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1996, 『왕생 예찬집』 품고 염불하여 극락 간 김을출 보살
혜명(대구 자운사) <카페 연화세계>
생전에 지극정성으로 절에 다니시고 『왕생 예찬집』을 독송하시며 신행 생활을 하신 후 극락왕생하신 이야기입니다. 저의 출가에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주신 속가 시모님의 왕생담을 소개하려 합니다.
1996년 6월 출판유통을 하면 바쁜 나날을 보내 있을 때였습니다.
80세가 되시도록 건강하시던 모친(김을출)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듣고 달려가 보니 다름 아니라 주방 가스레인지 불을 켜 놓고 밖에 나가신 후 깜빡 잊어버리고 계시다가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집에 달려오시는데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집 앞에 오니 검은 연기가 가득하고 솥은 벌겋게 달아올라서 불이 나기 직전이었답니다. 연기 때문에 이웃에서 신고하여 소방차가 오고 그런 과정에서 팔순 노인이 너무나 놀라셨답니다.
이후로 곡기를 끊으시고 전혀 식사를 드시지 않으시니 자녀들이 병원으로 모셔서 진찰하게 한 결과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공양을 드시지 않으니 담당 의사가 “할머니는 드시기만 하면 되는데 왜 안 드십니까?” 하니까, “먹으면 뭐하누, 그런 정신머리로 살아서 뭐 하누!” 하시는 겁니다. 8남매나 되는 자녀들이 번갈아 가며 간호를 하고 온갖 음식을 준비해서 드려도 전혀 드시지 않고 물만 잡수시는 겁니다. 아무리 드시도록 권하고 애원해도 고개를 저으시며 곡기를 끊으신 지 20여일 쯤 지나고, 그날은 제가 간병을 하는 날이라 밤새도록 물만 조금씩 (숟가락으로 반 스푼 정도) 잡수시며 조그만 소리로 아미타불 하시다가 소리를 안 내시고 잠자코 계시다가 지난밤 꿈 이야기를 하실 때는 ‘야야 참 신기하제, 참 좋은 거 봤다’라고도 하셨습니다. 저는 잠자코 듣기만 하고 질문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큰며느리가 병원에 오니까 “날 퇴원시키고 너희 집으로 가자, 너희 집에 가서 3일만 있다가 내가 갈 것이니 집으로 가자”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셨습니다.
모친을 큰댁으로 모시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하루 지나고 물도 드시지 않으신다는 연락을 받고 아침에 제가 가니까 제 손을 잡고 반가워하시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시는 겁니다. 그때까지 저는 모친께서 절에 다니시는 줄은 알고 있었고, 어느 때든지 저희 집에 오셔서 “내일 절에 가련다.”라고 하시면, 즉시 지갑에 있는 대로 모두 털어 드리고 하였지만, 모친께서 어느 절에 다니시며 어떤 수행을 하시는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또렷또렷하게 염불하시는 모습을 보고, 제가 크게 소리를 내어 염불해 드렸더니 (저는 그 당시 간경과 다라니 독송하던 때라, 나무아미타불 염하기보다 관세음보살님 염하는 것이 익숙해서 관세음보살님 염을 했음) 사르르 주무시는 듯하시다가 깨어나시면 다시 제 손을 어루만지시며, 따라서 염불하시곤 하였는데, 그때의 제 마음은 오로지 모친의 쾌차를 빌고 있었지요.
모친이 깨어나고, 주무시기를 반복해서 편안하게 하시는지라 저는 쉬지 않고 소리 내어 염불하였는데, 형제분들이 나중에 말하기를, “거실에서 들으니 염불 테이프 녹음기를 틀어 놓은 줄로 알았다”라고 합니다. 시간이 가는지 밥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고 큰방에서 저와 모친 둘이서만 염불하며 그렇게 오후 늦은 시간이 되자 모친이 거실 밖에 있는 며느리들을 차례로 하나씩 부르시더니 큰애는 살림 씀씀이가 어찌어찌하니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하시고, 막내까지 불러서 다 말씀하시고는 옆에 있는 저에게는 한 말씀도 안 하시는 겁니다. 손자 하나 낳아 주지 않은 저에게, 섭섭함도 있으셨을 텐데…. 이렇게 제가 불법 문중에 출가할 줄 아셨을까요?
그날 저녁 (1996년 음력 5우러 15일 밤) 12시를 5분 정도 넘긴, 정확하게 말씀하신 3일을 계시고 너무도 평화로운 모습으로 운명하셨습니다. 향기로운 향 내음이 나는 듯했고, 그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으시는 것을, 살아 계실 적에는 뵌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나 평안하고 행복한 모습,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는 밖에 일한답시고 제대로 봉양해 본 적이 없었지만, 8남매를 반듯하게 키우시고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셨던 분이었기에 저의 마음속에 공경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집안 어른들이나 친척들도 모친 인품을 모두 다 칭송하곤 했습니다.
어느 때 아들 집에 오셨다가 가시려는데 차로 모시려고 하니까 극구 버스 타고 가겠노라 하시며 “기름값 비싸고 차들이 위험한데 무엇 하러 그럴 거 없다”라고 하시고, 기어코 버스 타고 가시며 저를 울리시던 분, 그 길이 마지막 방문이 될 줄을 그땐 몰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말년에 홀로 계시면서 오로지 염불하셨고 가끔 찾아뵐 때도 언젠가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부처님께 예경을 올려야 하는데, 나이를 먹으니 다리가 불편해서 절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라는 말씀을 하시길래 제가 ‘어머니, 부처님은 마음을 보시는 것이기 때문에 앉으신 채로 합장하고 좌배를 하셔도 부처님께서는 다 아실 것입니다’ 했더니 ‘아, 그렇구나’ 하시면서 좋아하셨고 좌배 하시고 늘 불경을 읽으셨습니다.
