜드 매니저 자질도 상당한데, 부사장님이 채가서!!
지은 : (기분 좋아 활짝 웃으며) 저 일 계속 할 거에요! 차장님처럼 능력있는 차장도 될 거구요,
경품 금붕어 받으려구 줄 서 있던 차장님처럼 자상한 엄마도 될 거구요, 해외 출장가면서두 남편 앞에서
당당한 멋진 아내도 될 거구요!… 제가 차장님을 벤치 마킹 상대로 삼은 거 모르셨죠?
차장 : (기분 좋아 웃는) 영광인데! 근데 어느 날 갑자기, 마케팅 이사, 입네 하구 나타나서, 눈 내리깔고
이봐요! 박차장! 이러면, 그 하극상을 어떻게 보나!?~
지은 : (피식 웃으며, 오버랩) 그래서 그런 일 없도록, 다른 회사 알아보려구요! 아무래두 서린은 좀 그렇잖아요…
차장 : (진지한) 정말 계속 일할 생각이 있다면, 내가 다른 회사 알아봐 줄수도 있어… (시계 보더니) 점심 같이 할까?
지은 : (기분 좋은 얼굴로) 네…
이때 문이 열리고 정민, 들어선다.
시야에 지은과 나란히 선 차장이 들어오자 차장을 향해 가볍게 목례하며 웃는데…
정민 : (지은을 향해) 점심 먹으러 갑시다!
지은 : (불편하고 내심 싫은데) 차장님하구 가기루…
차장 : (오버랩, 지은 향해) 무슨 소리야. 애인하구 가야지! (별 뜻없이 툭 내뱉는) 애인두 보통 애인인가!
(서둘러 나가주는 분위기고) 나 밥값 굳었네!! (먼저 나가는)
지은 : (순간 얼굴 굳는)
정민 : (쌩뚱 맞은 얼굴로 보는데)
S#22. 서린 그룹 복도
정민과 지은, 걷고 있다.
지은 : (차분하지만, 약간 짜증이 섞인 듯) 회사에서는 서정민의 약혼녀 이지은이 아니라, 브랜드 매니저 이지은이고 싶어요!
정민 : (서운한, 투정부리듯) 어디에서건 항상 나만 바라보라구 하면, 내가 너무 한 건가!?
지은 : (오버랩, 야멸찬) 너무한 거죠!
정민 : (당혹스러운데, 애써 참으며) 점심 먹구 공장 들어가요?
지은 : (관두자 싶어 참으며, 옅게 웃으며) 네. 부사장님!!
정민 : (픽 웃는데)
한편 일각에서 걸어오던 서문수, 다정하게 걷고 있는 지은과 정민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우뚝 멈춰서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본다.
한 발짝 뒤쳐져 걷던 수행비서, 왜 그러나 하는 눈으로 서문수의 눈치를 살피고…
서문수, 뭔가를 결심하는 듯한 얼굴인…
S#23. H 호텔 낮 전경
S#24. H 호텔 로비 라운지
세훈과 지점장, (60대 초반, 금테 안경에 깐깐한 인상) 마주 앉아있고… 분위기 날카롭다.
세훈 :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눈빛은 공격적인) 당시 신영섬유의 재정상태를 살펴보니, 부도가 날 상황은 아니었더군요…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자금 회전력두 별 문제, 없었습니다. 유동성이 확보된 상태라 자금을 돌리면,
얼마든지 어음을 막을 능력이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왜 부도 처릴 하셨습니까?
지점장 : (어이없다는 듯) 매출이 증가하고 있었지만, 이자부담이 상당했네!
은행에서 판단하기엔 신영은, 회생능력이 전무했어!
세훈 : (오버랩, 공격적인) 자금 압박은 있었지만, 은행에서 도와줬다면, 부도는 막을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게다가 그 당시 이상범 사장은 신용을 유지했던 걸루 압니다!
지점장 : (언성을 높이며) 이봐,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조만간 부도 날 수밖에 없는 회사, 더 끌어 줘봤자, 무슨 승산 있어!
빨리 새 주인에게 넘겨줘야 사원들 밥줄은 안 끊어질 거 아냐!!
세훈 : (헛걸음했다는 생각에 씁쓰레 웃으며, 의미심장한) 설득력 있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군요!
