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삼성앤유 시, 수필 공모전에는 첫 회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작품을 투고해 성황을 이루었다. 총 4657편의 작품은 엄정한 예심을 거쳐 시와 수필은 30편씩, 동시는 50편이 본심에 올라 2차에 걸친 심사 과정을 통해 모두 65편의 작품이 수상의 영예을 차지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것이 공모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삶의 뒷면에 시선을 주는 행위이고 삶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순간을 다시 기록하는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최후의 순간, 현실적인 목적이나 이해관계를 잊은 채 자기 삶의 깊은 시간을 마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그 언어의 섬세함과 진실함은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소통의 계기를 선사한다.
예심을 통해 올라온 작품들은 고른 수준을 자랑하고 있어서 심사위원들이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심사위원들의 채점과 토론을 거쳐 결정된 각 부문 수상작들은 문학적 글쓰기의 진정성과 정교함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다.
대상으로 결정된 솔미숙의 ‘은행나무 부족’은 아름답고 순수한 상상력이 빚어낸 작품이다. ‘오백 살이 넘는다는 은행나무’ 안에 ‘멸종되어 잊힌 어느 순한 부족이 그 속을 환하게 살고 있다’는 상상에 착안한 시이다. 상상적 공간의 신선함과 신화적 뉘앙스는 물론이고 현대 세계에서 절실한 생태적 상상력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이 시는 자연의 깊은 신비를 체험하게 해주는 동시에 ‘잎과 꽃의 선한 메시지를 전하며’ 함께 산다는 것의 현대적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수필 부문 대상작인 정재순의 ‘횟대보’는 아스라한 기억의 한 이미지를 섬세하게 재생하고 있는 산문이다. ‘횃대보는 벽에 걸어둔 옷에 먼지가 앉는 것을 막아주는 커다란 천’이며 일종의 ‘보자기 농’이다. 이 물건에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으며 집안에 복이 들어오는 길을 트고 싶었던 엄마의 기도’가 스며들어 있고, 그 옛날 ‘다섯 살 계집아이’는 그 속에서 ‘붉은 모란에 혼이 빼앗긴 나비가 되기도’ 하는 꿈을 꾸었다. 횃대보의 공간은 가족의 따뜻한 안식처이고 오 남매에게 웃음을 주는 공간이었으며, 그것의 부재는 어머니의 공간의 부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가는 그 횃대보의 재생을 바라는 글쓰기를 통해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내밀하고 따뜻한 공간을 다시 상상하게 해준다.
동시 부문 대상작인 신하정의 ‘우리 엄마다!’는 어린이의 솔직하고 순수한 마음결이 고스란히 드러난 맑은 작품이다. 동생을 돌보느라 자신에게 신경 써주지 못하는 엄마에게 섭섭했던 마음은 비 오는 날 뜻밖에 데리러 와준 엄마를 보면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의 순간을 경험한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치 그 장면 속에서 같이 느끼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이 동시는 어떤 형식적 기교 없이도 맑은 동심의 한가운데로 우리를 단번에 초대한다.
심사위원장 이 광 호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 수상 소감 >
수필부문 대상 정 재 순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아득했습니다. 수필과 벗이 되면서 들락거림이 잦았던 외로움이 사라지고 이제 그 자리에서 소망이 키를 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낌없는 채찍과 격려를 해주시는 홍억선 선생님과 신현식 선생님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문우들과 이 영광을 나누고 싶습니다. 늘 든든히 곁을 지켜주는 남편과 두 딸과 아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큰 힘을 주신 덕분에 용기 내어 수필의 무한한 세상을 향해 나직하고 은근하게 여행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