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휴가를 다녀왔지만 날씨가 너무 더우니 사람이 축늘어지고 게을러지고 꾀가 늘어나 일기 쓰는 게 귀찬고 시들해졌다.휴가를 어떻게 알차게 보낼지 계획을 세울 때가 꿈에 부풀어 기분이 좋지막상 휴가지에 도착해 보면 그리 신나지 않았고 무얼하며 보내야 할지 걱정이 앞서고 잠시 잠시 신나고즐거울 때도 있었지만 오지게 고생스러웠던 기억이 더 많은 것 같다.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고 기억될 것 같기도 하고...철없던 시절에는 무슨 일을 하나 마냥 즐겁고언제나 신이 났었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는데이젠 그런 좋은 시절이 모두 지나간 게 아닌가 한다.이런 게 심한 불경기 탓에 미래에 대한걱정이 항상 마음 저변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고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모든 게 시들해지는 모양이다. 다시 호경기가 되어 돈이 많아지면 새로운 기분이 들라나?친구에게 삼년 전에 흑산도에서 찍은 청띠제비나비가 큰 무리를 이루어 날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니세상에 이런 곳이 어디에 있냐며 같이 가자해서 좋다하고 출발.이번 휴가는 멋진 비경과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 오기로 하고...
이번 달에 장모의 팔순이 겹치는지라친구와 볼록배아줌마와 셋이서 KTX를 타고8월4일 오후 다섯시에 출발하여 광주 처갓집에서 자고 친구와 둘이서만 흑산도 홍도를 돌아 보기로 하고...광주에서 목포로 가는 첫차는 새벽 5시20분에 있고 너무 서두른 탓에 새벽 네 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고우리와 같은 코스로 여행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하다.밖이 깜깜하고 시간이 많으니 먼저 아침 식사부터 해결하고...육개장은 얼큰하면서도 짭짤해서 좋았고 주인장께서 밥은 공짜니 더 많이 먹으라며 모자라는 반찬까지 챙겨주니 넉넉한 전라도 인심에 기분이 좋다.흑산도로 가는 배는 7시 50분에 있고목포에 도착하면 새벽 6시 정도가 될게고유달산 기슭을 잠시 돌아보면 배 출발 시간이 될 것이다.
잠시 눈을 붙였는가 싶었더니벌써 목포 터미널에 도착해 있고 하늘이 뚫린 것 같이 비가 억수같이 퍼붙고 있었다.친구가 흑산도행 배표를 구입하는 30여분 사이에 하늘이 개이기 시작하니 이도 참 이상하다.심한 무더위에 친구는 잠을 설첫는지 대합실에서 졸고 있는 사이에 나는 옥상에 올라보고...목포가 참으로 큰 항구 도시임을 실감한다.남 서해안의 모든 도서 섬으로 나가는 사람과 화물 운반선이 도열해 있고 물류 중심지이며해군기지와 병원선, 각종 어선까지 있으니 대단히 큰 항구다.드뎌 승선이 시작되었고..."관계자외에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무시하고 선장실로 가서 인사부터 여쭙고 배에 궁금한 게 많다니선장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며 친절하게 답변도 잘해 주신다.왠 계기판과 조작할 스위치와 레버가 이렇게도 많은지 나같은 둔재는 평생을 배워도 알 수가 없을 것 같다.이 배는 300톤급이며 건조된지가 2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쌩쌩하게 잘 달리며 앞으로 20년은 운행이 가능하단다.건조 당시의 가격이 40억원 정도였는데지금은 100억도 넘게 들여야 건조가 가능하며배의 가격이 올라서 지금 팔아도 40억을 넘게 받을 수 있단다.선장실에는 좌석이 세 개며 기관장과 항해사의 자리라 하니 이 큰 배를 세 사람이 운전하며 간단다.중후하게 생기신 선장님께서 파이프 담배만 입에 물고 있다면 더욱 멋져 보였을 것이라 하니 웃으신다.휴가철이니 자리는 거의 빈틈이 없고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배가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니 목포항이 까마득하게 멀어진다.