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병원 장례식장 영결식장
우리는 지금 염정자 아녜스 자매님의 장례 미사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1947년생이신 자매님은 남편 김대길님과 혼인하여 슬하에 3형제를 두셨고 47년간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이 집안에 가톨릭 신자는 자매님 혼자입니다. 자매님은 작년 3월 25일 대사동 성당에서 세례성사를, 11월 18일 복수동 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았습니다. 대흥동에서 20년을 사셨기에 복수동으로 이사 온 지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친구를 따라 대사동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셨고, 복수동 성당으로 교적을 옮긴 뒤로 안나회에서 활동하셨습니다.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봉사 활동이 몸에 배인 분이라 그런지 신앙을 받아들인 후에는 더 기쁘게 생활하셨습니다.
몇 년 전부터 지방간으로 고생하셨는데 관절이 나빠지면서 운동을 못하다보니 당뇨도 생기셨답니다. 나중에는 신장 투석을 받으면서 건강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결국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3월 8일 구급차에 실려 오신 뒤로 임종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의 연락으로 지난 16일 병자성사를 드리러 갔으나 복수에 차오른 물을 뺀 상황이라 너무 힘들어 하셔서 환자를 위한 기도만 바치고 왔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안정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22일(수) 오후에 찾아뵙고 병자성사를 드렸습니다. 아직 통증이 심한 상황이라 정상적인 대화는 어려웠지만 제 말을 다 알아들었습니다. 어렵게 성체를 영하신 후에는 편안해하셨습니다.
말씀은 못하셨지만 신앙에 의지하며 고통을 이겨내는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다른 가족 중에 신앙생활을 하시는 분이 있다면 임종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항상 곁을 지키고 계신 남편에게 복수동 공동체가 함께 기도하고 있으니 힘내시라고 위로하였었는데 남편은 기적적으로 회복되기를 바라셨나 봅니다. 오늘 점심 때 빈소에서 찾아뵈었더니 복잡한 속마음을 털어놓으셨습니다. 그래도 어제 오후 6시 30분경 세 아들과 남편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임종을 맞으셨다고 합니다. 유가족의 입장에서도 많이 답답하셨을 것입니다. 고인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희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과정이기에 끝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의 기도로 고인이 맛보게 될 영원한 생명, 곧 구원에 대한 희망의 끈을 계속 이어갑시다. 이 장례 미사가 유가족들에게는 의미 없어 보일지라도 우리가 고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가톨릭 장례 절차에 따라 보내드릴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유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고인이 비록 복수동 공동체와 함께 한 시간은 짧았지만 저희는 공동체와 함께 고인을 기억하며 또한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주님! 염정자 아녜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아녜스와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