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 방’ 없는 ‘맹탕 청문회’
김인철 후보는 자진사퇴…尹 내각 최초 낙마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들을 검증하는 청문회 슈퍼위크가 개막했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청문회에서는 야당의 입장에 놓이게 된 더불어민주당과 다시 정권을 차지한 국민의힘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한 차례 파행됐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는 지난 2~3일 진행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원희룡 국토교통부‧박진 외교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2일 열렸다. 정호영 보건복지부‧이상민 행정안전부‧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3일 진행됐다. 이종섭 국방부‧이정식 고용노동부‧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4일 진행됐고, 같은 날 예정됐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9일로 연기됐다. 6일에는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김인철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정 후보자의 청문회만 열리게 됐다.
검수완박 법안 강행으로 정국이 경색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각 후보자들에 대한 송곳 검증을 개시하며 방어에 나선 국민의힘과 부딪혔다. 양당의 공방 속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진 후보자는 6일 오전까지 한화진·추경호·이종호·이정식 등 4명에 그쳤다.
민주당은 한동훈·정호영·김인철 후보자의 낙마를 목표로 삼은 상태에서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집중 공격하고 있어 그의 인준을 무기로 장관 후보자들의 낙마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라는 관측이 나타난다. 민주당은 또 각 후보들에 대해 의혹 제기를 이어가며 대다수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루고 있다.
청문회에서는 기존에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타났던 후보자들의 문제와 의혹들이 주로 쟁점이 됐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특별한 ‘한 방’은 없었다. 민주당의 ‘타겟’ 가운데는 김인철 후보자가 추가적인 의혹이 불거지며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자진 사퇴했다.
한덕수 고액 자문료 문제삼은 민주…“전관예우 아니다” 반박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공직 퇴임 후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고액 자문료가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기업과 공직을 오가는 그의 행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송구스럽다”면서도 전관예우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특정 케이스에 관여한 적도 없고, 후배 공무원들에게 부탁을 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일 진행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인수위의 소상공인 손실지원 공약 파기를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책 관련 질의에 집중했다.
청문회에서는 2003년 론스타 사태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이던 그에게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추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당시로 돌아가도 그 시장 상황에 있었다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정책보다는 오등봉공원 개발사업·오마카세 업무추진비 사용 등 다른 문제들이 주요 쟁점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제주지사로 재임했던 당시 추진했던 오등봉공원 사업과 관련해 민간 특례 의혹과 사업비 부풀리기 의혹 등을 제기했다. 원 후보자가 제주지사 시절 고급 일식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을 두고는 사적 유용 의혹과 김영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과 원 후보자는 사업의 민간사업자 수익률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강조하고, 업무추진비 사용에서 법령에 어긋나는 집행이 없었다고 맞섰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그의 아들이 해외 도박사이트와 연관된 회사에 근무했고, 설립에도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쟁점이 됐다. 박 후보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회사가 합법적 기업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그의 칼럼이나 강연 내용 등과 관련해 역사관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그의 삼성전자 사외이사 이력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이해충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이해충돌이 되지 않게 규정을 지켜 (장관직을) 수행하겠다”고 했다.
정호영 “문제없다” 버티기…민주당 의원 퇴장으로 청문회 파행
앞서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 과정 등을 두고 ‘아빠찬스’ 의혹에 휩싸였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3일 열린 청문회에서도 관련 의혹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정 후보자는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문제 될 게 없다”고 맞섰으나,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더 이상 인사청문회가 의미가 없다”며 청문회장에서 퇴장해 정 후보자의 청문회는 파행을 맞았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생 시절 그가 근무하던 법무법인 율촌을 비롯해 외국계 제약회사 등에서 인턴 활동을 한 것을 두고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이 후보자는 해당 활동이 스펙을 위한 것이 아닌 체험활동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비교적 정책 관련 질의 위주로 진행된 가운데, 반도체 기술 특허료 수수와 증여세 탈루 의혹, 서울대 교수 시절 해외 출장에 가족을 동반한 점 등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한동훈 청문회는 연기…국방부 청문회선 ‘공약 후퇴’ 질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자료 제출과 증인 채택 문제 등을 두고 민주당 측이 문제제기를 하면서 4일에서 9일로 미뤄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는 인수위의 공약 후퇴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취임 즉시 군장병 월급 200만원 지급’과 ‘사드 추가 배치’ 등의 공약이 후퇴한 것에 대해 지적했고, 이 후보자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들며 양해를 구했다. 사드 추가 배치 공약 철회에 대해서는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었다.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후보자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으로 있던 당시 사내 성희롱 사건을 지연 처리했던 점이 문제가 됐다. 또 그가 삼성전자의 자문위원으로 재직했던 것과 관련해 삼성전자 외에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계열사에서도 자문을 맡아 억대 자문료를 수수하고도 이를 답변에서 누락시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정책 질의 위주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한편, 청문회 슈퍼위크 마지막 날인 지난 6일로 예정됐던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열리지 않게 됐다. 이날은 정황근 농림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만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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