다니시던 사찰에 가 보니 절에 다니시면서 보시하셨던 선업 공덕의 흔적들이 사찰 불사 곳곳에 가족들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모친에 어머니이신 외할머니께서도 제가 처음 뵌 날 저를 보시더니 ‘아미타불’ 하셨고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도 타불! 타불! 하셨던 분입니다. 일생 동안 건강하게 104세까지 사시다가 가신 분이 모친의 어머니 외할머님이십니다.
외할머님께서도 일생동안 아미타불 염불하셨고 모친께서도 일생 동안 절에 다니시며 온갖 산업 공덕과 아미타불 염불하시고 스스로 갈 시간을 미리 알아 3일만 너희 집에 있다가 가시겠다고 하셨던 말씀대로 왕생하였으니 이후로 남은 8남매는 지금까지 타 종교는 갖지 않고 저와 모친의 여섯째 아드님이 부처님 불제자로 차례로 출가하여 염불 수행하고 있으니 모친께서 왕생하신 크신 인연 공덕이라 확신합니다.
가신 뒤에 짐 정리를 하다가 발견된 책이 바로 『왕생 예찬집』입니다. 그 책의 내용은 「극락왕생 발원가」, 「나옹선사 서왕가」, 원효대사 「발심가」, 「왕생 발원가」, 「해탈가」, 「미타행인 사십팔원가」 같은 극락정토로 가는 길잡이 내용이 붓글씨로 써진 것인데 어느 스님께서 보시고 “대략 100년도 넘는 책 같다.” 하셨고, 얼마나 읽으셨던지 닳고 닳아 있었습니다. 사구 절 노래 부르듯이 그전으로 전해 오는 듯한 내용인데 먼저 가신 성현들의 공덕 인행이 구구절절 보고 또 보아도 좋았습니다.
“좋은 극락 청정한 곳 상선인이 한곳 모여 과거 본행 담론할 때, 나는 과거 본행시에 염불삼매 성취해서 대승경전 독송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삼보 전에 공양하고 국왕 부모 충효하며 빈병걸인 보시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욕되는 일 능히 참고 지혜를 닦고 익혀 공경하고 하심하고 모든 사람 교화하여 염불시킨 공덕으로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탑과 절을 건립하고 불법도량 청소하며 죽는 목숨 살려주고 청정계행 수지하여 삼귀오계 판관재와 십선업을 수행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십재일에 목욕하고 재일성호 염송하여 총지진언 지송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우물 파서 보시했고 험한 길을 수축하고 무거운 짐 대신하며 새벽마다 서쪽 향해 성존님께 예배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평원광야 정자 지어 왕래인들 쉬게 하며 유월 염천 더울 때에 참외 심어 보시하며 큰 강물에 배 띄우고 작은 냇물 다리 놓아 거래인들 넘게 했고 계곡 깊은 험한 길에 길 잃은자 인도했고 칠흑 같은 야밤중에 행인들께 횃불 주고 앞 못 보는 저 맹인이 개천구렁 건널 적에 부축하여 접대했고 타향객사 거리 송장 선심으로 묻어 줬고 사고무친 병든 사람 지성으로 구원하며 이런 공덕 닦고 닦아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갖은 죄를 두루 짓고 기약 없는 무간지옥 타락할 줄 알았는데 임종 시에 선지식을 만나 뵙고 십념염불 지극정성 외웠더니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악한 세상 고통 중에 효도선심 권속들이 치성하는 공덕으로 이 극락에 나왔노라.
천차만별 본 행사를 이와 같이 논의할 때 극락세계 공덕장엄 무량겁을 헤아려도 불가사의 경계로다.”
그 책을 새로 출판하여 법공양 올린 책이 『왕생 예찬집』 책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대구 자운사 석 혜명 합장
원아임욕명종시 진제일체제장애 면견피불아미타 즉득왕생안락찰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극락도사 아미타여래불 🙏
첫댓글 “좋은 극락 청정한 곳 상선인이 한곳 모여 과거 본행 담론할 때, 나는 과거 본행시에 염불삼매 성취해서 대승경전 독송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삼보 전에 공양하고 국왕 부모 충효하며 빈병걸인 보시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욕되는 일 능히 참고 지혜를 닦고 익혀 공경하고 하심하고 모든 사람 교화하여 염불시킨 공덕으로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탑과 절을 건립하고 불법도량 청소하며 죽는 목숨 살려주고 청정계행 수지하여 삼귀오계 판관재와 십선업을 수행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십재일에 목욕하고 재일성호 염송하여 총지진언 지송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우물 파서 보시했고 험한 길을 수축하고 무거운 짐 대신하며 새벽마다 서쪽 향해 성존님께 예배하고 이 극락에 나왔노라. 나는 과거 본행시에 평원광야 정자 지어 왕래인들 쉬게 하며 유월 염천 더울 때에 참외 심어 보시하며 큰 강물에 배 띄우고 작은 냇물 다리 놓아 거래인들 넘게 했고 계곡 깊은 험한 길에 길 잃은자 인도했고 칠흑 같은 야밤중에 행인들께 횃불 주고 앞 못 보는 저 맹인이 개천구렁 건널 적에 부축하여 접대했고
김을출보살님 극락왕생 수희찬탄드립니다..
6째 아드님과 따님이 출가하셨다니 이런 경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혜명스님의 극락왕생은 많은 공덕과 더불어 보증수표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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