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분노, 일상의 감정
우리의 감정은 늘 한결같지 않다. 똑같은 행위에 대해 어느 날은 가볍게 넘어가던 일이 어느 날은 분노가 폭발하기도 한다. 이럴 때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놀란다. 분노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우리와 아주 가까이서 늘 함께 한다.
더러 불같은 화를 내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딴청을 피우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뒤끝이 없는 사람’이라고 후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분노의 맞은편에 선 사람으로서는 기분이 좋을 까닭이 없다.
분노는 곁으로 드러나는 현상임이 분명하지만 그렇게 드러나도록 하는 근본원인은 그 배후에 가려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대체로 억울함, 기대, 심판, 무력감, 두려움 등이다. 이러한 감정은 순간적으로 표출되는 것이어서 정작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분노 때문에 무력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저 꾹 참는 것 밖에는 달리 그 분노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페이충의 『심리학이 분노에 답하다』라는 책은 일상 속에서 자주 분출되는 분노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처방한다.
저자는 분노가 다양한 감정 속에서 분출하는 것이므로 분노에 따른 결과가 꼭 실패로 연결될 필요는 없으며 또 다른 더 좋은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분노 안에도 사랑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분노에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위한 마음이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노의 배후는 잘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저자의 말로는 그 배후에 우리도 모르는 놀랍고 풍부한 세상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분노의 근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분노의 근원, 분노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 분노의 배후 동력 등에 대한 것들이 그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분노를 우리말로는 그저 ‘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책이 내용이 보다 쉽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다. 화라고 하면 일상에서 자주 겪는 불쾌해 하거나 불안한 감정의 표출로 이해되지만 분노라고 하면 뭔가 더 대단해 보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의 내용도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감정들 중 불편한 감정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자녀가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부모가 불편한 감정을 표출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분노라는 말보다는 ‘화’라는 말을 분명 더 자주 사용한다.
저자는 분노에는 6가지 원인 감정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6가지 원인 감정에 대해 사례, 처방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각 절의 끝에 <내 마음 속 분노 살피기>를 넣어두고 스스로 자신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해놓았으며, 부록에는 <분노 분석표>를 제시해 놓았다.
나. 분노의 이해
누구나 분노를 경험하지만 그에 대한 대처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분노는 일순간의 감정적 폭발이기 때문에 그 순간이 지나가면 스스로 안정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어떻든 우리는 분노에 대처하는 나름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분노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보통 4가지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분노를 억누르기도 하고, 자기 강요를 통해 분노를 강압적으로 억누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자기 위안을 통해 분노를 억누르는가 하면, 분노를 부인하거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도 한다.
분노를 억누르면 한동안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갈등을 피할 수 있다. 분노를 억누르면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상항에 대처하는 데 유리하다. 그렇지만 분노를 누르기만 했을 때의 부작용을 무시하기 어렵다.
일단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우며 생활에 활력을 잃는다. 활력을 잃으면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남에게 만만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를 억누르면 관계를 그르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분노를 참을 수 없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상대방을 비난 또는 비평하는 것이다. 비평은 상대방에게 이치를 늘어놓으며 빈틈없는 화술로 괴롭히는 것이다. 그러나 비난은 기선을 제압하고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줘서 반항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분노를 참을 수 없을 때 나타나는 또 다른 현상은 자신이 내면이나 행동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면의 적극적 표현은 감정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비평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한 분노의 행동적 표출은 폭력으로 비화하는 것으로 특히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분노는 어떤 형태로든 드러날 수밖에 없다. 특히 분노치가 너무 높으면 이상은 힘을 잃게 된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더구나 오랜 관계에서는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이성이 힘을 잃기 십상이어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한편, 분노를 잘 통제할 수 있다면 분노를 삶의 에너지로 바꿀 수도 있다. 즉, 상대방을 변화시켜 만족감을 얻기도 하며, 경계를 지키고 상처를 피할 수도 있고, 관심과 사랑을 얻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분노의 에너지가 창조력이 되기도 하고 도전의 용기를 주기도 한다.
다. 분노의 6가지 감정
분노는 심판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심판자는 바로 ‘나’이다. 상대방이 나의 기준이나 규칙에 어긋날 때 ‘나’는 절대자의 시각으로 상대방을 평가하고 화를 낸다. 즉, 나는 맞고 상대방이 틀렸으므로 상대방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노는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했을 때 일어난다. 이는 달리 말해 타인에 대한 큰 기대가 바탕에 깔려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기대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나의 기대에 비해 상대방의 행동이 현저히 낮아 둘 사이에 괴리가 클 때 분노가 유발된다.
분노는 외적 자극 스트레스와 내부 감당 능력 사이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즉 외적 자극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감당 능력을 넘어서면 마음이 무너지면서 분노가 차오르는 것이다. 그 순간 스트레스를 충분히 대처할 감당 능력이 있다면 사건을 여유롭게 해결할 수 있다.
분노는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고 싶어 한다. 상대방이 행동을 바꾸면 분노가 가라앉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를 이용해 상대방의 행위를 통제하고자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심하게 야단을 치는 것이 그런 사례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
쉽게 분노하는 사람은 ‘내재적인 규칙’과 ‘자기 요구’가 많다. 자신에 대한 요구가 많고 자세할수록 내재적 소모가 빠르고 에너지가 쉽게 고갈된다. 이런 사람들은 대외적으로도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이 이성적인 삶을 살라고 통제하고 요구한다.
분노는 아무에게나 표출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 대상은 나의 관심 범위 안에 있는 사람이다. 관심 밖에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던 나는 신경도 쓰지 않지만 관심 범위에 있는 사람은 일거수일투족을 챙길 때도 있다. 그의 실수를 안타까워하고, 그의 선행에 박수를 친다.
요즈음 여성장관 후보자의 분노가 장안의 화제다. 뭇 사람이라면 감히 입에 담지도 못할 막말과 인격을 무시하는 말이 비명처럼 쏟아지는 것을 들으며 저런 사람이 한 조직의 수장을 맞으면 그 조직 구성원 모두가 그의 분노에 심한 자괴감에 몸을 떨 것이 아닌가 싶어 섬뜩하다.
그런데 그는 외국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여성이다. 그런 여성이 분노 표출을 자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의 감정이 잘못된 방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장관직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을 것이다.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