지점장 ; (기분 나쁜 얼굴인) 젊은 친구가 보자보자 하니, 경우가 없구만!
이상범 사장이랑 아는 사이라구 해서, 이사장과 옛정을 생각해 나와줬더니, 얼토당토 않은 얘기나 하구 앉아 있구!…
세훈 : (쓴웃음 지으며) 언짢으셨다면, 사과 드리죠! (뼈있는) 관점이 다르니, 더 이상 마주 앉아 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어나며) 그럼 먼저 일어서겠습니다. (나가는)
지점장 : (세훈의 뒷모습을 매섭게 쳐다보다가, 핸드폰을 드는데)
S#25. 정민의 방
책상 앞에 앉은 정민, 통화 중인데…
지점장(전화) : 그 친구, 그 당시 신영의 재정상태를 소상하게 꾀고 있더라구… 진담 뺐어 아주!
정민 : (긴장된 얼굴로) 지점장님! 또 뭘 알아 보던 가요?
지점장(전화) : 그게 다였어! (빈정대는) 관점이 틀려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나!… 서부사장, 신경 안 써두 돼!
누가 들어두 은행 입장에선, 부도 처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다 만들어 놨던 거니까! 회장님은 잘 계시지?
정민 : (공손한) 네… 저희 회장님께는 아무 말씀 말아 주십쇼… 네…
S#26. 서린 그룹 내 휴게실
테이블 위에는 영어교재가 펼쳐져 있고… 그 앞에 앉은 영은, MP3 플레이어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복자와 여진, 그리고 호진, 다가와 앉는데… 여진, 영은의 귀에서 이어폰을 뺀다.
여진 : (짓궂은) 니가 공불 다하구, 참으로 어색한 광경일세!
영은 : (샐쭉한, 셋을 훑어보며) 셋이 붙어 다니는 것두, 참 지겨운 광경이지!
호진 : (책과 MP3 플레이어를 힐끔 보며) 갑자기 웬 영어공부야?
여진 : (나대는) 영어하면, 또 나 아니냐! 내가 한 영어 하잖아! 물어 봐!!
영은 : (픽 웃으며) 좋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구 있네~ 가 뭐야?
여진 : (아~ 하며 뜸들이다가) 고스트 씨나락 오픈 짭짭 사운드!
호진 : (오버랩, 어이없어 픽 웃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네!
여진 : (도전적인) 그럼 입 다무시든가!
복자 : (영은 보며) 얘가 정말 유학을 가긴 갈 건가보네!
호진 : (뜬금 없는 소리에 의외라는 듯) 유학? 영은이 너 유학 가니?
영은 : (고혹적으로 보며) 내가 떠난다니까 서운해요?
변호사 아저씨, 나랑 딱 석달만 사귈래요? 나하구 토킹 어바웃도 좀 하구!
호진 : (어이없어 귀엽다는 듯 보며 픽 웃는데)
여진 : (오버랩) 그래! 딱이네! 딱! 둘이 사겨! 한바퀴 돌아서, 띠두 같잖아!
또 정들면, 김변호사님두 미국 가시구, 영어두 잘하는데! 결혼도 일종의 투잔데, 서로 윈윈 해 봐!
복자 : (여진의 뒤통수를 딱 치며) 어이 여씨! 넌 하루라도 욕을 안 먹으면, 어디가 간지러워 못 살겠냐?
여진 : (열 받아) 아이씨, 왜요?
호진 : (어이없어 픽 웃으며 복자를 보는)
복자 : (발끈해) 난, 조건 따져서, 신성한 결혼의 의미에 먹칠하는 인간들을 보면 복장이 터져 오르거덩!
호진 : (깊은 눈으로 보며) 우리 복자는 정말 생각까지도 예쁘게 하네! 볼수록 이쁘다!
복자 : (은근히 뿌듯한) 이제 알았어!!
여진 : (황당해 말까지 더듬으며) 남… 남피디님!
영은 : (오버랩, 발끈해) 복자 언니, 변호사 아저씨랑 사귀기로 한 거에요?
복자 : 아니, 그건 아니구… 내가 칭찬에 약하잖아! 더구나 이쁘단 말엔 더 약하구!