배안에서 만난분이다.보통 여행객이라면 밖의 풍경을 내다보면서 가는데작은 손가방 하나 들고 조용히 음악을 들으며 가는 품새가 여느 사람과 다르다.배의 창쪽에 자리가 비었으니 이쪽저쪽을 오가며 사진을 찍으니여러번 번거롭게 양해를 구해야 했지만 싫은 기색이 없었고 억샌 갱상도 사투리로 말을 받았다.인사를 나누고 무슨 일로 흑산도에 가는가 물었더니...고향은 포항이며 29톤짜리 오징어잡이 배의 선주겸 선장님이며 동해안에서 오징어가 잡히지 않으니 서해인 이곳에서 조업을 한단다.대부부의 시간을 배에서 보내며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일년에 삼개월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밤잠을 설치며 아무리 애써서 오징어를 잡아도어획량이 시원치 않아 겨우 적자를 면하는 정도란다.세상에 쉽고 편한 일은 없고 인생은 곧 고행이 아닌가 한다.쌈박질만 해대는 정치인에 비해서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애국자같이 보인다.중간 기착지인 비금도에 잠시 들리고...비금도와 도초도가 아주 가까이 있으며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지도를 보니 이 두섬은 같은 생활권인 것 같고들이 넓고 고등학교 까지 있는 걸로 보아 사람이 살기에 좋은 섬 같아 보인다.이런 섬에도 숨은 비경이 많을 것 같다.배안에서 웃는 모습이 션한 털보 아저씨께 사진을 찍자니 극구 사양했는데 몰카로 찍었고아이가 두의자를 차지해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 있는 모습이 구엽고배는 목적지인 흑산도를 향해 뒤로 물을 뿜으며 다시 힘차게 달리고...드뎌 목적지인 흑산도 닿았고처음 뵙는 형님께서 시간에 맞추어 마중을 나오셨다.이 형님과 만난 사연이다.카토릭 생활성가 가수인 로제리오 김정식님께형이 발이 넓으니 흑산도 사시는 원주민 한사람을 소개해 달라했다.그 목적은 차를 공짜로 빌릴까하는 속샘이 숨어있고...사실 차를 빌릴 수가 없다면 흑산도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흑산도에는 차를 가져 가기가 어렵고 렌트카도 없고관광 안내 택시가 있긴하나 나같이 사진을 찍는 사람은 하루 죙일 사용해야 하니 너무 비싸서 이용하는 게 불가하다.]김정식님께 금방 연락이 왔다.잘 아는 형님이 계시는데 참 좋은 분이며 당신 얘기를 좋게 해서 잘 부탁해 놓았으며 나를 만난듯이 잘 안내해 달라 했으니 염려하지 말라했단다.하여 공손하게 전화를 드리니...어!! 그런디 이 냥반이 처음부터 다짜고짜 반말이네."어... 내 시방 정식이헌티 소개받았네. 그래 언제 올랑가? 여개 존디가 많응게 빨리 오기나 허더라고...""예... 여차저차 기간동안 머물 것이며방은 하나만 있으면 되고 차를 빌릴 곳가 있습니까?""야.. 방은 벌써 얻어 놨고 내 차를 쓰면 댕게 염려말고...""그리고 이뿌고 착하고 날씬한 흑산도 아가씨도 소개시켜 줄 수가 있지요?""야가... 시방.. 머시라고...서울에서 이뿐 아가씨 데리고 와서 나헌티 안겨 조야지야들이 시방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제... 이뿐 아가씨 꼭 데려 와라.."얼굴도 모르는 형님께 흑산도 아가씨 얘기를 꺼냈다가 큰소리로 댄통 야단만 맞았다.전화로 목소리만 들어도 정이 묻어나고 성품이 시원시원하신 걸 알고도 남을 것 같다.하이고!!! 그런데 뭔 차가 이렇게 생겼다냐?완전 공동품 차에다가 엔진이 떨어져 내릴 것 같고엔진을 켜면 공룡이 죽기 직전에 숨을 몰아 쉬듯이 컬컬댄다.그래도 에어컨 하나는 아주 션하게 쿨하게 잘도 나온다.흑산도의 일주도로는 온통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인데 중간 퍼지기라도 하면 이 무더위에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하지만... 이미 업질러진 물이니 어찌하랴...차가 잘 굴러가길 빌 수밖에...
첫댓글 좋은사람들과의 흑산도여행이쁜추억도 담았으리라요바다 하늘 다 머쪄요 ^^~
첫댓글 좋은사람들과의 흑산도여행
이쁜추억도 담았으리라요
바다 하늘 다 머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