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철 포항 구룡포 일대는 과메기로 몸살을 앓는다.
전국으로 보내는 과메기를 거의 대부분 이곳에서 만들어 내다보니 어 부도 바쁘고, 과메기 꿰는 아낙네도 바쁘고, 과메기 파는 장사꾼도 바쁘다. 하지만 이렇게 정신 없이 바쁜 철이 이곳 주민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기이다.
처음 과메기를 먹는 사람은 "살이 원래 이렇게 붉은 거야?" "비린내 날 것 같아"하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다가 먹어보면 "어? 보기 엔 비릴 것 같은데 하나도 안 비리네" "김이랑 물미역에 싸서 먹어서 그런지 맛있네" 하면서 처음 반응과는 정반대 되는 감탄사를 내뱉는 다.
과메기에 소주를 한 잔 걸치면 겨울 추위도 거뜬하다. 어깨를 움츠러 들게 만드는 추운 겨울날, 과메기 생각이 간절해지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안주가 좋아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고, 피부미용과 성인병 예 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 맛에 익숙해진 다음부터는 겨울 찬바람이 불 기 시작한다 싶으면 과메기 생각에 절로 입맛부터 다시게 된다고들 한다. 이렇듯 과메기는 우리네 입맛을 중독 시키는 힘이 있나 보다.
■겨울이 제철■
과메기는 본디 관목어(貫目魚)에서 비롯된 말이다. 눈을 뚫어 꿰어 말리던 것에서 붙은 이름이 발음하기 쉽게 하다보니 과메기에 이른 것이다. 옛날에는 청어 눈을 꿰어 부엌 살창에 매달아 말렸다. 찬바 람이 드나들면서 고기가 상하지 않도록 적당히 얼려주고, 불을 땔 때 나오는 온기에 녹기를 반복하면서 과메기 특유의 쫀득쫀득함이 형성 된다. 주로 솔가지를 이용해 불을 땠기 때문에 솔가지가 타면서 나는 그윽한 향기까지 배어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꾸덕꾸덕 마른 과메기를 초장에 찍어 김이나 채소에 싸 먹으면 그 맛이 특별하다.
현대에 이르러 청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청어 과메기는 꽁치 과메기로 대치하게 된다. 지금 과메기가 주로 생산되는 곳은 경북 포 항 구룡포. 바닷바람이 적당해 과메기를 말리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 추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 구룡포 일대를 찾게되면 길가 언덕이나 해변에 즐비하게 널린 과메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숙성기간 보름■
구룡포 항구에는 과메기로 거듭나기 위해 인근 바다에서 잡아온 꽁치 를 실은 고깃배들이 속속 들어온다. 꽁치 상자를 내리는 손길은 분주 하지만 흥이 느껴지는 리듬감이 실려있다.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소문 나면서 소비량이 많아진 덕분에 다른 계절보다 유난히 활기가 넘치는 것이다.
과메기는 딱히 손을 보지 않고 그대로 걸어 말린 통마리(혹은 '엮걸 이'이라고도 부른다)와 배를 따고 내장을 꺼낸 배지기(혹은 '배진 것 ') 두 종류로 나뉜다. 내장과 뼈까지 손질한 배지기가 통마리보다 조 금 더 비싸다. 집에서 직접 배를 가르고 어설픈 솜씨로 뼈를 바르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다.
배지기는 두 마리씩 걸고, 통마리는 스무 마리를 한 두름으로 엮어서 건다. 너무 말라도, 덜 말라도 안된다. 뱃살에 낀 기름기가 살 전체 에 잘 스며들 정도의 숙성 기간은 보름 안팎.
과메기는 굽지 않은 생김에 배추속대나 깻잎을 얹고 물미역, 파 등을 같이 싸 먹는다. 그냥 먹어도 괜찮지만 기름기가 많은 편이라 채소와 함께 먹어야 담백하게 맛볼 수 있다.
◇교통=항공, 고속버스, 자가용 등을 이용해 포항까지 간다. 구룡포 , 호미곶 방향으로 길을 잡아 달리면 우리나라 지도의 호랑이 꼬리 부분에 이른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멋도 특별하다.<포항시 구룡포읍사무소 / 054-276-3001>
◇맛집=구룡포 일대가 겨우내 과메기 판매장이나 다름없다. 어판장 건너편에 자리한 중앙시장의 거의 모든 식당에서 과메기를 맛볼 수 있다. 어디를 가나 신선하고 맛이 잘 든 과메기를 먹을 수 있으니 아 무 식당 문이나 열어도 좋다.
*** 울산
고래고기는 눈치 살피며 먹는 음식이다. 쇠고기값의 10배나 되기 때문에 호주머니 사정을 살펴야 한다. 또 국제포경위원회 감독원이나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 감시 카메라 눈치도 봐야 한다.
국제감시단들은 시중에 나도는 고래 살점을 뜯어가 DNA검사까지 해 고래의 종류, 서식해역 등을 파악한 뒤 경고장을 보낸다.
이 경고가 중첩되면 결국 외국 어장에서 잡는 어류 배정량이 줄거나 공산품 수출때 높은 관세장벽 등 불이익을 받는다.
물론 그전에 국내 사정당국의 감독을 받는다. 고래가 그물에 걸려들면 해양경찰에 먼저 신고해야 하고 해경은 검사를 거쳐 판매를 허용한다.
1986년 포경금지령이 내려진 뒤 고래고기 유통이 급격히 줄었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늘고 있다. 유통되는 고래는 그물에 우연히 걸려들어 죽은 채 건져지는 것이다. 고래자원이 많이 증가해 이렇게 잡히는 밍크고래만 1년에 20마리 정도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고래고기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위별로 다양한 고기 맛=고래고기는 12가지 맛이라 한다. 꼬리와 날개 맛이 다르고 날것과 삶거나 숙성시킨 맛이 다르다.
고래는 뼈와 이빨을 빼고는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대양을 누비며 살찐 고래이기 때문인지 뭣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고래고기 맛에 반한 시인 박목월씨는 차편으로 실어날라 먹었고 화가 변종섭씨는 별세하기 전 이 맛을 못잊어 울산에 내려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삶은 고래고기는 독특한 향취가 있어 처음 시식하는 사람은 꺼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2년 전 울산에 공연온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는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점에서 한 접시가 모자라 한 접시를 더 시켰다는 얘기가 회자된다. 극작가 차범석씨와 연출가 임영웅씨는 지난해 뮤지컬 ‘처용’을 공연하기 위해 5~6차례 울산에 내려올 때마다 고래고기집에 들르면서도 도무지 물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한때 삼성그룹 울산 주재원들은 이 고래고기를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도 공급했다. 육식동물이 고래고기에 맛을 들인 뒤 아예 다른 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해 고래고기가 귀해진 다음 입맛을 바꾸는데 애를 먹었다는 얘기도 있다.
고래는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육질이 생선회처럼 부드럽고, 포유류이기 때문에 쇠고기와 비슷한 맛을 낸다. 참치보다 더 기름지고 쇠고기의 맛과 고급 생선의 맛을 아울러 갖췄다.
고래고기는 뱃살을 으뜸으로 친다. 대부분 어류의 뱃살이 그렇듯이 쫄깃거림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