(공주병 환자처럼 콧소리 섞어) 영은아! 거울 좀 줘 봐라!
영은 : (어이없다는 듯 보며, 가방에서 거울 꺼내 건네는)
복자 : (거울을 보는데 눈가 주름이 도드라져 보이는지 눈 밑을 한번 만져 보는) 얘! 도로 넣어라!
모두 벙찐 얼굴로 복자를 보는데…
S#27. 공장 오후 전경
S#28. 공장 내 물류창고
헹거가 놓여있고… 목록표를 든 지은, 해당 옷들을 골라 헹거에 걸고 있다.
어느새 일거리를 마치고, 물류 창고를 나서는…
S#29. IT 공장 내 주차장
세훈의 자동차 정차 해 있고… 다가가면 차장 너머로 혼란스런 세훈의 얼굴이 보인다. 그 모습 위에…
지점장(소리) : 매출이 증가하고 있었지만, 이자부담이 상당했네! 은행에서 판단하기엔 신영은, 회생 능력이 전무했어!
조만간 부도 날 수밖에 없는 회사, 더 끌어 줘봤자, 무슨 승산 있어!
빨리 새 주인에게 넘겨줘야 사원들 밥줄은 안 끊어질 거 아냐!!
S#30. 세훈의 차안
운전석에 기대앉은 세훈, 두 눈을 감은 채 혼란스런 얼굴인데…
세훈 : (복잡한 얼굴로 툭 던지듯 - 내레이션) 사실과 사실인 듯 하다!… 사실과 사실인 듯!! 뭐가 다른 걸까!?…
뭘 어뗙해야 하는 걸까!… (부스스 눈을 뜨는데, 이때 프론트 글라스 너머 물류 창고에서 나오고 있는
지은의 모습을 발견한다. 눈빛 흔들리고… 그 모습 위에.
정민(소리) : 모두를 위해서, 장사장님이 서린을 나가는 게, 최선의 방법 아닐까요?
착잡한지 쓴웃음이 흐르더니,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린다.
S#31. 공장 내 주차장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린 세훈, 지은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하는데…
한편 공장 입구를 향해 걸어가던 지은, 시야에 세훈의 모습이 들어오자 우뚝 서는.
S#32. 공장 일각 (오후)
세훈과 지은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 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는데…
세훈 : (무겁게 입을 여는) 우연일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 걸까!? (건조하게, 툭 내 뱉는) 우리… 우리, 말이야!…
지은 : (뜬금 없는 이야기에 가만히 보는데) !
세훈 : (낮게 읊조리듯) 대체 우린 왜, 다시 만난 걸까!? 왜, 우릴 다시 만나게 한 걸까?…
지은 : (쓴웃음 지으며) 내가 알려 줄까요? 왜 우릴, 다시 만나게 했는지?
세훈 : (가만히 보는)
지은 : (시선 맞추며) 아쉬움이라는 것두 인생의 한 부분이라구 생각해!… 다시는 그 옛날로 돌아갈 순 없지만, 추억인 거잖아!
(씁쓸히 웃으며) 근데, 우린 서로한테 상처를 너무 많이줘서, 아마도 이번 기회에 다쓸어 내라구, 다시 만나게 한걸거야.
(덤덤한) 좋았던 추억만 가지라구!
세훈 : (얼굴은 웃지만 눈가가 시려 오는)
지은 : (옅게 웃지만 가슴이 매어지는, 그러나 더욱 밝은) 우리, 연인 갖기두 하구, 남남 갖기두 하구…
(짓궂게 웃으며) 근데 이렇게 나란히 서 있어두 되는 건가!?
세훈 : (희미하게 웃는데)
지은 : (희미하게 웃는 그러다 시선 맞추며) 세훈씨!…
세훈 : (뚫어져라 보는)
지은 : (보는) 누군가에게 한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루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두 아름다운 일이잖아…
세훈 : (가만히 보는데)
지은 : 왜 그렇게 쳐다봐요?
세훈 ; (그저 가만히 보는)
지은 : (옅게 웃으며) 왜 진작 철 좀 들지 그랬냐구? (곱게 흘겨보며) 나 그때 스무살이었어!…
아무것두 몰랐던 거, 어찌 보면 당연한 거잖아…
세훈 : (쓴 미소 흘리며) 그래… 우린 너무 일찍 만났어!! (한숨 내쉬지만 밝은 얼굴인데) 누굴 탓하겠니!!
