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t 항구와 옛 성 9-5/30(목)
Room Pama 좁은 돌방에서 잠이 깬다. 4시가 넘어간다.
시내 한가운데 골목 안이라 해돋이 보기는 걸렀기에 누운채 6:00를 기다렸다가 카메라를 들고 골목 한바퀴를 돈다.
어제는 몰랐던 골목의 묵은 정서가 눈에 들어 온다.
돌로 쌓은 벽체가 골목의 양벽을 이루었는데 이 높이가 모두 4층내지는 5층이다.
길바닥도 같은 돌로 갈려 매끈하다. 로마시대 성밖이었을 이 집들은 언제 지어졌을까?
조금 큰 통로(소형차 한대 다닐 정도)를 중심으로 좁은 골목이 가로로 뻗어 있다.
이런 골목으로 집집마다 작은 창들이 나 있고 이 창 밑 창틀에 화분들을 달거나 밑에 놓았다.
이런 골목의 나들목 같은 곳에 나무들이 심겨진 공터들이 군데 군데 있고 비파나무와 무화과, 자귀나무와 가시 없는 아카시들이 꽃을 달고 있다. 자귀나무도 꽃을 피웠고 그곁에 아카시와 자귀나무의 잎을 반반씩 닮은 나무가 화려한 보라색꽃을 가득 피웠다.
비파나무도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고 있고 대부분이 고목이다.
골목과 골목이 이어지는 곳 축담에 수도꼭지가 달렸고 이 물을 받아 화초에 물을 주는 할머니가 눈에 띈다.
먹는 물이냐고 하니 그렇다며 마시는 시흉을 해 보인다.
돌아 들어와 다시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고 어제밤 곁누질만 했던 올드타운 상징이라는 로마시대의 성을 보러 나왔다.
여기도 한창 복구 공사 중이다.
그런데도 군데 군데 보여지는 성곽과 성내의 교회와 처마사이 조각들은 모두가 예술품 같다.
더 놀라운 것은 발밑에 깔린 돌들이 모두 대리석이다.
발길에 닳아 반질하고 매끄럽기가 유리같다. 눈으로 보는 느낌으로는 여인네 속살 같다.
여기도 미로 같은 골목들이 성안 여기저기로 숨어 들어 있는 듯하다.
이런 골목을 빠져나와 바닷가로 향해하니 어제밤 아이스크림을 먹던 항구 카페촌이다.
(그러고보니 어제 여기로 오는 행로와 저녁 얘기를 빼먹었다. ㅎ 이런채 넘어 가기로 하자.)
사람들이 아침빵과 커피잔을 사서 들고 여기저기 앉아 담소하며 먹는다.
나도 샌드위치 처럼 이것 저것 넣은 빵과 커피 한잔을 사서 바다로 향해 앉아 느긋이 아침을 즐기기로 한다.
정말 아무 걸리적 거림 없이 편안하고 느긋해서 좋다.
체크아웃인 10시까지는 3시간 남짓 남았으니 이 시간까지 즐기기로하고 주위를 눈으로 훑는다.
어제는 밤이라 보지 못했던 대형 크루즈선들이 항구에 가득 찼다.
벌써 두서넛은 항구를 빠져나가고 일곱 여덟이 넘는 크루즈선들이 아침해를 받고 있다. 저들도 마치 잠에서 깨는 듯하다. 그러고보니 주변에 나이든 사람들이 서넛씩 짝을 지어 무수히 앉아 있다. 모두가 크루즈선 손님들로 보인다. 이들 사이로 자유여행인듯한 젊은 커플들이 양념 같이 자리했고 출근 길에 아침을 먹는 듯한 현지인들도 섞여 있다.
선착장에선 하루 선상투어를 하려는 사람들이 요트와 유람선에 오르기 위해 줄들을 섰다.
젊은 층 중에는 수영복 차림에 비치타올만 걸치고 배에 오르는 치들도 있다.
사람 구경을 하자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이중에 내 앞에서 쓰레기통을 정리하는 환경미화원이 눈에 띄인다. 야광 밴드가 붙은 미화원 복장을 했는데 다리 한쪽이 장애인지 약간 전다. 미화원들이 다 그렇듯이 부지런히 쓰레기통에 새비닐 봉지를 갈아끼우고 위치를 바로잡고 주변을 살피며 옮겨간다. 이를 보자니 자연 '토드홉킨스' <청소부 밥>이 생각난다.
그리고...... 저 이는 어떨까?
이 많은 여행자들을 보면서 밥 같은 현자가 되었을까?
여기 항구 바깥으로 나가 보기는 했을까?
저이하고 비슷한 또래인 내가 세상구경이 하고 싶어 집을 떠나 집시 같은 여행을 하고 있다면 뭐라고 할까?
묻고 싶고 하고픈 말이 많은데 벌써 저 멀리 가고 있다.
다시 눈을 선창으로 돌리는데 경비정이 들어온다. 승무원들이 전투복장이다.
곧이어 한대가 더 들어온다.
기관포와 발카포가 장착되어져 있다.
여기는 국경선도 별 의미 없어진 유럽연합의 국가인데 왠 전투정일까?
국가 수호의 극단적 이기와 대치의 과시를 손 놓을 수는 없다는 것인가?
"I love peace!"를 흔들며 다니는 내게는 참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