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해진 헤지펀드
손실무릅쓰며 자금회수
주가가 7.5% 폭락한 23일 외국인은 또 1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하루만 빼고 계속 순매도(판것에서 산 것을 뺀 것)하며서 5조원 어치를 팔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라지만 한국 증시의 외국인 매도액 33억 달러(유가증권시장)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단연 많다. 인도(28.6억 달러), 대만(26.8억 달러), 남아공(25.8억달러)보다 월등하다. 이처럼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떠나며서 환율 급등을 유발하고, 국가 신용도 불안까지 부추기며 우리 경제에 악성 코드 역할을 하고 있다. 증시 호황의 견인차였던 외국인이 이젠 금융불안의 원인으로 돌변한 것이다. 지난달만 해도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올 들어 34조원어치 , 작년 포함하면 64조원어치를 팔고 있어 팔 만큼 팔았다는 분석이 주류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될수록 사정은 달라졌다.
과도한 외국인 불안감
23일 주가는 2005년 7월 수준까지 떨어졌다. 외국인이 3년이상 장기 투자자가 아니라면 지금 빠지면 손실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매도세는 거침없었다. 왜 이렇게 빠질까.
나라밖에서는 한국의 경제상황을 꽤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UBS자산운용의 제프리 웡 전무(신흥시장 담당)는 인터뷰에서 "작년 말 한국을 '비중축소'로 하향 조정했는데, 한국을 글로벌 경기에 가장 민감한 국가 중의 하나로 보기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한국 기업들은 건실하지만 개인 부채는 부실하다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한 전망은 외국인 입장에서 우리 증시에 더 머물 이유가 사라지게 하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국가 부도가능성을 보여주는 신용디폴트 스와프(CDS)의 수수료(프리미엄)가 이달 들어서만 2.4%급증한 것도 악재였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는 우리보다 국가 신용등급이 낮은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높은 것이어서 불안심리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윤기 조사실장은 "위기국면에 들어가면 수치보다는 초세를 더 중요하게 보는데 최근 몇몇 우리 경제 지표들의 추세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들의 공세
외국인 매도세의 뒤에는 투기성 자본인 헤지펀드가 있다. 지난달 공매도 금지로 헤지펀드들의 매도세는 주춤해졌지만 최근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팀장은 "10월 말 결산되는 대형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손실로 밀려드는 펀드투자자들의 환매요구에 응하기 위해 한국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규모 자체가 베일에 가려있지만 , 업계에선 한국시장을 겨냥한 헤지펀드 규모만 14억 달러(2007년 11월 말 기준)로 추정한다. 일반 헤지펀드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규모로 보인다. 국내 미국계 모 증권사는 "올 초 거래량으리 20%정도가 헤지펀드였다"고 밝혔다.
해외 소통에 실패
국내 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왜 자꾸 해외에서 위험하다고 과장하는가"라는 점이다.
삼성증권 임춘수 전무는 "한국에 대한 해외 불안 심리는 다소 감정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 부 해외언론이 우리 경제를 집중 비판하고 있는 것에는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론스타 사건'도 한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정부도 도쿄. 홍콩 등 에서 투자설명회를 갖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뒷북 대응이란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외국인 이탈 어디까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헤지펀드들의 자금회수가 끝나야 우리 증시가 안정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한국 시장의 외국인 비중이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외국인 비중보다 높아 추가적인 외국인 이탈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노희진 박사는 "OECD국가 외국인 비중 평균인 25%로 추산하면, 한국은 지금 주가 수준에서도 180억달러(약 2조5000억원)정도의 추가이탏이 있을 수도 있다. UBS증권의 안승원 전무는 "왜 한국의 환율만 유독 많이 오르느냐가 가장 큰 수수께끼이며, 이 문제가 해결돼야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도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의존 탈피 기회"
일부에선 외국인 비중이 줄어드는 이번 기회가 한국 증시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