사람 힘으로 안 되는 거 있나 봐!
지은 : 그래요… 사람 힘으로 안 되는 거 있어요!
세훈 : (시선 맞추며) 지은아, 착한 니 눈이 너무 이쁘다!! (환하게 웃어 보이는데)
지은 : (시선 맞추며) 당신, 환한 미소두 근사해!! (환희 웃는)
세훈 : (그 모습을 보며, 내레이션) 그래, 내가 떠나면, 모두 다 편해질 수 있을 거 같다… (착잡한) 물론 이제 나 또한!!
세훈과 지은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는데, 그 모습 시리지만 아름답다.
그렇게 얼마간 마주 바라보고 서 있는 모습에서 카메라 멀어지는데…
S#33. 미란의 빌라 앞 (오후)
거칠게 다가와 멈춰서는 정민의 자동차… 운전석 문이 열리고, 정민 내려선다.
차가운 얼굴로 미란의 빌라를 향해 성큼 성큼 다가가는…
S#34. 미란의 빌라
벌컥 현관문이 열리고, 정민 성큼 들어선다.
순간 주춤하는… 시야에 창가 앞에 넋놓은 듯 맥없이 앉은 미란의 모습이 들어온다. 천천히 다가가는데…
시간 경과
미란, 여전히 넋 나간 얼굴이고, 그 앞에 선 정민, 안쓰러움이 슬쩍 흐른다.
미란 : (시선을 주지도 않은 채) 윌하구 지은이 관계, 내가 이른 거 아냐! (쓴웃음이 흐르며) 내가 안 돼보여선지,
아니면 우리 아버지가 무서웠는지… 미스터 최가 말했나봐!
정민 : (한숨 내쉬며, 소파에 앉는데)
미란 : (맥없는 눈으로 보며) 정민씨! 한마디만 할게… (차분히 낮게 말하지만 주절거리듯) 그래야만 되는 것두 없구,
그래서 안되는 것두 없어! 정해진건 처음부터 아무것두 없어… (진심이 느껴지는) 정민씬, 정민씨 사랑 절대 놓치지 마!
(맥없이 웃으며) 나 윌이랑 다시 어째 볼려구 하는 소리 아냐!…
정민 : (뚫어져라 보는)
미란 ; (쓴웃음 지으며) 그거 알아? 정민씨 눈빛이 참 많이 달라졌다는 거!
정민 : (순간 얼굴 굳는 그러다 착잡한 듯 쓰게 웃으며) 상관없어! 어차피 작정했으니까!
미란 : (빤히 보다가, 시선 돌리며) 그만 돌아가 줘! 나 누워야겠어…
정민 : (복잡한 눈으로 보는)
S#35. 몽타주
도심의 초저녁 거리
수많은 인파들… 무표정한 얼굴의 지은, 그저 걷고 또 걷고 있다.
영화관
불꺼진 영화관 풍경… 스크린에선 코미디 영화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은,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누가 봐두 우스운 장면이지만, 얼굴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애써 스크린에 집중을 하려 하지만, 자꾸 눈물만 쏟아져 나오는데…
그러자 야멸차게 눈물을 닦아내며, 영화에 집중하려는 그 모습이 외려 안쓰럽다.
영화관 앞 거리 (늦은 저녁)
어느새 날은 어둑어둑 해졌고… 영화관을 나온 지은, 어디로 가야 하나… 하는 듯 한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는데…
이때 핸드폰이 울리고, 액정을 보면 복자라고 떠 있다. 플립을 여는데…
S#36. 고급 바 밤 전경
S#37. 고급 바
음악이 흐르고 있고… 바텐에 홀로 앉은 지은, 술잔을 들어 천천히 들이키고 있다.
이때 복자 들어서고… 웬일인가 하는 얼굴로 다가오는데…
지은 : (인기척에 보며, 환하게 웃는데, 약간 취한 상태인) 내 친구 남복자 왔네!
복자 : (다가와 앉은) 니가 이런데서 술을 다 마시구 웬일이래~ 짠순이 이지은씨가!!
