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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회복으로 좋아지던 고용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10억원 생산이 늘어날 때 유발(誘發)되는 취업자 수(취업유발계수)는 2000년에는 18.1명이었지만 2007년 13.9명으로 줄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주력인 제조업과 수출 부문에서 더욱 심각해 각각 9.2, 9.6명에 불과하다.
반면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8.1명으로 제조업의 두배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것은 서비스업이 제조업에 비하여 생산성이 낮은 것이 주원인이다. 무조건 서비스업 활성화만 외칠 일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명확히 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가 노동력 부족국(不足國)인지 노동력 잉여국(剩餘國)인지다.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노동력 부족국이라는 전제(前提)하에서 하고, 청년·여성·중고령층 실업문제를 논의할 때는 노동력 잉여국이라는 관점에서 한다면 정책은 중구난방으로 빠질 수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적정 인구가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먹고살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하여 비전을 가지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청년층에 필요한 좋은 일자리와 중고령층 등을 위한 생계형 일자리의 우선순위도 고민해야 한다. 경기가 불황일 때는 생계형 일자리 제공이 관건이라면 경기가 정상화되는 상황에서는 소득이 괜찮고 안정성도 높은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은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 수도 늘어나야 한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실감하고 있다.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베이비 붐 세대가 노동시장을 빠져나가고 신규(新規) 진입층의 인구가 감소되는 상황이 온다면 꼭 일자리를 총량(總量)적으로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2010년은 베이비 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베이비 붐 세대가 떠난 빈자리에 청년층이 진입할 수만 있다면 청년 실업문제가 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청년 실업문제가 일시적으로 완화됐었다.
현재 베이비 붐 세대의 정년(停年) 연장 등이 논의되고 있으나 베이비 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그만큼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없어진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수 없다면 결국 선택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버지 세대의 정년 연장이냐, 아니면 아들 취업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들이 베이비 붐 세대가 차지하고 있던 일자리를 비정규직 일자리로 만들어 버리면 청년 취업 가능성도 없어진다.
다른 부문과는 달리 최근 고용이 눈에 띄게 증가한 보건복지 서비스 일자리 수요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지만 이들 일자리의 상당수는 소득이 높지 않아 좋은 일자리가 되기 어렵다. 보건복지 서비스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종사자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정적 일자리를 만들고 늘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면 국민의 경제적 안정성을 사회 시스템으로 보완하는 것도 대안이다. 예컨대 의료·교육·주거 등 생존과 생활에 필수적인 항목에 대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공고하게 만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더라도 국민 불안은 줄일 수 있다. 서구사회가 우리보다 실업률이 두배 이상 높은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것은 바로 사회 연대(連帶)를 바탕으로 하는 든든한 사회보장제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