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7일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 논의를 유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지사는 이날 오후 2시 '행정시장직선제 관련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행정시장 직선제를 내년 지방선거에 적용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해 도민 여러분과 행정시장직선제를 최종 권고해주신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님들께 양해를 구한다"며 "그러나 지금의 논의 유보는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서 특별자치도 완성을 위해 행정시장 직선제가 반드시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지사는 "저의 소신이면서 지난 3년여간 추진했던 행정시장직선제에 대해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종교계, 학계 등을 대상으로 다앙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도지사로서 무엇이 진정 도민사회를 위한 판단인지 깊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며 "무엇보다 지난 9월 도내 언론3사가 대행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85.9%나 되는 도민들이 행정시장직선제 도입을 바라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기에 이러한 도민들의 여망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된 지 8년이 지나고 있지만 도민들은 충분한 공감이나 만족감을 가질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을 뽑는 권리를 빼앗겼다는 인식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우 지사는 "시민들이 직접 뽑은 시장이 이끄는 행정시와 도지사가 임명하는 시장이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직선 행정시장은 법적으로 보장된 4년 임기동안 소신행정을 펼 수 있다. 도지사의 의중보다 시민들의 여론을 중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시장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지 못해 도지사 및 도 본청으로 권한이 집중되어 주민이 절실히 원하는 생활자치의 통로가 막힌 꼴이 돼 버렸다"고 강조했다.
우지사는 "이 때문에 도지사가 임명하던 행정시장을 주민이 직접 선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도민 여러분께 되돌려 드리고 싶었다. 그래야 특별자치도의 변화가 제주 발전의 동력이라는 것을 실감하실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면서 "지난 9월16일 행정시장직선제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과제 동의안이 부결된 이후에도 85.9%나 되는 도민 여러분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 우근민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7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지사는 "그동안 제시된 여러가지 의견을 놓고 논의를 거듭했다. 주민투표를 실시해서라도 반드시 내년에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이 직접 시장을 뽑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도민사회 분열과 갈등을 막기 위해 다음 도정으로 넘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 앞에는 많은 민생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분야에 더욱 매진하겠다"며 "행정시장 직선제에 관한 결정을 다음 도정으로 넘기라는 정당과 도의회의 의견도 제주 발전을 위한 고언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여러 의견과 조언 앞에 도정을 책임져야 하는 도지사로서 '유보'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특히 "지금과 같이 계속되는 정치적·소모적 논쟁은 제주 미래를 위해서 결코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정치권의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을 강행하는 것 보다는,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행정시장 직선제가 이슈화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선거 후 도민의 단합된 힘으로 의견을 모으는 길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고 피력했다.
우 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호를 이끌고 있는 도백으로서 제주사회의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품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 지사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내년 지방선거 도입이 좌절됐지만 행정시와 행정시장이 도지사만 바라보지 않고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시에 대한 인사권, 조직권, 예산편성 요청권 등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시 추진하기로 계획했던 행정시 권한 및 기능강화 방안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강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 지사는 "제가 지난 9월6일 '행정시장 직선제는 끝나지 않았다'라고 밝혔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는 심정으로 특별자치도의 완성을 위해 행정시장 직선제가 반드시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행정시장직선제를 권고하면서 제시한 행정시 구역을 최소한 3개 이상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행정시장직선제와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도의회 등 정치권을 대상으로 행정시장직선제의 도입을 위해 모든 마음을 비우고 다시 설득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지사는 "역사는 훗날 오늘의 행정시장직선제 논의 유보가 지닌 진정성을 반드시 평가해 주리라 믿는다"며 "도민 여러분들께서도 이제는 지역발전을 위한 역량을 하나로 모아 주시고, 특별자치도의 완성을 위해 행정시장직선제가 반드시 도입될 수 있도록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