지은 : (피식 웃으며) 남복자! 나 원래 오렌지였어!~
복자 : (씩~ 웃는데) 미안하다! 너 오렌지였다는 거, 잊어먹었다!
지은 ; (웃으며) 맞아,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 나두 기억이 잘 안나! (복자의 잔에 술 따라주려는고 술병을 드는) 자!
복자 : (잔 받으며) 무슨 일 있니?
지은 : (묘하게 웃으며) 무슨 일 있지!! ~ 무슨 일!
복자 : (긴장된 눈으로 보는)
지은 : (동시, 약간 혀도 꼬여, 한숨 깊게 내쉬지만 밝은척) 복자야, 내 기분이 오늘 별루 거든! 오늘 내 기분 정말 영~ 아니거든!
복자 : (오버랩) 왜 그래?
지은 : (술잔 들며) 나 오늘 장세훈이한테 철든 척, 잘난 척 좀 했다! 또 착한 척 좀두, 좀 했지!
복자 : (불안한 눈인데)
지은 : (툭 뱉는) 그래야 할 것 같았어… 그래야 그 사람 마음이 가벼워 질테니까! (배시시 웃으며) 근데, 착한 일을 했는데,
기분이 영 아닌 거 있지! 내가 왜 착해져야 하는 건지두, 잘 모르겠구! (피식 웃으며) 나 웃기지?
복자 : (오버랩, 맘에 안 든다는 눈으로) 그래, 너 웃겨! (술 잔 들이키고는) 지은아, 너 아직 장세훈 사랑하지?
지은 : (순간 얼굴 굳어지다가, 이내 허허롭게 웃으며) 사랑? 그게 뭔데!? 난, 그런 거 모르는데!
복자 : (못마땅한) 야, 정민씬 뭐야?
지은 : (옅게 웃으며) 내가 장세훈이만 생각하는 거 같아서, 나쁜 년 같애? (툭 던지듯) 그래, 나 나쁜 년 맞아!
서정민이랑 결혼 코앞에 두구, 옛 남자한테 연연하구 있으니까! 근데 나 안 미안해할래! 정민씨한테…
복자 : (보는데)
지은 : (진심이 느껴지는) 그 사람, 사랑할 거니까!… 서정민 이란 남자, 내가 많이 사랑해 줄 거야…
(쓴웃음 흘리며) 울 아빠가 죽도록 싫어하던 어떤 남자랑 살아 봤으면,
이제 울 엄마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남자랑두 살아봐야지!… 나, 그 남자랑 뼈에 사무치도록 행복하게 살 꺼다!
복자 : (안쓰러운)
지은 : (술잔 들이키고는, 눈물이 슬쩍 맺혀) 복자야, 나 행복해야 하거든! 나, 행복하구 싶거든!
이담에 우리 아빠 만나면, 잘 먹구 잘 살았다구, 말해야 하거든! (술병 집어 드는데)
복자 : (술병 빼앗아 한 마디 하려는데)
지은 : (눈물이 가득 고여) 나 야단치지 마!
복자 : (가슴이 무너지는, 결심한 듯 잔에 술 따라주며) 그래~ 마셔라! 마셔서, 니 설움 달래진다면, 마시자! 마시자구!!
지은 : (단숨에 술잔을 털어 넣는데)
이때 지은의 핸드폰이 울리는…
S#38. 서린 그룹 정민의 방
책상 위엔 들척이던 서류가 한 가득이고, 넥타이를 조금 풀고, 셔츠도 걷어 부친 정민, 지은과 통화 중이다.
정민 : (핸드폰 든 채, 장난기 가득한 얼굴인) 음악 소리두 들리구, 혀두 약간 꼬인 거 같구, 분위기 수상한데?
(환하게 웃으며) 그래요… 복자씨랑 재밌게 놀아요! 난 열심히 일 해야죠! 그래야, 지은씨 먹여 살리지!
(짓궂은) 지은씨, 밥 많이 먹잖아! (기분 좋게 웃고는) … 늦을 거 같애. 알았어요! 그럼 내일 봅시다!
(플립을 닫는데, 행복에 겨운 얼굴이다)
보던 서류를 들척이기 시작하고, 그러다 순간 문뜩 손을 멈추는…
책상 위 액자에 환하게 웃고 있는 지은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사진을 집어 가만히 바라보며.
정민 : (낮은 내레이션) 나만 행복해두 되는 걸까!… 당신두 행복한 거 맞지?
(액자를 든 채,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들어 동영상 촬영을 시작하는)
CUT - 바 (동 시각)
지은의 핸드폰으로 정민의 동영상이 전송되고 있다
지은의 핸드폰 액정으로 다가가면, 지은의 사진이 든 액자 위에 뽀뽀를 하고 있는 정민의 모습이 뜨는데…
정민 : (액정 속에서) Good night kiss! 한다는 걸 잊어 먹어서!… 끊어요! (액정 화면 끊기고)
지은 : (옅게 웃다가 그러다 힐끔 쳐다보며, 툭 던지듯) 서정민, 잘은 생겼지!?
복자 : (어이없어 웃는데)
S#39. IT 공장 내 세훈의 방
책상 위엔 MP3 플레이어 시제품이 놓여있고… 시제품을 바라보던 세훈, 뚜껑을 탈착하는데…
그러나 복잡한 생각에 일손이 손에 잡히지 않는지, 뚜껑을 손에 쥔 채 그대로 멈춰 있다.
얼마간 그렇게 있다가 결심한 얼굴로 핸드폰 플립을 연다. 버튼을 누르는데…
세훈 : (얼마의 신호음이 울리다 탈칵~하는) 장세훈입니다! 좀 봤으면 합니다. 그래요? 그럼 내가 본사루 가죠!
(핸드폰 플립을 닫는)
잠시 의자에 기대 앉아 있다가 웃옷을 들고 방을 나서는데…
S#40. 노래방 밤 전경
S#41. 노래방
취한 지은과 복자, 나란히 서 마이크를 잡고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시간경과
마이크를 잡은 복자, 소품을 활용하는 등, 재밌는 제스처를 취하며 지은의 기분을 달래주려는 우정 어린 모습이 역력하다.
그 모습 이쁘고…
이에 지은도 그런 복자의 마음을 아는지, 장단을 맞춰 주는데…
시간경과
마이크를 잡은 지은, 은은한 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있다.
지은의 서글픈 노래는 계속 이어지고…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한가득이다.
그 모습과 세훈과의 지난 순간들이 낡은 필름처럼 교차로 스쳐 지나가는데…
- 세훈이 일하던 주유소를 들이받던 순간 (1부 3)
- 유람선에서 뛰어 내리던 순간 (1부 41)
- 불새 그림 앞에서 키스하던 상상을 했던 순간 (1부 35)
- 세훈이 발겨 주는 영뎍게를 먹으며 행복했던 순간 (2부 45)
- 반지를 내려놓으며 세훈에게 이별을 고하던 순간 (3부 46)
- 10년 후 세훈과 우연히 백화점에서 만난 순간 (4부 62)
- 제주도 별장 숙소에 와 있던 세훈과 이때 들어선 정민을 보며 당혹했던 순간(10부 17)
- 강변에서 아버지의 비하인드를 알게 된 세훈과 헤어지던 순간 (15부 41 - 대본상, 15부입니다. 방영은 16부에 했구요)
결국 목이 매인 지은,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앉더니, 울음이 봇물처럼 터지기 시작하는데…
한편, 이 모습을 지켜보던 복자, 시린 눈으로 지은에게 다가가 토닥여 준다.
그저 한없이 울고 또 우는 지은의 모습에서.
S#42. 노래방 앞 거리 (밤)
눈이 퉁퉁 부은 지은, 맥없는 얼굴로 일각 화단에 걸터앉아 있고…
얼마쯤 떨어진, 도로 앞에선 복자,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는데…
한편, 세훈의 자동차 그 앞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그러다 신호에 걸려, 멈춰 서는데…
이때 지은의 시야에 신호에 걸려 멈춰선, 세훈의 자동차가 들어온다.
순간 지은의 눈동자, 심하게 흔들리더니 벌떡 일어나는데…
한편, 신호가 바뀌자 세훈의 자동차는 출발하며 달려가고…
이에 지은, 읊조리듯 “세훈씨…” 내뱉으며 절박한 얼굴로 발걸음을 떼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